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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사님 -프롤로그
언젠가 쉽게 무너져 버릴지라도 나에게는 단 하나뿐인.
나의 몸은 너무 약했고 또 쉬이 병들었다. 숨을 쉴때 마다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폐부를 찌르는듯한 고통에 익숙할 정도로 나의 삶은 병마가 일상이었다.
"저하, 이리 바람이 차가운데 밖을 나오시다니요?"
그런 나의 삶에서 당신의 걱정은 유일하게 내 아픔을 보듬었다. 병이 주는 아픔이 아닌 병으로 부터 파생되는 고통들.
"그냥 바람을 쐐고 싶었어."
"그렇게 바람을 쐐시면 감기에 걸리십니다."
"내 몸에 감기가 자리할 수 있을까? 내 몸에는 이미 악마의 씨앗이 이리도 내 몸을 휘어 잡았는데?"
당신의 걱정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당신의 걱정에 유일한 안식이라 느끼기도 했다.
이 넓은 대공가에서 나의 곁을 지켜준 유일한 사람이 오직 당신 뿐이었으니까.
"저하는 분명 낫을 실 겁니다."
"그건 너의 희망 사항이지. 에트릴."
나는 그의 얼굴에 손을 얹었다.
대공가의 고명딸 유실 아나튼이 할 행동은 아니었다.
어느 누군가가 본다면 당분간 가쉽거리로 쓰일 모습이었지만 나는 그런것을 여의치 않았다.
"나는 죽을거야."
당신의 살냄새를 맡으며 안기고 싶었다.
당신과 입맞춤하며 더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
"저하."
나는 죽는다. 빌어먹을 불치병때문에."
"그니까 날 잊어줘."
"저하!"
너의 푸른 눈을 사랑했다.
너의 붉은 입술을 사랑했다.
너의 하얀피부를 사랑했다.
너의 아름다운 마음을 사랑했다.
"명령이다."
네가 붉은 눈, 파란 입술, 검은 피부였어도 너의 마음만이 날 향했다면 널 사랑했을테지.
"유실!"
네가 다급하게 다가와 내 팔을 잡는다.
나는 뿌리치지 않았다.
네가 날 안는다.
포근하고 따뜻하고 참 단단했다.
"에트릴."
나의 기사님.
"잘지내. 아프지 말고. 너무 상심하지말고. 너무 오래 괴로워하지 말고."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의 엉망이 되어버린 금발에 손이 갈뻔했다. 이를 악물고 나는 그에게 독하게 말을 내뱉었다.
"나보다 검을 사랑하는 당신은 이제 질렸으니까 그 검을 물고 빨면서 살아. 나는 이제 에트릴 당신이 필요 없어."
그가 나를 조금이라도 싫어했으면.
하지만 그의 얼굴은 내 말 따위는 듣지 않고 있었다.
"떠난다는 말 너무 무서우니까 하지 말아줘. 유실."
그 눈물이 가득찬 눈을 보는 순간에 이 남자가 날 미워하는 것도 잊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그냥 나를 안아줘."
그 말에 홀린듯 그를 안았다.
그의 금발에 키스했다.
그의 푸른 눈을 바라보며 이내 내 입술은 그의 입술에 닿았다.
"나의 공주님."
그러나 나는 그에게 말하지 못했다.
"나는 당신의 기사니, 당신을 영원히 지키겠습니다."
나는 오늘 죽는 다는 걸.
"나의 충성도 사랑도 당신에게 바칩니다."
직감일뿐이지만 그건 분명 이뤄질 거란 걸 알았다.
"영원히."
참으로 죽을 만큼 좋은 사랑 고백이자 충성의 맹세였다.
그리고 나는 죽었다.
나를 그토록 괴롭히던 악마의 씨앗과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