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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파리스, 개복치처럼 죽지만 기세만큼은 둠가이다
게임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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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파리스 대기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2D 슈팅 플랫포머(런앤건) 장르 ‘발파리스’는 헤비메탈 감성이 충만한 게임이다. 대기화면에서부터 묵직한 헤비메탈 리듬이 울려 펴지는데, 피가 절로 끓어오르는 느낌이 든다. 화면 한가운데 서있는 지옥에서 돌아온 듯한 주인공은 흡사 둠가이 같다.

이 같은 광경을 본 플레이어의 머리 속에는 게임 시작 전부터 ‘적들을 어떻게 찢을까?’하는 생각만 맴돌 것이다. 허나, 한가지 유의할 점이 있으니 예상보다 높은 난이도다. 런앤건 장르가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는 ‘무조건 돌격’을 삼가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적을 찢는 것보다 본인이 찢겨지기 때문이다.

▲ 스토브로 나온 런앤건 게임 '발파리스' 소개 영상 (영상출처: 스토브 인디게임 공식 유튜브 채널)

마음만은 둠가이와 존 윅 못지 않다!

발파리스는 해외 소규모 인디 개발팀 스틸 맨티스의 두 번째 게임이다. 첫 게임은 슬레인: 백 프롬 헬(Slain: Back from Hell, 이하 슬레인)로 헤비메탈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런앤건 장르라는 점은 발파리스와 동일하다. 차이점은 슬레인이 고딕 다크 판타지인 반면, 발파리스는 괴생물체로 가득한 머나먼 우주의 행성이 무대라는 것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우주선에 탄 주인공이 함선 인공지능과 대화를 나눈다. 아버지인 ‘브롤’에게 죄값을 치르게 하겠다는 꽤 심각하고도 패륜적 내용이다.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기에 내용 이해에는 지장이 없지만, 대기화면에서부터 헤비메탈 음악에 심취한 플레이어에게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한시바삐 행성에 착륙해 앞 길을 막아서는 적들을 도륙 낼 생각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 아버지 게 섯거라! (사진: 게임메카 촬영)
도착한 행성은 그야말로 지옥과 다를 바 없다. 장르는 다르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둠과 닮았다. 수많은 잔해가 널브러져 있는 폐허, 마셨다가는 염라대왕과 대면할 것 같은 물웅덩이가 있는 밀림, 호시탐탐 주인공을 노리는 병사와 괴상망측한 동/식물들. 평소였다면 혐오스러웠겠지만, 헤비메탈 음악과 함께하는 플레이어에게는 그저 때려 부숴야 하는 존재에 불과하다.

발파리스는 배경에 흐르는 헤비메탈 음악과 화려한 액션, 잔인한 연출 덕분에 적을 쏘고 자르는 맛이 일품이다. 초반부터 3가지 무기(일반 원거리 무기, 칼, 특수무기)를 사용할 수 있어 다채로운 액션을 즐길 수 있으며, 또한 게임을 진행하면 할수록 새로운 무기를 얻게 되기에 단조로울 틈이 없다. 새 무기를 얻을 때마다 주인공이 격렬한 헤드뱅잉을 하는데,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도 덩달아 따라 하게 될 만큼 ‘락 스피릿’이 충만하다.
▲ 지옥 같은 분위기의 행성에 도착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괴상한 생물체와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무서움을 모르는 병사들과 싸워야 한다. 물론 주인공을 가로막는 이들은 싸늘한 시체가 될 운명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격렬한 헤드뱅잉!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무기 이름도 인상적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 모든 것을 100% 느끼려면 한가지 조건이 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발파리스의 주인공은 둠가이, 존 윅 같은 무적의 사나이처럼 느껴진다. 만약 플레이어가 록맨, 메탈슬러그, 콘트라 등 런앤건 장르에 익숙한 이라면 이는 현실이 된다. 그러나 해당 장르 자체가 낯선 이라면 수시로 바닥에 드러눕는 주인공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발파리스의 주인공은 맨손으로 악마를 이등분시킬 수 있는 외형을 지녔다. 하지만 이처럼 당당한 체구와 달리 심각한 유리몸이라 적에게 몇 대만 맞아도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다. 심지어 조작법을 알려주는 튜토리얼 스테이지에서조차 방심할 경우 싸늘한 시체가 될 수 있다.
▲ 의외로 나약한 발파리스 주인공 (사진: 게임메카 촬영)
발파리스는 무기 업그레이드는 가능하지만, 체력 또는 에너지 게이지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무기 업그레이드 역시 극적인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기에 결국 플레이어의 컨트롤이 가장 중요하다. 적이 공격을 감행하기 전에 제거하거나 회피 또는 실드를 활용한 막기/반격에 공을 들여야 한다. 특히 실드 활용 타이밍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 등장하는 적 중에는 실드를 사용해 기절시켜야 하는 것도 존재하는데, 컨트롤에 자신 없다면 싸우기보다 도망치는 것을 추천한다.

이처럼 런앤건 장르에 낯선 이에게는 잦은 죽음 때문에 게임 진행이 시원스럽지 않아 금새 흥미를 잃을 수 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체크포인트 간격이 매우 짧다는 것이다. 무수히 많은 체크포인트는 제작진의 배려처럼 느껴지는데, 덕분에 넘쳐 흐르는 헤비메탈 감성이 마음에 쏙 든다면 낯선 장르더라도 충분히 끝까지 달릴 수 있다.
▲ 적의 공격은 매우 아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일명 '오지마 사격'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그나마 체크포인트가 많다는 것이 다행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스팀서 호평 받은 발파리스, 스토브에 상륙

발파리스는 콘셉트나 장르 면에서 대중적인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헤비메탈 애호가이자 런앤건게임 팬이라면 이보다 더 취향에 맞는 게임은 없을 것이다. 도트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지옥 같은 무대, 힘차게 울려 퍼지는 헤비메탈 사운드, 그리고 파괴적인 액션 등 고전적이면서 거친 야성으로 무장한 게임이다.

발파리스는 지난 2019년 10월 스팀에 나왔으며, 18일 현재 리뷰 집계 사이트 오픈크리틱 평점 81점(총 41개 리뷰), 스팀 유저 평가 ‘매우 긍정적(749개 리뷰 중 91%가 긍정적)’을 기록 중이다. 이처럼 평단과 게이머 모두에게 호평 받은 발파리스는 지난 13일,

에도 상륙해 헤비메탈과 런앤건 마니아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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