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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여러 번 가 봐야 할 곳 '바간'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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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부터 일몰까지.
바간의 하이라이트는 하루 두 번 찾아온다.
바간 난민 타워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몽환적이다.
오래된 사원과 벌룬이 어우러진 바간의 아름다운 일출

영원한 탑의 고향
바간 Bagan

바간에 처음 갔을 때는 양곤에서 출발해 10시간 동안 야간 버스를 탔다. 두 번째 방문했을 땐 만달레이에서 크루즈를 타고 꼬박 한나절이 걸렸다. 이번엔 양곤에서 비행기를 타고 단 1시간 만에 도착했다. 돌이켜보니 바간까지 가는 길이 참 다양하구나 싶다. 
미얀마 최대의 불교 성지인 바간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인도네시아의 보도부두루와 함께 세계 3대 불교 유적지군으로 꼽히는 도시다.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되며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더욱 몰리고 있다.
미얀마 최대의 통일 왕국이었던 바간은 1,000년의 시간 동안 약 4,500여 개의 파고다를 남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는데, 안타깝게도 1975년에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약 2,000개의 탑이 파괴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남아 있는 파고다와 사원들이 2,500여 개에 달한다니 ‘탑들의 고향’이라는 수식어가 그냥 붙은 것이 아니었다. 
바간을 제대로 담으려면 늦잠은 일찌감치 포기해야 한다. 바간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일출을 놓치지 않으려면 말이다. 해가 뜨려면 아직 한참 남았는데 언덕 위는 벌써부터 사람들로 빽빽했다.
새벽녘 찬 기운을 이겨내며 모두 기대에 찬 눈빛으로 해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이 멀겋게 변할 뿐 태양은 코빼기조차 비추지 않자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이 하나둘 발걸음을 돌리는 찰나 “어, 저기!” 탄성과 함께 하늘에 벌룬이 떠올랐다.
동시에 지평선 끝에서도 붉은 태양이 스르르 솟아올랐다. 환하게 드러난 대지에 사원들이 수줍게 얼굴을 내밀었고, 붉게 물드는 하늘 위로는 수많은 벌룬이 흘러 다녔다. 늦잠을 포기하고 추위를 견딘 대가는 정말 꿀처럼 달았다.

일출부터 일몰까지 파고다의 행진


바간 여행은 파고다에서 시작해 파고다에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수많은 탑과 사원 가운데 쉐지곤(Shwezigon)과 탓빈뉴(Thatbyinnyu), 아난다(Ananda)는 꼭 가 보기를 권한다.
바간의 유적 1호인 쉐지곤 파고다
바간의 유적 1호로 지정된 쉐지곤 파고다는 미얀마 파고다의 모델이 된 곳이다. 그래서인지 거대한 황금빛 종 모양이 양곤의 쉐다곤 파고다와 닮았다. 이곳에선 유난히 미얀마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쉐지곤 파고다에는 부처님의 머리뼈와 앞니 사리가 봉안되어 있다고 한다. 즉 미얀마 사람들에겐 바간에서 꼭 들러야 할 성지 순례지인 것이다.
바간에서 가장 높은 탓빈뉴 사원
탓빈뉴 사원은 시간이 부족해 그대로 건너뛸까 했던 곳이었다. “와! 이곳을 지나치려 했다니 실수할 뻔 했어요.” 잠깐 들러 보자 했던 곳에서 일행 모두가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했다. 바간에서 가장 높은 사원인 탓빈뉴는 마치 천년 왕국을 지켜 낸 견고한 고성처럼 보였다.
구운 벽돌을 바늘 하나 들어갈 틈도 없이 촘촘히 쌓아 올린 옛 사람들의 기술이 대단할 따름이다. 여느 파고다들과 결이 다른 오묘하고 신비로운 풍경이 마음에서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바간의 오래된 역사의 파편들
아난다 사원 내부는 우아한 곡선 형태의 아치로 이루어져 있다
‘미얀마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 아난다 사원에 들어서면 이런 칭호가 결코 과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사방 어디를 봐도 동남아시아 불교 건축물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건축 양식을 뽐낸다.
사원 안에 모셔진 4개의 불상은 각기 방향이 다르게 놓여 있는데 자세히 보면 형태와 표정도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서늘한 눈매부터 온화한 미소까지 똑같은 표정의 부처님이 없다. 중생의 삶이란 결국 위태로운 강을 건너 평화의 바다로 흘러가는 것. 부처님은 이미 알고 계셨던 것이다.
동남아시아 불교 건축물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 아난다 사원
오묘한 아름다움을 품은 아난다 사원은 하루종일 사람들로 붐빈다

