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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세익스피어-군주들(9)

군주들(9) - The Kings

셰익스피어의 천재성은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사건을 묘사하는 방식에서도 잘 드러난다. 적어도 일생에 한 번쯤 새벽 4시에 이런 식으로 깨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 경의 의중을 알아보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케이츠비경과 함께 말을 타고 
전력을 다해 북쪽으로 달려 가셔서 
그의 영혼이 감지하는 위험을 피하시는 게 어떠시냐고요 

새벽 4시, 전령이 헤이스팅스 경을 깨운다. 친구들에게 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도망칠 수가 없다. 기다린다. 

헤이스팅스        
가서 여쭈게. 회의가 따로 진행되더라도 
한쪽에는 우리가 가고 다른 한 쪽에는 
동지 케이츠비가 참석하고 있으니 
우려할 만한 결과는 생기지 않을 거라고. 
<리처드3세, 3막 2장> 
 

결단의 시간이 끝났다. 경고를 했던 스탠리 경, 이 경고를 무시했던 헤이스팅스 경, 일리 주교, 폼플렛에서 막 처형을 감행한 래트크리프 등이 모두 런던탑에 모였다. 모두가 한 테이블에 앉아 있다. 이들은 재정, 군대, 감옥, 교회에 권력을 휘두르는 세속과 정신 세계를 다스리는 가장 강력한 귀족 통치 연합체인 왕실 내각 각료회의(Council of the Crown)의 일원이다. 이들 앞에서는 누구나 벌벌 떨기 마련이다. 그러나 단 한 사람, 넘버 원이자 권력 수호자를 자처하는 리처드만이 아직 오지 않았다. 그 동안 이들 귀족들은 발언을 하고, 투표를 하고,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그것도 권력 수호자가 의견을 내놓기 전에. 리처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심복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은 발언할 엄두를 내지 못 한다. 기다리기만 한다. 모든 잉글랜드가 벌벌 떠는 이들 각료들은 아무 말이 없다. 

버킹엄                    
여기 수호자의 심중을 아는 사람이 있나요? 
공작의 속내를 가장 잘 드려다 보는 사람이 누군가요? 
일리주교                     
그분의 마음이야 곧 알게 되겠지요 
버킹엄                       
안면이야 있지요. 속 마음을 말하자면 
내가 여러분들의 의중을 모르는 것처럼 그분도 내 마음을 알지 못하겠지요. 
여러분이 내 마음을 모르는 바와 같이 나도 그 분 의중을 모르겠오. 
헤이스팅스 경, 그 분과 가깝지 않나요? 
헤이스팅스                  
저를 잘 봐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하지만 대관식에 관해서는 
그분께 물은 적도 없고 그분도 달리 말씀이 없으셨소. 
어쨌든 그분 얼굴에는 기쁨이 담겨 있는 듯 하오. 
하지만, 경들, 대관식 시간은 그대들이 정하면 될 것 같소.

리차드3세는 끊임없이 현대적 악당으로 재해석되고 재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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