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앞바다에 떠 있는 나의 오랜 친구들. 섬 여행 초창기에 자주 발을 들였던 섬들이다. 육지와 연결된 원산도가 서해안 관광 허브로 개발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이 섬들을 세상에 소개하기 딱 좋은 때다.
바지락 캐는 소리 장고도
장고도는 삽시도의 북쪽, 고대도의 서쪽에 있는 아담한 섬이다. 섬의 남쪽으로는 장벌로 불리는 갯벌이 드넓게 펼쳐지고 북쪽에는 당너머해수욕장과 명장섬해수욕장이 해안을 따라 길게 놓여 있다.앞장벌에서 바지락을 캐는 주민들여객선이 닿는 대멀항과 마을은 2km 정도 떨어져 있다. 섬이 장구 모양이라면 선착장은 변죽에, 마을은 조롱목에 있는 셈이다. 하루에 두 번, 썰물 때 장고도와 명장섬 사이에는 바닷길이 드러난다. 특히 6물과 11물 사이에는 이곳 바닷길과 장벌에 모든 주민이 나와 바지락을 캔다. 장고도 마을 공동체는 해삼과 전복을 양식하고 바지락을 잡아 다른 섬이 부러워하는 소득(2020년 기준 가구당 1,900만원)을 올리고 있다. 대멀항에 어촌체험관을 세워 각종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장고도는 이웃 섬 고대도와 더불어 태안해안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물때에 따라 모습이 변해가는 해변 풍광도 아름답지만 울창하게 자라나 섬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소나무 숲 또한 여행자의 걸음을 유혹하는 포인트다.
명장섬
물 빠진 명장섬명장섬은 장고도의 상징과 같은 장소다. 바닷물이 물러가면서 드러난 바닷길은 무려 2km에 달해 규모나 풍광 면에서도 압도적이다. 특히 겨울철, 장고도에는 눈이 많이 내리는데 하얗게 덮인 바닷길은 신비스러운 정취를 자아낸다. 물이 빠지고 모습을 드러낸 앞장벌은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광활하다. 주민들이 호미로 캐낸 바지락은 경운기가 들어가 운반해 나오는데, 일련의 과정 하나하나가 여행자들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장고도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그림이다. Places to Visit
돌방
장고도 선착장에 설치된 돌방‘등바루놀이’는 마을 처녀들이 등불을 밝히고 굴을 따며 풍어를 비는, 장고도에서 200년 동안 계승된 민속놀이다. 놀이에 참석하는 처녀들은 바닷가 쪽으로 입구를 내고 삼면에 돌을 쌓아 만든 타원형의 방인 ‘돌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단장을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명장섬이 보이는 해안가 민박 부지에 실제로 있었으나 관리 소홀로 모두 없어지고 현재는 대멀항 부근에 실물 모형을 만들어 놓아 그 생김을 짐작케 하고 있다.
마도로스민박
슈퍼, 민박, 식당 그리고 매표소를 겸하고 있는 마도로스민박스포츠에서처럼 섬에도 멀티플레이어가 있다. 마을 내 가장 눈에 잘 띄는 도롯가에 있는 마도로스민박은 민박, 식당은 물론 슈퍼에 여객선 매표소까지 겸한다. 언제든 찾아가도 밥 한 끼 먹는 데 걱정 없음은 물론이고 컵라면을 사면 뜨거운 물에 김치까지 무료로 제공할 정도로 인심이 후하다.안내판에는 둘레길과 해안 탐방로를 나눠 코스를 설명하고 있지만, 선착장에서 출발해 길이 이어지는 대로 걷다 보면 섬의 모든 곳을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된다. 섬이 작은 데다 길에 굴곡이 없어 편안한 복장으로도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①장고도 둘레길 (1km/ 2시간) 대머리선착장→명장섬해수욕장→명장섬→당너머해수욕장 ②제1 해안탐방로 (0.8km/ 20분) 명장섬해수욕장 동쪽 끝 해안데크길→대멀항 ③제2 해안탐방로 (1.1km/ 30분) 청룡초등학교 장고분교장→해안데크길→염전저수지
슈퍼 맥주와 짙은 정 고대도
고대도 해변에서 바라본 원산도 일출고대도는 면적이 0.82km2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예로부터 수산자원이 풍부해 보령시가 품은 섬 중에서 가장 부유함을 자랑했었다. 그래서인지 관광지 개발에도 조급함이 없다. 선착장과 마을 그리고 장벌이 전부일 만큼 생활 터전 역시 간단명료하다. 지금도 주민들은 어구를 손질하거나 장벌에 숨은 바지락을 캐어 소득을 올린다.귀츨라프기념공원 앞 해변귀츨라프기념공원마을 내에는 현대식 건물과 오랜 가옥들이 뒤섞여 있지만, 섬 특유의 정서는 깊게 배여 있다. 고대도는 마을 안 슈퍼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사람 사는 정이 훈훈하게 느껴지는 섬이다. 고대도 또한 삽시도와 함께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021년 찾아가고 싶은 33섬’에 선정됐다.
마을 앞 도로
마을앞 해안도로에서의 그물 손질폭이 꽤 넓은 도로다. 차량이 넉넉하게 오갈 수 있지만 작은 섬에서 그럴 일은 거의 없다. 간혹 경운기가 다닐 정도다. 그래서 도로는 거의 작업장으로 이용된다. 그물을 손질하고 생선을 널어 건조하는 장소로도 쓰인다. 거리낌 없이 노출된 섬 주민들의 일상에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해안 다리길
고대도 해안 다리길 전경선착장에서부터 해안을 따라 놓인 단 하나의 도로는 마을을 지나고 얼마 가지 않아 다리로 변신한다. 장벌에 기둥을 세워 만든 콘크리트 다리는 해안의 굴곡을 따라 500m 가량 이어지는데, 밀물이 되면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곳곳에 경운기가 장벌로 내려갈 수 있도록 출구를 만들어 놓은 것도 인상적이다. Places to Visit 귀츨라프선교사를 기념해 세워진 고대도교회 *김민수 작가의 섬여행기는 대한민국 100개 섬을 여행하는 여정입니다. 그의 여행기는 육지와 섬 사이에 그 어떤 다리보다 튼튼하고 자유로운 길을 놓아 줍니다. 인스타그램 avoltath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곽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