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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놈' 리뷰
영화 베놈(VENOM)은 한술 더 해 머리통을 뜯어 먹어치운다. 끔찍하지만 웬지 속이 시원해지는 쾌감을 느꼈다.
도대체 왜 그런건지 나도 모르겠다. 스트레스가 심한 것 같다.

기자 에디 브룩(톰 하디 분)은 라이프 재단을 조사하던 중 외계생명체 심비오트와 공생하게 된다.
심비오트의 이름은 ‘베놈’

거칠고 무자비하고 포악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기준일 뿐, 베놈은 심비오트 중에 별볼일없는 ‘루저’라고 스스로를 평할 정도로 그 무리 중에서는 평범 그 자체다.
그러나 그 비주얼은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를 무색하게 만든다.
에디는 기자로서의 사명감이 있지만 착하고 소심한 사람이다. 대단히 정의롭고 용감하고 대범한 인물이 아니다. 천편일률적인 마블의 히어로들과 차별화된다. 그래서 더 끌린다.
변호사인 약혼녀 앤(미셀 윌리엄스 분)의 이메일을 훔쳐 보고 라이프 재단의 칼튼을 인터뷰하는 통에 직장에서 짤리고 파혼당하지만 그냥 찌질하게 홀로 삭힌다.
단골 슈퍼마켓의 여주인이 불량배에게 총으로 협박받으며 돈을 뜯길 때는 선반에 몸을 숨기고 숨죽여 있고, 앞집 남자가 새벽녘에 음악을 연주하며 잠을 깨워도 별말 못한다.
베놈과 공생할 때도 친구를 다치게 할까 전전긍긍하고, 경찰의 머리를 먹으려 하자 안된다고 다급하게 소리친다.
하나의 몸에 극명하게 다른 두 개의 인격, 마치 선과 악으로 구분되는 것들이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싸우고 화해하고 협력해서 외부의 적을 물리치는 것이 흥미로웠다.

맨 처음 에디가 베놈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의 의지와 달리 움직이는 것도 상당히 유쾌하다. 몸개그를 보는 기분이랄까.
야만적인 외계 생명체 심비오트 ‘베놈’과 약점도 많지만 그래서 더 인간적인 ‘에디’는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어간다. 인간 내면에 공존하는 선과 악이 서로 영향을 주며 보완되고 균형을 맞추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베놈의 최고의 미덕은 현란한 액션이다.

드론의 추격전도 그렇고 후반부에 라이엇과 대결하는 장면도 역동적이고 강렬하다. 음파의 공격에 의해 심비오트와 인간이 서로 분리되고 합체되는 그 장면은 압권이었다. 에릭과 칼튼, 베놈과 라이엇이 분리되고 다시 합쳐지고 대결하는 모습이 지옥도의 한 장면 같더라.
예전에 [베놈]처럼 외계생명체와 인간의 공생을 다룬 일본 애니메이션 [기생수]를 재미있게 보았으나, 실사 영화에서 크게 실망한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시리즈가 계속 나왔으나 영화는 다시는 안보게 되더라는.
그에 비해 [베놈]은 후속작이 기대된다. 쿠키 영상에서 머리카락이 풍성한 우디 해럴슨의 등장도 기대감을 높인다.

에릭 역의 톰하디도 캐릭터에 잘 어울렸다. 영화의 앞부분에서 평소와 달리 살을 빼서인지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에도 실직과 파혼에 위축된 인물을 잘 표현됐다. 이게 은근 쉽지 않다.
앤 역의 미셀 윌리엄스도 괜찮았다. 사실 인물의 설정이 좋았다. 신뢰를 배신한 남친을 확고하게 밀어낸 것도 멋지지만, 위기에 빠진 에릭을 돕기 위해 나서는 캐릭터가 현대여성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더라. 예전 영화에서는 여자는 '민폐'만 끼치는데, 앤은 분명한 '조력자'다.

그런데 여담이지만 앤의 5대5 가르마를 탄 앞머리가 영화 내내 흐뜨러짐이 없다는 것이 기이했다고 생각한 것은 나뿐일까. 미셀은 숏컷이 더 이쁜데 그것도 좀 아쉬웠다. 원작 탓이겠지? 안 봐서 모르겠다.
이제 슬슬 마무리를 하자면 개인적으로 확실히 재미있었다. 킬링 타임용으로도 좋고 뭔가 속시원하기도 하고.
베놈이 수퍼마켓에서 삥을 뜯는 동네 불랑배를 윽박지르는 장면이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는지 상상해보라. 베놈의 대사는 이렇다.

"우린 네 두 팔을 먹고, 두 다리도 먹은 뒤, 네놈 얼굴을 머리에서 뜯어먹을거야. 넌 팔도, 다리도, 얼굴도 없는 물체가 되어 거리를 굴러다니게 될 거다, 바람에 날리는 쓰레기똥처럼."

정말 착하게 살고 싶어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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