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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 이모탈, 정말 과금 유도 심한 게임인가?
게임메카
그렇다면 실제로 디아블로 이모탈은 게임성을 해칠 정도로 과금을 유도하는 게임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단 과금 요소가 게임성을 해친다고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다. 무과금이나 소과금 플레이로도 막히는 구간 없이 모든 콘텐츠를 다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금을 통해 최상위권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은 유저에게는 위에서 이야기했듯 억 단위의 과금이 필요한 것도 맞다.
▲ '디아블로 이모탈' 출시 트레일러 (영상출처: 디아블로 공식 유튜브)
무과금으로도 충분히 플레이 가능하다
디아블로 이모탈의 게임 구조는 만렙 이전과 만렙 이후로 나뉜다. 만렙 이전까지는 착실히 스토리를 쫓아가면서 전설 장비를 하나하나 맞추고, 지옥 성물함, 불멸단, 투쟁의 굴레 같은 여러 콘텐츠를 오픈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만렙까지 하루 안에 도달하고 싶다면 꽤나 지루한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 하루나 이틀, 사흘 정도의 시간을 두고 플레이한다면 지루함 없이 무난하게 만렙을 달성할 수 있다.
만렙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각종 전설템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운이 좋다면 전설템으로만 주요 장비를 모두 맞출 수 있으며, 조금 운이 나쁘더라도 얼마 안 가 모든 전설템을 맞출 수 있다. 디아블로 이모탈의 시스템은 디아블로 3와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장비하고 있는 전설템에 따라서 스킬의 효능이 달라진다. 즉, 만렙까지 게임을 즐기게 되면 게임에서 제시하는 스킬 빌드 하나 정도는 충분히 완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10연차 뽑기와 다를 바 없는 전설 보석 파밍
주요 유료 결제도 이 만렙 이후부터 유효해진다. 현재 최상위권 유저들이 최종템을 맞추기 위해선 전설 아이템과 함께 전설 보석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전설 보석은 1성과 2성, 5성 보석이며 각각 14개, 8개, 9개 종류가 있다. 참고로 같은 수준의 보석이라도 그 안에서 다섯 가지 등급이 별도로 있다. 이를 얻기 위해선 유저 마켓에서 백금화 재화를 주고 구매하거나 수습 보석 공에게 가서 무작위로 제작하거나, 태고의 균열 던전 보상으로 드랍되는 아이템을 구해야 한다.
이 보석을 10단계까지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 같은 종류의 보석이 필요하다. 총 여섯부위의 전설 보석이 필요하고, 그중에서도 플레이어의 입맛에 맞는 보석을 고르기 위해선 말 그대로 낮은 확률을 계속해서 뚫어야 한다. 전설 문장 하나에 3,000원, 여기에 각종 확률을 곱해서 계산하면, 최소 6억 원을 소비해야 겨우 세트 하나의 전설 보석을 맞출 수 있다.
사실 위에서 말했듯이 꼭 아이템을 최고 등급의 전설 보석으로 맞추지 않아도 충분히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심지어 디아블로 이모탈은 모든 종류의 PvP 전장에선 이 전설 보석 효과가 감소하기 때문에 컨트롤이 훨씬 중요하다. 굳이 서버 최고 수준의 성장과 순위권 경쟁에 목매지 않는다면 누구나 기존의 디아블로 시리즈처럼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실제로 기존 디아블로2, 3를 즐기는 유저가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의 캐릭터를 만들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무과금 유저와 과금 유저를 명확히 분리한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런 과금 체계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 게임이 '디아블로' IP를 사용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사실 혹평을 받는 전설 보석과 태고의 균열 체계는 다른 모바일게임에 존재하는 10연차 확률 뽑기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러한 BM이 디아블로에 알맞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게이머들의 반발이 답을 대신해 주고 있다. 만약 이 게임이 평범한 모바일 MMORPG였다면 전혀 문제될 부분이 없었을지 모른다. 오히려 무과금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호평을 받았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구매 후 착실하게 플레이만 하면 모든 장비를 맞추고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었던 기존 디아블로 유저에게 이 게임은 다소 이질적 BM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어마어마한 돈이 드는 것과는 별개로 과금 효율이 빈말로도 좋다고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6억 원을 투자해 원하는 전설 보석 세트를 만들더라도, 정작 엔드 콘텐츠라 할 수 있는 PvP에선 그 효율을 제대로 발휘하기 힘들다. 싱글 플레이에선 오히려 게임의 난이도와 함께 재미까지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어찌 보면 과금 유저에게만 유독 가혹한 수익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준수한 게임성과 함께 수익화 모델과 그 타깃도 매우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디아블로스러운 요소들도 잘 집어넣었다. 하지만 이는 기존 디아블로 유저에게는 반감을, 수익화 모델의 목표가 되는 헤비 과금 유저에게는 불만을 가져오는 결과를 도출했다. 이쯤에서 생각나는 게임이 게임성에 맞춰 기존 모바일게임과 다른 문법의 BM 구조를 채택해 호평을 받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다. 디아블로 이모탈 역시 BM 구조면에서는 좀 더 디아블로스러운 독자적 BM을 구축해야 하지 않았나 싶다. 드는 돈은 둘째치고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