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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1억원 넘는 차는 어떤 모양의 스마트키를 가지고 있을까?
오토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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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에서 봤던 시 하나가 꽤 오랫동안 마음에 남은 적 있다. 제목은 기억 안 나는데, 요약하자면 우리는 그 자체로도 빛나기 때문에 자기자랑을 하면 더 빛나서. 바라보는 사람이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함부로 자랑하고 다니지 말라는 말을 완곡하고 유연하게 표현해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좋은(비싼)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 수가 없다. 애초에 물욕이 없는 사람이면 비싼 자동차를 사지 않을 테니까. 그렇다고 해서 대놓고 말하거나 은근하게 입 밖에 내자니 괜히 체면이 안 서는 것 같다. 그럴 때 바로 자동차키를 꺼내 보이면 된다. 상대가 차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초롱초롱한 눈빛도 구경할 수 있다.
김태현 기자

1. 코닉세그 아제라

코닉세그는 돈 많은 고객들이 어떻게 자기들의 부유함을 표현하고 싶어하는지 잘 아는 듯하다. 자신의 차를 자랑하고 싶을 때 괜히 입 밖으로 차 이야기를 꺼내는 것보다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누가 봐도 어떤 브랜드의 차를 타는지 알 수 있도록 스마트키를 상대의 시선에 닿는 곳에 스리슬쩍 두는 것이다.
 
코닉세그는 슈퍼카라는 말로 표현이 부족해 하이퍼카를 만드는 스웨덴의 제조사다. 코닉세그 아제라의 키는 무려 25만 달러다. 한화 약 2억 8,000만원인데 벤츠 S 클래스 63AMG를 살 수 있는 돈이다. 플래티넘과 오닉스로 만들어졌고 테두리에는 40캐럿 다이아몬드가 영롱하게 빛난다. 아름답게 만든 키라기 보다는 훌륭하게 세공된 보석에 자동차 키 기능을 추가한 것 같다.

2. 부가티 시론

가질수록 여유가 있다고 했던가. 진정한 부자는 가볍게 돈 자랑을 하지 않듯이, 세계 3대 하이퍼카 제조사 중 하나인 부가티 시론의 키는 형태가 단순하고 기능도 평범하다. 손에 쥐기 편하게 테두리가 원형으로 다듬어졌고 부가티 앰블럼 반대편에는 도어를 잠그고 잠금을 해지하는 버튼이 있다. 키는 실내 아무곳에 둬도 되며 시동 버튼 근처에 있는 슬롯에 넣어도 된다.
 
컨셉 스마트키는 작은 IT기기처럼 생겼다. 형태는 좌우대칭이 아니며 한쪽이 날렵하게 디자인되어 초고속으로 도로를 달리는 시론의 성능을 나타낸다.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있고 옆에 있는 버튼을 조작해 시동을 걸 수 있다. 상단에는 시론이라고 쓰여 있다.

3. 파가니 와이라 로드스터

파가니는 이탈리아 모데나에 본사가 있는 하이퍼카 제조회사다. 창립자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엔지니어. 세계 3대 하이퍼카 제조사 중 하나다. 기존 와이라 쿠페에서 지붕을 시원하게 없앤 오픈카로 가격인 약 27억 5,000만원 정도. F1 레이싱카에 들어가는 소재보다 발전된 소재가 적용됐고 한정생산된 100대는 이미 출시하면서 완판됐다.
 
30억에 가까운 자동차를 사게 되면 귀여운 미니어처가 하나 생긴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는데 휠을 제조할 때 사용하는 소재와 비슷하다. 이 장식품은 앞뒤로 분리가 된다. 한 쪽은 자동차는 시동걸 때 사용하며 다른 한 쪽은 USB로 사용할 수 있다. 달리 생각하면 USB 케이스 같기도 하다. 참고로 가격이 500만원이 넘는다. 30억짜리 자동차를 굴러가게 만드는 500만원 상당의 USB 케이스라고 생각하니까 더 귀하게 보인다.

