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 읽음
490.아무튼, 식물을 읽고..📖
식물의 삶이란 가끔 매우 끈질겨서 아름답다. 소리 없이 죽어가기도 하지만 비밀스럽게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마른 나뭇가지에서 새순이 돋아나는 그 마법같은 순간은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는 나무를 몇 개월씩이나 정성껏 돌보게 만들 정도로 중독적이다🌿

외면하고 싶었다. 도망칠 수 있는 데까지 도망치고 싶었다.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로부터 힘껏 도망쳐야만 했다. 어떻게든 도망치고 나면 밤이 오니까, 밤이 오고 나면 또 잠으로 도망치곤 했다. 이상한 굴레를 거듭 반복한 시절이었다. 신기하게도 나는 이 시기에 식물에 깊이 매료되었다. 아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우리는 금방 친구가 되었다. 나를 소개할 필요도 없었고, 스스로를 치장하거나 즐거운 표정을 짓지 않아도 괜찮았다. 식물들은 내가 애정을 쏟을 만큼 정직하게 자라났다🌿

마지막에 작가가 '내가 죽으면 키크고 좋은 식물들은 누군가가 가져가겠지. 그러나 비실하고 볼품없는 식물들은 어디로 갈까? 아무도 가지고 싶어 하지 않을 식물들한테 물을 줘야 하니 내일도 모레도 살자' 라고... 나를 계속 살고 싶게 만드는 힘이 어쩜 작고 연약하지만 소중한 것들이라는게..
책은 작고 짧았지만 저에게는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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