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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었다면 길었을 6년의 연애가 끝났어요
안녕하세요 이제 24살인 사회 초년생입니다. 

저와 남자친구는 고등학교에서 처음 만났어요.

특성화 계열 학교라서 여자가 적다 보니 남자인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는데

그때 당시 가장 친했던 남사친의 십년지기 친구가 남자친구였어요

처음에는 그냥 서로 친구 이상의 감정은 들지 않는 흔히들 말하는 남사친 여사친의 사이였는데요.

가까운 동네에 살고 있어서 갈수록 둘이 있게 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친구가 아닌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되었어요. 

제 고등학교 시절에는 그 친구를 제외하면 남는 게 없을 정도로 그 친구로 시작해서 그 친구로 끝났어요

아마 그 친구의 고등학교 시절 또한 그럴 거예요 친구로 지냈던 시간까지 포함하면 제 옆엔 언제나 그 친구가 있었으니까요.

좋은 이별이라는 거 없다고들 하지만 헤어짐 또한 그렇게 나쁜 이별은 아니었어요 

열일곱부터 계속 붙어 다니고 떨어지지 않았던 사이였는데 그 친구는 나라의 부름에 의해서 군대에 다녀와야 했고 다녀왔습니다. 그 시간 동안 저는 이 친구를 기다리기도 했지만 대학 졸업 준비도 하고, 인턴 생활도 하면서 바쁘게 보냈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이 친구가 제대를 하고 나서는 이 친구가 없는 시간을 못 받아들였던 어린 시절과 다르게 서로의 생활을 더 존중하게 되더라구요. 

그 친구는 군 제대 후 알바를 하면서 복학 준비를 하고, 저는 취업을 준비하곤 했습니다. 

그때까지는 서로가 그렇게 쉽게 헤어질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어요.

예전에 비해 줄어든 연락과 만나는 시간, 그리고 그 시간에 서로가 아닌 새로운 인연으로 채워가는 일 어려울 줄 알았는데 꽤나 쉽더라고요.

며칠 전 이 친구와 이 주만에 오랜만에 데이트를 하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게 연애가 맞을까, 우리가 너무 어릴 때부터 서로에게 익숙해져서 

그냥 평범한 친구의 감정을 연애 감정으로 사랑하는 감정으로 착각하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요

2주만에 만난 건데도 카페에서 서로 휴대폰만 보고 있고 대화를 따로 나누지도 않았어요

마치 해야 할 숙제를 하는 것처럼 밥 먹고, 카페 가고, 영화 보고...

그게 연애는 아니니까요

계속 그냥 모르는 척 사이를 돌려 보고 싶기도 했고 다른 사람을 만나자니 그것 또한 저한텐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근데 며칠 전 그 친구가 먼저 저희 집 근처까지 왔더라구요.

오랜만에 온 거라서 놀라기도 했는데 사람 감이라는 게 좋은 일은 아닐 거라고 예감은 했었어요

근데 역시나 먼저 얘기를 꺼내더라구요 

이제 서로가 상대방이 우선인 삶이 아니라 내가 우선인 삶을 살아 보자고 

쉽지 않을 일인 거 아는데 그게 서로에게 나을 것 같다고 

우리는 너무 많은 걸 서로만 해 왔고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서 착각하는 걸 수도 있다고 

그냥 잘 지내라는 말을 끝으로 덤덤하게 서로 갈 길을 갔는데 

그게 정말 잊혀지지도 않고 꽤나 아프더라구요

그 친구도 저만큼 힘들겠지만 아직까지는 6년 동안 했던 연애의 끝이 이렇게 날 줄은 몰랐으니까

그 시간 동안 좋아했던 마음 만큼 미련이랑 후회도 남는 것 같아요 

지금 며칠 되지 않아서 실감이 잘 안 나요 얘가 없다고 생각을 하니까 좀 슬픈 것 같기도 해요

시간이 지나면 저도 괜찮아질 수 있을까요?

그 친구를 보면서 웃을 수 있는 날도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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