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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딩중..
빠름 빠름 빠름의 시대에 사는 우리로선 로딩중.. 이 글자가 눈에 띄는 순간 하~... 한숨을 내뱉는다.

결혼할때 혼수로 장만했던 일체형 컴퓨터 1세대가 9년의 세월을 견디면서 많이 버거웠는지 늘 애태우는 시간들을 만든다.

아이들 유치원 접수를 하기 위해서 낮부터 새벽4시까지 씨름을 하게 만들었고,
연말정산을 위해 자료받는데만 3시간이 걸리고,
부팅은 그나마 봐줄만 하지만 그 이후에 인터넷 연결과 동시에 느릿느릿 걸음마하는 시간을 보고 있으면 때때로 내가 뭐하나..? 생각이 빙글빙글 맴돈다.

어느날 집에서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던 남편이 컴퓨터 앞에 앉았고,
클릭 클릭 광클릭 하는 소리가 나더니 작디작은 마우스가 부서져라 쿵쿵쾅쾅 두드리고 있다.
큰소리에 당황해서 가보니 한마디 한다.

" 돈 주낀께 이거 갖다 내삐라!!!!! 이기 머꼬! 되도 안하고 에이!!!!!”

사실 나도 노트북 사려고 알아보고 있었는데 막상 정든 녀석과 이별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누군가가 써놓은 글을 봤었는데 이컴퓨터는 이쁜 장식용 쓰레기.. 라고.. ㅠㅠ
몇년동안 원격지원 서비스도 받으면서 열심히 속도 맞춰준 이녀석에게 내가 맞춰져 있었던터라...
나는 솔직히 불편함이 1도 없었다.

기다리면 돼.
조금 천천히 하나씩 누르면 불편한건 없어.
근데 급할땐 답답하긴 하지.
그래도 급한건 일찍 시작하면 되잖아?

그렇게 익숙해져 갔다.
로딩중..
폰이 빠르긴 한데 한번씩 와이파이가 제멋대로일땐 이녀석도 로딩중이 뜬다.

오늘도 고질적인 수면장애에 아침해가 밝아 오지만.
느릿느릿 느림보 우리집 컴퓨터로 애들 사진부터 정리해야겠다.


그 누구도 나를 뭐라할 자격은 없다.
다만 내 자신은 나를 뭐라할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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