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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노기 영웅전에서 가장 짠한 캐릭터 TOP 5
네오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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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돌아왔습니다
<마비노기 영웅전>은 지난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해 10주년을 앞둔 온라인RPG다. 왜 이름이 마비노기 영웅전일까? 마족과 인간의 전쟁으로 혼란스러운 시대에서 '영웅의 길'을 걷는 주인공(플레이어)의 여정을 담았기 때문이다.
영웅의 길이라고 하면 막 멋지고 폼 나는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실상을 들추어보면 어두운 면도 있기 마련이다. 빛이 있기 때문에 어둠도 있고, 어둠이 있기 때문에 빛도 존재한다.
어느덧 시즌4까지 걸어온 주인공은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빛과 어둠을 보았다. 스토리 자체가 비극적이다 보니 불쌍한 삶을 살다가 끝을 맞이한 인물도 많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살아가며 역사를 개척하는 인물도 있다. 잠깐 스쳐 지나갔지만 여전히 기억에 남는 인물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회자되는 이들이 많다. 그동안 지나온 세월을 뒤돌아볼 겸, 플레이어의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던 인물들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 마비노기 영웅전 주요 스토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분은 주의 부탁드립니다.

1. 루 라바다

영웅인 줄 알았지만
신들의 장기말

<루 라바다>는 마영전 시즌3에서 등장하는 레이드 보스다. 그는 원래 '다우나'라는 이름으로 평범하게 살아갔을 엘프였다.
하지만 '메르'라는 신에게 선택받아 <영웅의 길>을 걷게 되면서 그의 인생은 180도 달라진다. 여기에서 영웅의 길이란 마신 <엘쿨루스>를 봉인하고 세상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막기 위한 여정을 말한다. 즉 주인공과 같은 길을 걷던 선대 영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영웅의 길은 생각하는 것만큼 영광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마족의 신이었던 <키홀>이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엘쿨루스를 봉인해버린 '대형 사고'의 뒷수습을 하는 일이었다.
영웅이라 일컫는 자는 도구로써 투입되어 엘쿨루스 봉인이 풀리지 않도록 해야 했다. 한 마디로 키홀이 싼 X 치우는 역할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다음부터 발생한다. 어느 날 '카단'이라는 인간이 자신의 연인 '티이'를 살리겠다고 엘쿨루스의 봉인을 해제한 것. 예상치 못한 상황에 루 라바다는 이러려고 영웅했나 자괴감이 든다.
이윽고 시즌3에서 만난 주인공에게 그는 "너는 이런 거 하지 마라"며 막으려 했다. 하지만 도리어 패배하여 목숨을 잃고 말았다. 여기까지가 불쌍함의 절정이다.
한 번 죽고 나니 깨닫는 것이 있었나 보다. 신으로 각성도 하고 마이웨이 스타일로 바뀌었다.
그러나 시즌3 에필로그에서 갑자기 특별한 능력이 발현되어 되살아난다. 그뿐만 아니라 영웅보다 한 단계 높은 빛의 신 <팔라라>로 각성하면서 시즌4 중심인물로 자리 잡는다.
이제 그는 '영웅의 길이 아닌 나의 길을 걷겠다'며 독립을 선언한다. 어쩐지 보스몹치고 잘생겼더라니 이런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나 보다. 비록 과정은 비극적이나,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싸우는 인물로서 높이 평가할만하다.
- 한 짤 요약: 잘 생기면 된다

