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는 없다/저자 윤구병/출판 보리/발매 1998.05.15.잡초는 없다. 코페르니쿠스 삶의 전환점이 다가오고 있다. 읽은 책의 권 수로, 비치된 장사의 양으로 독서 수준을 가늠하려는 어리석은 행동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 권의 책을 읽어도 좋으니 제대로 된 책을 읽어야 한다. 행동의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 책 읽기에 몰입해야 한다. 자연농법을 이용해서 곡식이나 남새를 길러 내더라도 그것만으로 먹고살기도 빠듯하다. 가난이 따라오는 것이다.P64~65우리가 온전한 밭보다 묵은 밭을 더 반기는 까닭이 있어요. 변산에 들어온 우리 식구들이 모여서 맺은 언약이 있어요. '땅이 살아야 거기에서 사는 생명체들이 건강을 지키고 살 수 있는데 사람도 생명체인지라 죽은 땅에서는 살 수가 없다. 앞으로 농사를 짓되, 땅을 죽이는 제초제나 농약이나 화학 비료 쓰지 말고, 또 항생제가 섞인 사료를 먹여 키운 돼지나 소나 닭똥으로 만든 사이비 유기질 비료도 쓰지 말고, 퇴비와 부엽토를 써서 농사를 짓자.'는 언약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모습을 갖춘 온전한 밭 치고 유기농법이나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분들이 되살려 낸 땅을 빼면 땅밑에 지렁이 한 마리 사는 땅이 없어요. 그러니 그 밭에서 키워낸 곡식이나 남새가 온전할 리가 없지요. 산비탈에 몇 해씩 묵혀 놓은 땅은 그동안 자연의 힘으로 되살아나 땅 밑에 미생물들이 다시 살기 시작하고, 그 미생물들을 먹이로 지렁이들이 꿈틀대고 있으니, 조금 힘은 들어도 잘 일구어 농사를 지으면 건강한 식품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생깁니다토담집을 지어 구들을 놓으면 가까운 산에 지천으로 깔려 있는 삭정이만 주워 모아도 땔감 걱정은 없겠다 싶어 구들장을 찾는데 그게 쉽게 눈에 띄지 않아요. 지렁이가 우글거리는 살아 있는 땅에서 저절로 자라는 풀들 가운데 대부분은 잡초가 아니다. 망초다 씀바귀도 쇠비름도 마디풀도 다 나물거리고 약초다P146실제로 밭이나 산과 들에서 자라는 풀 가운데 '잡초'는 없다. 자연은 뭇 생명체들을 살리려고 봄 여름 가을 겨울 밤낮없이 저렇듯이 애를 쓰건만 어찌 사람들은 '잡초'라고 하여, '해충'이라 하며, 돈이 안 된다 하여 이렇게 날이면 날마다 없애고 치워버릴 궁리만 하는지, 그리고 그 부산물로 쓰레기를 산더미처럼 쌓아올리는지.사는 데 꼭 필요한 사용가치를 지닌 것을 땀 흘려 가꾸거나 만들어서 나누어주는데 그 대가로 사용가치는 없고 교환가치만 있는 돈을 내밀면서 고마워하는 마음도 미안해하는 마음도 없이 사는 사람들이 판을 치는 세상은 온전한 세상이 아니다.P174~175참 시인은, 비유하자면 운수 행각을 하는 떠돌이 중이나 제대로 농사짓는 농부와 같은 사람이다. 운수 행각을 하는 중들은 이틀 밤을 한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벌써 하룻밤을 지나면 그 자리에 있는 것들이 낯익은 것으로 바뀌어 있고, 그렇게 되면 주변 사물에 관심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늘 낯선 것 사이에서 온몸과 마음을 활줄처럼 팽팽하게 긴장시켜 주위의 모든 것에 주의 깊은 관심을 기울여 접촉하는 자세, 새롭지 않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 늘 자신을 내던지는 것, 그렇게 해서 온몸과 가슴이 새로움으로 가득 차게 함. 이것이 길 걷는 사람의 마음가짐이고 시인의 눈이다.옛날 농가주택에 향수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초가지붕, 가마솥이 걸린 아궁이와 부엌 한쪽에 가득 쌓인 땔감, 안채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뒷간과 잿간, 닭장, 돼지우리, 외양간, 장독대, 처마 끝에 매달린 종자용 곡식 모가지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 마을에는 그런 농가주택은 없다.60년대 이전의 농촌 생활양식을 모범으로 삼아 거기서부터 충실하자. 농사짓는 일에 환상을 갖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밭에서 자라는 대부분의 풀들이 약초다. 잡초는 없다.영농비가 따로 필요 없는 농사, 생활비가 최소한으로 드는 생활양식, 자연이 큰 스승이 되어 자급자족의 경제 터전에서 꽃 피는 '기르는 문화'를 창출해내도록 하자.자연을 닮은 사람의 양식은 낭비 없는 삶의 양식, 곧 인간과 자연을 살리는, 다시 말해 '생명을 살리는' 삶의 양식이라 할 수 있다. '기르는 문화'의 숨은 주체는 자연이다. 순환하면서 스스로 성장하는 자연이 대지의 품 안에서 '기르는 문화'의 드러난 주체인 '기르는 사람', 농사꾼을 키워냈다. 자연인 산의 품으로 들어가 자급자족 구조를 추구하면서 이 세상 소풍놀이 마무리 잘 하고 가면 된다.보리, 밀, 콩, 조, 수수, 옥수수, 감자, 고구마, 기장 같은 여러 가지 식품을 철에 맞게 섞어서 고루 먹어야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이른바 '건강식'을 권장하는 이들의 식단 짜기 목록 같은 데서도 잘 드러난다. 자연에 스며들어 제철 음식으로 살아가는 데에 몸의 균형을 맞추는 조화로운 생활이 궁극적인 목표의 삶이 된다.《잡초는 없다(윤구병 저)》에서 일부분 발췌하여 필사하면서 초서 독서법으로 공부한 내용에 개인적 의견을 덧붙인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