4. 람보르기니 테르조 밀레니오 콘셉트키

테르조 밀레니오는 람보르기니의 전기 콘셉트 슈퍼카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와의 협업을 통해 제작됐다. 이 자동차는 전기차임에도 일반적인 대용량 배터리가 들어가지 않는다. '세 번째 밀레니엄'을 의미하는 테르조 밀레니오는 슈퍼 캐패시터를 이용해 에너지를 저장한다. 탄소나노튜브 기술은 바디패널 자체를 하나의 배터리로 만들었다.
 
미래를 제시한 자동차답게 스마트키 역시 이 세상 것이 아니다. 키의 형태는 차체를 축소해서 이식한 듯 '람보르기니'다움을 나타내고 디스플레이는 지문을 인식할 수 있어 등록된 사람만 사용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를 위아래로 스와이프해서 조명에 불을 켠다든가, 도어의 문을 여닫을 수 있다. 눌러달라고 말하는 듯한 푸쉬 버튼에 지긋이 힘을 주면 미래에서 온 자동차는 굉음을 일으킨다.

5. BMW M8 그란 쿠페 콘셉트키

BMW의 8시리즈는 단종된지 20년이 지나서야 부활을 알렸다. 그란쿠페는 4도어 쿠페를 의미하며 M시리즈는 BMW의 고성능 버전이다. M8 그란쿠페는 M 디비전의 4.4리터 파워트레인이 들어간다. M더블바 키드니그릴, M그릴, M브레이크 캘리퍼, M트윈머플러가 M8의 고성능을 곳곳에서 대변한다.
 
M8 그란쿠페 콘셉트카는 아마존에서나 볼 수 있는 초록색의 거대한 딱정벌레가 떠오르는 형상이다. 크기의 2/3 가까이 차지하는 시원한 터치디스플레이 화면을 통해서 차량을 조작할 수 있다. 화면을 좌우로 스와이프해서 차량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하단 왼쪽에는 설정을 화면을 띄울 수 있는 아이콘이 있고 반대편에는 배터리 잔량을 보여준다.

6. 비스포크 페라리 키

개발비가 많이 들고 보기에 멋져 보이는 기능이 들어간 소프트웨어는 비싸다. 좋아보이는 하드웨어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별 다른 기능성 없이도 한 없이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보석을 아끼지 말고 사용하면 된다. S.P.Green&Co는 페라리의 심플한 키 디자인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다이아몬드로 꾸밀 수 있는데, 다이아몬드를 원하지 않는다면 다른 다양한 보석과 금속을 선택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보석과 금속 소재는 사람이 일일이 광을 낸 것. 이 반짝이는 키의 가격은 14,500파운드(약 2,153만원)이다. 한 손에 꽉 차지도 않는 자동차 키가 아반떼 가격과 같다.

7. 애스턴마틴 x 예거르쿨트르

주인공은 마지막에 나오는 법. 평범한 시계로 보이지만(가격은 평범하지 않다), 애스턴마틴 예거르쿨트르 AMVOX2 무선 시계다. 예거르쿨트르는 스위스의 시계 제조사로 이 시계를 애스턴마틴과 함께 만들었다. 잘 보면 분명 시계가 맞다. 자동차의 시동을 걸기 위한 별도의 버튼이 보이질 않는다. 용두를 뽑으면 될까?
 
비싼 시계니까 애먼 행동하지 말자. 그 어떤 물리버튼을 조작할 필요 없이 경도가 높은 사파이어 글래스를 왼쪽과 오른쪽을 눌러주면 된다. 괜히 '무선'시계가 아니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꼭 직접 시연해보고 싶은 기능이다. 가격은 3만 4,000달러(약 3,855만원)다. 다소 비싸게 느껴지는가? 예거르쿨트르의 시계는 원래 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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