죽기 전에 여러 번 찾아야 할 곳

해 질 무렵, 바간의 하이라이트가 다시 한 번 찾아온다. 뉘엿뉘엿 해가 넘어갈 때쯤 바간 난민 타워(Nan Myint Tower)에 닿았다. 13층 높이의 전망대를 가진 바간 으뜸의 일몰 장소다.
바간 난민 타워에서 바라보는 일몰
이미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찼지만 다행히 해넘이에는 늦지 않게 도착했다. 태양이 마지막까지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서서히 사라져 가는 모습을 두 눈에 꼭꼭 눌러 담았다. 이제껏 수많은 해넘이를 봤지만, 이토록 오래 잔상이 남는 곳은 없었다. 모두가 같은 마음인지, 지평선이 실루엣으로 남을 때까지 어느 누구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문득 어느 책에서 바간을 두고 ‘죽기 전에 가 봐야 할 곳’으로 소개했던 것이 떠올랐다. 거기에 한 가지 코멘트를 더 얹고 싶다. ‘죽기 전에 여러 번 가 봐야 할 곳’으로.  

Shopping in Bagan
여행의 재미를 더하는
바간의 쇼핑 포인트

펄펄 살아 숨 쉬는 시장 투어
낭우 마켓 Nyaung U Market

미얀마 현지인들의 삶을 엿보고 싶다면 낭우 마켓에 가 보자. 이른 아침부터 활기로 가득 찬 이곳은 여행자들에게 신세계 같은 곳이다. 온갖 식재료와 생필품, 옷가지와 기념품에 이르기까지 만물상 같은 요지경이 펼쳐진다.
미로처럼 이리저리 얽힌 골목에서 길을 잃기 일쑤지만 그것 또한 즐거운 추억이다. 골목을 돌다가 주렁주렁 달린 바나나에 부딪히기도 하고, 처음 보는 채소들에 시선을 뺏기기도 한다. 눈썰미 좋은 이들은 구석구석 숨은 보석들을 발견해 득템의 횡재를 누리기도 하는데, 미얀마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천연 선크림 ‘타나카(Thanakha)’도 구입할 수 있다. 타나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타나카 뮤지엄을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주소: 2 Nyaung-U Myanmar 

사회적 가치가 담긴 선물
엠 부티크 M Boutik

작고 아담한 건물에 미얀마 여성들의 꿈과 희망이 담겨 있다. 엠 부티크는 사회적인 사각지대에 놓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들을 위해 설립된 사회적 기업이다. 사회 경제발전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통해 장인들에게 기술을 배운 미얀마 여성들이 한 땀 한 땀 손수 작업한 수공예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한다.
알록달록한 헝겊 인형을 비롯해 빛깔 고운 직물과 독특한 디자인의 가방, 묵직한 장신구와 고급스러워 보이는 옷가지까지 품목도 다양하다. 바간에서 특별한 기념품을 구입하고 싶을 때 들르기 좋은 곳이다.
주소: Sabae Street, New Bagan 05232전화: +95 099 511 100 92홈페이지: www.mboutiksocialbusiness.com

글 정은주  사진 이승무  에디터 김예지 기자  
취재협조 한-아세안센터(한국과 아세안 10개국 정부간 설립한 경제 및 사회 문화 분야 협력증진을 위한 국제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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