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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게임 개발사에 6년 동안 무슨 일이..?
네오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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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떠오른 개발사를 보고 “여기는 예전에 어떤 게임을 만들었지?”하고 찾아보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특히나 중소 규모의 개발사가 만든 게임을 찾다 보면,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의외로 재미있는 게임들을 접할 수도 있게 되죠.
대표적인 예로 '스마트조이'가 있습니다. <라스트오리진>의 성공 이후 많은 유저들이 예전에 개발했던 <인공소녀>라는 작품을 발견했고, 큰 관심에 힘입어 인공소녀의 캐릭터가 라스트오리진에 그대로 등장한 바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례죠.
그리고 오늘 이야기해볼 '5민랩' 또한 흥미로운 변화를 겪었는데요. 캐쥬얼, VR 게임에서 시작한 5민랩이 지난 5년간 흥미로운 변화를 겪으며 놀라울 정도로 진화했습니다.

2015년
꼬모 냥이 추적자 등

꼬모 냥이 추적자
"5분 만에 세상을 즐겁게 만드는 실험실"는 모토 아래 만들어진 중소 게임 개발사 5민랩(5minlab). 이름 그대로 짧은 시간 동안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 개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2014년 카카오와 협력을 통해 <꼬모 냥이추적자>라는 첫 번째 작품을 출시합니다. 당시 유행하던 러닝 게임에서 영감을 받아 몰입감을 더 부여하기 위해 ‘꼬모 냥이추적자’에 스테이지 방식을 도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슬라임 슬래셔>와 <헝그리 메이츠>라는 게임도 출시합니다. 슬라임 슬래셔는 한붓그리기 형태로 장애물을 피해 모든 슬라임을 잡는 게임이고, 헝그리 메이츠는 좌우 방향을 터치해 음식을 먹거나 폭탄을 피하는 게임입니다. 뭐 할거 없나 싶어서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뒤지다 보면 나오는, 어떻게 보면 쉽게 볼 수 있는 모바일게임들 중 하나였어요.

2016년
VR게임 추진

웰더VR
스페이스 스시
2016년, 5민랩은 정부의 지원 덕으로 관심 두었던 VR 게임 개발에 적극적으로 착수할 수 있었습니다.
웰더VR, 스페이스 스시, 뱀 스쿼드 등 개발을 시작한 게임들이 전부 VR게임이었고 <스네이크VR>이라는작품도 오큘러스 스토어에 출시했습니다. VR게임 중심의 개발 흐름은 다음 해에도 이어집니다.

2017년
토이클래시, 브릭스케이프

토이클래시
2017년에 출시되는 <토이클래시>는 좀 더 각 잡고 만든 듯한 느낌이 납니다. 책상 위에 있는 장난감 유닛을 배치하고 업그레이드하면서 적 타워를 파괴하는 방식입니다. VR과 AR을 모두 접목시켰고 게임 창조 오디션 우수상, G-RANK 챌린지 서울상, Unite 17 Best VR 상 등을 휩쓸며 게임성을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VR은 그렇게 대세가 아니었죠. "언제쯤 시장이 커질지, 그때까지 우리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뚝심으로 밀고 나가겠다"는 당시 인터뷰 내용은 그때 상황이 어떠하였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줍니다. <브릭스케이프>라는 AI 기반의 3D 퍼즐게임도 출시하지만 2015년에 출시했던 캐주얼게임의 연장선상에 가까웠습니다.

2018년
뱀 스쿼드

2018년은 5민랩의 마지막 VR게임이라고 볼 수 있는 <뱀 스쿼드>가 출시되었습니다.
뱀스쿼드는 2016년부터 개발을 시작했던 초창기 프로젝트 중에 하나였어요. 제자리에 서서 몰려오는 좀비들을 처치하는 FPS 게임입니다. 스팀에 출시해서 '긍정적(80%)' 평가를 받았는데 VR게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괜찮은 점수였죠.
뱀 스쿼드는 4인 코옵까지 지원했고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덕분인지 전 세계 VR 아케이드 점유율 30%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VR 게임으로는 대중의 주목을 받기 힘든 것이 현실. 약 2년 반 남짓한 긴 시간 동안 진행되었던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던 5민랩은 '터닝 포인트'를 맞이합니다. VR게임이 아닌 모바일게임을 만들기로 한 것이죠.

