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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 시뮬 ‘더 테넌츠’에서 갑질 좀 해봤습니다


언젠가 현실이 됐으면 하는 그날을 위해, 건물주의 삶을 미리 연습할 수 있는 게임이 25일, 스팀에서 앞서 해보기를 시작했다. 제목은 임차인을 의미하는 ‘더 테넌츠(The Tenants)’, 항만에 접해있는 도시를 무대로 ‘부동산왕’을 목표로 하는 일명 ‘건물주 시뮬레이터’다. 대한민국 건물주 하면 뉴스에서도 심심치 않게 다뤄지는 세입자를 향한 자비 없는 횡포가 떠오르는데, 장래희망이 건물주인 만큼 게임 캐릭터 집주인(31세)씨를 통해 ‘갑질’을 연습해봤다.
▲ 더 테넌츠 공식 소개 영상 (영상출처: 프로즌 디스트릭트 공식 유튜브 채널)
건물주면 다 금수저 아님?
‘건물주는 모두 금수저’라는 말은 더 테넌츠에서는 틀린 말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흰 수염이 성성한 삼촌이 플레이어에게 말을 걸며 세 놓을 수 있는 집 한 채 물려받은 것을 축하해주긴 한다. 그런데 이 집이라는 게 좁디 좁은데다가 벽지와 바닥재부터 전부 뜯어고쳐야 하는 허름한 곳이라는 것이 문제다. 여기에 수중에 돈이라고는 꼴랑 500달러(한화 약 56만 원)다. 아, 멀고 먼 불로소득의 꿈이여.

그렇게 드디어 첫 번째 집을 장만하는데 성공하고, 임차인과 계약까지 성공하게 됐다. 집 안에 있는 것이라고는 변기 딸린 화장실 하나, 허름한 1인용 침대 하나가 있는 침실 하나, 소파만 덜렁 놓여 있는 거실까지 팔릴까 싶을 정도의 완성도지만 월 2,500달러(한화 약 280만 원)에 계약을 마무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부동산왕으로 가는 길이 활짝 열린 것만 같았다. 그러나 건물주의 삶이란 생각했던 것만큼 낭만적이지 않았다.



월세 280만 원짜리 집 한 채를 세 놓는다고 하더라도, 관리비에 주택 협동조합에 내야 하는 돈까지 이래저래 나가는 돈이 만만치 않다. 다 따져보니 집 한 채만으로는 온전히 놀고 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기존에 하던 아르바이트는 꾸준하게 이어가야만 했다.

이처럼 온갖 고생을 하는 삼촌이지만, 조카를 매우 아끼는 듯 부동산왕이 되는데 여러모로 많은 조언을 해준다. 그 중 하나가 ‘은행 대출’이다. 은행에서 돈을 빌린 다음 빈집을 사서 꾸미고, 세를 놓으라고 한다. 집을 늘리다 보면 삼촌 역시 편안한 노후를 즐길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대출을 받아 집을 샀는데, 조족지혈 수준의 임대료 수익에 반해 관리비와 원금에 이자까지 더해 월마다 갚아야 하는 은행 빚까지 적자가 발생했다. 게다가 새집에 들어온 임차인, 직업을 보니 조직 폭력배다. 이러다 수틀리면 곧바로 저승 가는 것 아니야?





사실, 대한민국 뉴스에서 다뤄지는 건물주는 악당에 가깝다. 가끔 '착한 건물주' 기사가 예외사례로 나올 뿐, 대부분은 임대료를 천정부지로 올려 임차인을 거리로 내쫓고, 법망을 요리조리 회피하며 세금을 덜 내거나 부적절한 방법으로 정보를 얻어 싼 값에 땅을 매입한 뒤 시세 차익을 노리는 사례들이 숱하게 보도되지 않는가. 하지만 더 테넌츠 세계에서 이런 짓을 했다가는 일명 ‘정의구현’을 당하게 된다. TV에서 보고 들은 것을 그대로 실천에 옮겼던 기자처럼 말이다.
다주택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본금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노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장만한 집을 높은 가격에 팔기 위해서는 인테리어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침대, 주방기구, 변기 및 샤워실 등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본적인 것뿐 아니라 고객의 취미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3대 500은 너끈한 헬스마니아를 위해 런닝머신, 덤벨 등 운동기구를 들여 놓는다거나, 게이머를 위해 게이밍 노트북(?), S모 기업의 P모 콘솔과 비슷한 이름의 게임기 등을 장만하는 등의 센스가 필요하다.
31세 부동산왕 지망자 집주인씨의 이야기로 되돌아가 보자. 믿는 구석 없이 갑질을 일삼던 그는 임차인들로부터 계속해서 재계약을 거부당하게 된다. 집을 떠나면서 사는 것이 악몽 같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집주인씨는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그 와중에 거대한 저택의 전체 리모델링을 맡게 된다. 보수도 짭짤해 이게 웬 떡이냐 싶어 덥석 물었다. 그런데 웬걸, 이 저택은 마약제조시설, 밀주 빚는 양조장, 감시카메라로 건물 전체를 감시하는 보안실 등 한마디로 마피아의 소굴이었다.
옛날 이야기를 보면 이런 시설 만드는 건축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되곤 한다. 과연 눈에 눈물 마를 날 없는 31세 부동산왕 지망자 집주인씨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만약 살아남는다면 다시는 갑질을 하지 않는 천사 같은 건물주가 되리라 다짐하며 하루를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