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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이와 아이 유치원까지 상의하는 남편" 저 어떡하죠..
더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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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거 진짜 맛있으니까 꼭 사셔야 해! 이것도!
내가 우선 포장해뒀다가 이따 차에서 나눌게.”

가족 여행을 갈 때도, 집안 행사에도 시누이는 끝도 없이 조잘거렸다. 가족들은 매사 시누이가 원하는 대로 밀고 나가도록 내버려두었으며 이의 없이 고분고분 따랐다.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가 점점 커졌다.
아이를 어떤 유치원에 보낼지, 방과 후 학원에 보낼지 말지 등을 두고 부부끼리 상의가 끝났는데도 매번 남편이 그 문제를 다시 시누이와 상의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분명 부부가 이미 합의를 본 문제인데 남편은 시댁 식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오면 태도가 달라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일테면 학원은 돈이 많이 드니 가장 간편하고 경제적인 방식으로 집에서 아이를 교육하자고 권하는 식이었다.
그녀는 남편과 결혼했지만 동시에 부부의 결정에 끊임없이 간섭하고 훈수를 두는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도 시집간 셈이었다.
그녀는 집안 대소사를 쥐고 흔드는 시누이가 부러우면서도 시누이만 등장하면 모든 의견을 감춰야 했던 자신이 안쓰러웠다.
좋게 말하면 인내하고 양보한 것이었지만, 나쁘게 말하면 자기 주관도 드러내지 못한 꼴이었다.
코가 꿰어 끌려다니느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어찌 된 일인지 안전감과 익숙함을 동시에 느꼈다. 모순적인 심리였다.

어린 시절에 현재 삶의 복선이 있다

막내딸로 자란 그녀는 아빠가 다른 오빠가 하나 있었다.
“네 오빠는 아빠가 없잖아. 얼마나 불쌍하니. 그러니까 오빠가 해달라는 건 어지간하면 들어줘.”

“오빠한테 따지지 마라.”

“아빠가 없는 것보다 비참한 게 뭐가 있겠니?”

엄마는 툭하면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어린 시절 그녀는 오빠를 불쌍하게 여겼다. 가족들은 과일 한 봉지도 오빠 취향으로만 사 왔고, 친척들이 선물한 장난감도 오빠가 먼저 골라 가져갔다. 그녀는 얌전한 딸 노릇에 익숙해져서 제대로 따지지도 못했다.

오빠는 자주 횡포를 부리고 자신을 무례하게 대했다. 늘 속박만 당하고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면서도 엄마의 말을 떠올리며 그 모든 감정을 삼켰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엄마가 속상해하며 자신에게 실망할 것이고, 그럴수록 오빠의 입지와 존재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짓누르고 쥐어짜는 사람에게 그녀는 늘 고분고분 순종했고, 석연찮은 감정이 올라와도 온갖 이유를 생각해내 합리화하며 외면했다. 심지어 불만을 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죄책감을 느꼈다.
이런 마음은 이후 남편과 대화할 때나 자녀 교육 문제 등을 결정할 때 계속해서 끼어들었다.
그녀는 그제야 범사에 양보하는 것이 고매한 미덕이 아니라 엄마로서의 직무태만임을 깨달았다.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자신을 짓누르고 함부로 대하던 사람들에게 저항할 능력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그녀는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었다. 아이는 주관 없는 엄마를 원망했고 남편은 아내의 의견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괴로웠지만 바로잡을 방법을 몰랐다.
시누이는 여전히 자기 고집대로 집안 대소사에 간섭하는데, 분명 자기 생활이 침범당했다고 생각하면서도 맞설 힘이 없었다.

그 일이 하루아침에 일어났을 리 없다

하루하루의 일상이 모여 인생이 된다. 한 사람의 과거를 탐방하면서 일상의 세밀한 부분을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인생과 맡고 있는 역할이 입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사례 속 여성은 엄마와 오빠를 모두 사랑했다. 그녀가 사랑을 주는 방식은 ‘사랑을 두고 싸우지 않는 것’이었다. 싸우려 들지 않고 오빠가 집에서 누리는 특권을 순순히 받아들이면 가족의 아낌과 돌봄을 받을 수 있었다. 그로써 오빠를 향한 엄마의 죄책감을 덜어주는 동시에 아빠로부터는 더 많은 기대와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그녀가 주권을 양도함으로써 자기 영역을 확대하고 공공연하게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쟁취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대인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가치 교환이자 그녀가 인생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싸우지 않기’는 그녀의 생존법이었고, 원가족은 그녀가 그렇게 행동하도록 묵인했다. 겉보기에 그녀는 유약하고 주관도 없는 것 같았지만, 실은 이러한 가정에서 생존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전략을 택한 것이었다.
과거의 생존 전략은 한 사람이 어린 시절 살아남기 위해 내린 중요한 결정이자 가장 큰 자산이다.
여기에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그 전략이 현재 삶에 더 이상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맞지 않아서 문제가 생기면 바꿔야만 한다.

알아차리면 바꿀 기회가 온다
깨달으면 뛰어넘을 기회가 온다

어린 시절 나를 만나 어떤 상처를 어떻게 받았는지 알아차림으로써 문제 해결이 시작된다. 그래야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같은 패턴으로 또다시 관계를 망치는 대신 새로운 방법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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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문제로 상처받아 밤새워 뒤척이는가?
그 상처에 내가 어떻게 관여했는지 용기 내어 직면해보자. 어른이 된 당신은 어릴 적 받은 오래된 상처에서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다. 다시는 같은 상처로 혼자 아파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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