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8 읽음
승부조작 그리고 박태환
그냥 생각나는대로 평소 사견을 꺼내봅니다. 아마 야구를 적당히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그 충격적인 소식을 들으셨을 겁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승부조작 파문' 지난 2017년에 투수 사인을 훔치고 그걸 덕아웃 쓰레기통을 타격하는 방식으로 타자에게 미리 구종을 알려주는 비열한 방법을 썼습니다. 이 휴스턴 구단에는 시즌 MVP 출신도 있는데(이름은 굳이 거론하기 싫습니다) 이 인간은 유니폼 안에 전자장치를 부착해 그러한 정보를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입수했습니다. 이 부정한 사건은 불행하게도 휴스턴이 온갖 영광을 손쉽게 다 쓸어담고 나서야 밝혀지고 맙니다. 모든 정황이 드러나고 난 뒤 승부조작 주범들이 보인 반응은 가관이었습니다. '승부조작은 우리 우승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 '휴스턴 야구는 기술적으로 진보했다' 등등 오히려 야구 팬을 공분케 하는 망언을 쏟아냈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당당한 걸까요. 그들은 팬들을 우롱하고 휴스턴을 상대한 모든 팀을 무시했고 야구 자체를 훼손했습니다. 전 그들을 '위선적 자아로 똘똘 뭉친 집단'으로 봅니다. 명백히 먹칠을 해놓고 투명하다 자부하니까요. 여지껏 쌓아올린 업적(순전히 그 작자들 시선에서 봤을 때)이 물거품이 되려하니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걸 걱정할 때가 아닙니다. 이제는 모든 걸 내려놓고(선수생활을 못한다 해도) 잘못을 인정하고 심판대 위에서 무릎을 꿇어야 합니다. 전혀 상반된 처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금 인간이 가진 탐욕이 얼마나 큰지를 다시금 되새기고 있습니다. 스포츠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면서 룰(규정) 위에서 군림하는 행태는 그 자체로 힐난 받아야 하면서도 그 파괴력에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그들과는 다르게 순수하게 도전했던 선수들이 발휘한 고귀한 투혼은 모략에 난도질을 당했습니다. 현재 MLB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선수는 승부조작 건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그들은 엄청난 짓을 저지르고야 말았다. 잘못된 방법으로 승리를 갈취하는 행위는 거거서 끝이 아니다. 이로 말미암아 경력 자체에 타격을 입은 다른 선수들은 어떻게 치유받아야 하는가. 성적으로 말해야 하는 프로세계에서 명예가 흔들리고 심지어 은퇴를 고민하는 선수도 있다. 선수생활 자체를 끝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선수에게 그 어떤 말을 해줄 수 있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릇된 꾀로 인해 삶 전체가 무너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불공정이 판을 치면 떳떳하게 맞서온 사람은 많은 걸 잃게 됩니다. 이는 같은 직업군에 있는 사람에게도 해당이 되고, 사랑과 응원을 아끼지 않은 대중도 매한가지입니다. 휴스턴 승부조작 사태를 보면 문득 박태환이 떠오릅니다. 불법적인 약물 복용으로 수영 영웅에서 나락으로 떨어졌었던 바로 그 인물. 하지만 박태환은 아무렇지 않게 부활했습니다.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있었고 법적으로도 많은 공방을 벌였지만 잠시 뿐이었습니다. 그저 모르고 그랬다는 박태환이 내뱉은 호소는 놀랍게도 거의(?) 진실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박태환은 현재 한국 스포츠 전설들이 출연하는 '뭉쳐야 찬다' 프로그램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본인은 박태환 출연이 확정된 이후로 그 프로그램을 챙겨보지 않는다).
박태환이 약물 복용 사건에 휘말린 때는 이미 국민 스타로 거듭난 지 한참 뒤였습니다. 그동안 박태환은 선수로 뛰면서, 많은 국제대회에 참가하면서 수도 없는 도핑 관련 교육을 받았을 게 분명합니다. 그런데 몰랐다.. 어쨌든 금지 약물 복용한 건 사실로 드러났고 박태환은 그 시기에 획득한 메달을 모두 박탈 당했습니다. 박태환은 그 일이 있고 난 후 국민에게 용서를 구했고 몇 해 후 개최되었던 전국체전에서 다시 메달을 휩쓸었습니다. 그러자 잃었던 명예도 회복되는 듯했습니다. 큰 굴곡이 지나간 후 다시 엄청난 활약을 보인 점이 면죄부가 되었던 걸까요. 박태환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을까요. 적어도 전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부자연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아니면 우리가 약물에 많이 무감하기 때문인 걸까요. 박태환은 앞서 승부조작에 대한 여파를 설명했듯 엄청난 일을 저질렀습니다. 본인이 결백한 거와는 무관하게 약물에 대한 유혹을 떨치고 신성하게 경기에 임했던 다른 선수들이 쏟은 땀을 짓밟았습니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여기저기 많은 눈물이 맺혀 있습니다. 박태환이 그걸 알고 있다면 겸양을 갖춰야 한다고 감히 말합니다. 누군가가 본인을 위대하게 치켜세울 때, 혹은 그런 자리에 본인 의사로 참석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때 보다 신중히 처신하길 바랍니다. 박태환이 한국 수영계에 남긴 발자취는 여전히 대단합니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기 전에 분명 자기 기량으로 돋보이는 성과를 냈습니다. 그 족적까지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지난 영광을 재조명 받으려하기 보다는 아직은 사죄에 보다 무게감을 두었으면 합니다.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는 박태환을 보다 편하게 마주했으면 합니다. 진심 어린 제 바람입니다.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