2018년~2021년
스매시 레전드

5민랩의 개발 모습. 반바지도 자유롭게 입고 돌아다니는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신규 프로젝트 <스매시 레전드>는 겟앰프드, 브롤스타즈를 연상시키는 실시간 대전 게임이었습니다. 2019년, 5민랩은 '라인게임즈'로부터 스매시 레전드의 잠재력을 인정받아 전략적 투자를 받았습니다.
또한 2020년 4개 투자사로부터 6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중소 개발사에 이 정도 규모의 투자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죠.
게임의 컨셉도 좋았지만 수차례의 장기 프로젝트와 글로벌 론칭을 경험해본 개발력을 인정받은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2020년
2021년
이후에도 5민랩은 2020년 하반기 라인게임즈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고 개발 측면에서도 크고 작은 도움을 받아 게임을 완성시켜나갑니다.
2020년과 2021년의 스매시 레전드 스크린샷을 보면 같은 게임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뀌었습니다. 그래픽이 깔끔해지고 컨셉도 뚜렷해졌죠. 스매시 레전드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보면 동화 속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스매시 레전드의 플레이 방식 또한 "5분 만에 세상을 즐겁게 만드는 실험실"이라는 모토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모드가 존재하지만 배틀로얄마저도 3분 이내에 끝날 정도로 짧은 호흡이 특징입니다. 각 캐릭터 컨셉이 뚜렷하고 스킬 종류도 평타를 제외하면 2가지밖에 없어서 학습하기가 쉬워요.
모바일뿐만 아니라 PC 스팀 버전 및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하는 부분도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4월 13일 글로벌 론칭 이후 스매시 레전드는 1주일도 채 되지 않아 글로벌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습니다. 구글플레이 및 앱스토어, 스팀에서도 인기 게임 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2018년 스팀에 출시한 뱀 스쿼드(30여개)와 스매시 레전드(1천여개)의 평가 수의 차이는 약 30배 이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 집 취향 저격 잘 하네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유저 평가는 "재미는 있는데..."입니다. 나름 투자와 지원을 받아서 재미있는 게임은 만들었지만, 중소 개발사이고 실시간 대전 게임은 처음이라 밸런스나 UI 같은 디테일 측면에서 지적을 받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민심을 잘 반영한 밸런스와 최적화 작업과 더불어 UI 개선도 빠르게 해나간다면 잠재력은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요. 자세한 리뷰는 아래 포스트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제가 2015년부터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5민랩의 헝그리메이츠 리뷰 포스팅을 남긴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포스팅을 본 5민랩의 직원분으로부터 "우리 게임을 다뤄줘서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메일을 받았었는데요. 메일을 보며 "내 글이 어떤 인디 게임에겐 힘이 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더 열심히 블로그 활동을 했던 기억이 있어요.
2015년 당시 게임 개발 모습
그로부터 약 5년 반이 흐른 지금, 스매시 레전드를 만든 회사가 5민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저는 여전히 블로그 활동을 하는 중이고, 5민랩도 여전히 게임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5년 전보다 게임 퀄리티는 훨씬 좋아졌지만 '5분 만에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신념을 담은 게임은 그대로였습니다. 사실 메일 한 번 주고받은 게 전부였지만 오랜만에 성공한 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반가운 기분이 들면서도, 저도 그동안 열심히 달려온 것이 맞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앞으로 어떤 게임을 만들고 스매시 레전드를 어떻게 다듬어 나갈지 기대하게 됩니다. 다시 한 번 5년 후, 폭풍 성장한 5민랩을 보며 놀라는 경험을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글: 네오필
doek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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