2. 잉켈스

반역자로 몰린
정의로운 기사

이제부터는 진짜 결말도 불쌍한 캐릭터들이 행진이다. 시즌1에서 등장한 <잉켈스>는 마영전 초창기 유저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며 왕국 기사단의 부사령관 중 하나다.
그는 얼음 딸기주를 가장 좋아할 만큼 소박한 성격이며 <루더렉>처럼 꽉 막힌 부사령관에게도 일침을 가하는 '멋진 상사' 캐릭터라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잉켈스는 카타콤을 조사를 하던 도중 법황청이 모리안을 소환하기 위해 비인륜적인 실험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법황청은 입막음을 위해 이단자 및 반역자로 몰아버린다.
이에 잉켈스와 그를 따르는 부하들은 "어차피 죽을 거 싸워 보고 죽자"며 스스로 블러드 셰이드를 먹고 마족화가 된다.
이성을 잃었던 그는 주인공에게 패배한 후 잠시 정신을 차린다. 숨을 가쁘게 내쉬며 말한다. "그렇군. 기사가 된 것이로군". 이 짧고 굵은 한 마디는 플레이어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그리고 "여신은 우리 모두를 죽여도 오지 않아"라는 명대사를 남긴 채, 무대 뒤로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다.
- 한 짤 요약: 루 얼굴 반만 따라갔더라도

3. 아이단

일가족에 이어 자신까지
쓸쓸한 죽음으로

<아이단>은 잉켈스의 부관이었으나 인간과 마족과의 전쟁에서 일가족이 모두 살해당한 뒤 사직하고 칼브람 용병 단장이 된 인물이다. "가족들이 죽은 순간 나의 목숨도 끝났다"고 이야기하며 마족에 대한 증오심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그러던 중 시즌3 말미에서 여신 <마하>가 엘쿨루스의 봉인석을 빼돌리고, 파괴의 신 <발로르>의 군대가 쳐들어온다는 내용이 예고된다. 즉 인간과 마족이 힘을 합쳐 싸워야 한다는 의미.
마족을 증오하는 아이단은 이러한 상황을 당연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결국 시즌4 프롤로그에서 주인공에게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다. 비가 내리는 고요한 밤, 가족들의 묘지 앞에서 그는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다.
아이단은 마족에게 이렇다 할 복수도 하지 못했으며 가족들만 한없이 그리워하다 목숨을 잃은 인물이다. 이쯤 되면 누구를 탓해야 할지도 애매하다. 그냥 이런 세상 자체가 뭐 같다고 할 수밖에.
- 한 짤 요약: 아이단 그렇게 죽어버리는 거 아이다!(?)

4. 카단 & 티이

운명과 사랑의 희생양

마영전의 핵심 인물 <카단>과 <티이>에 대한 평가는 조금 엇갈리는 편이다. 루 라바다 항목에서 이야기했다시피, 이들은 모든 비극의 원흉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카단 & 티이의 자세한 이야기는 ▼ 하단 포스트를 통해서도 읽어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모리안>이라는 여신이 티이의 몸에 강림해버렸다. 절망한 카단은 이판사판으로 리자드맨의 심장을 먹어 키홀로 강림하고, 다시 엘쿨루스를 봉인하기 위해 사라진다. 
모리안으로 변해가는 티이마저 그런 카단을 보고 "불쌍한 사람.. 가여운 사람이에요. 당신은.."이라고 쐐기를 꽂으면서 '오피셜 불쌍캐'가 되어버린다. 작중에서 가장 훈훈한 선남선녀 커플이었기에 더욱 충격적인 결말이었다.
▲시즌3 엔딩 중 한 장면. 티이가 의식을 되찾는 듯한 장면이 등장한다.
이미 엎질러진 물인 만큼, 카단과 티이가 행복했던 일상으로 되돌아올 방법은 없을 것이다. 티이는 운명의 희생양이 되었으며, 카단은 사랑을 위해 모든 걸 저버린 비극의 로맨티스트가 됐다.
다만 결과적으로는 모두에게 민폐를 끼친 셈이 됐으니 이기적이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이 뒤의 행보는 ▼ 하단 포스트를 통해 읽어볼 수 있다.
- 한 짤 요약: 커플지옥 솔로천국에게 건배

5. 엘리스 & 드윈

개죽음

<엘리스>는 마영전 시즌1에 등장하는 기사단 생도이며 <드윈>은 그의 상관이자 <카단>의 부관이었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조연에 불과했지만 가장 초반에 목숨을 잃은 인물이었던 만큼 충격이 컸다. 게다가 이렇다 할 저항도 못해보고 '개죽음'을 당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정의를 중요시하는 순수한 생도였던 엘리스는 법황청과 기사단이 부패한 한통속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카타콤이 있는 <아율른> 지역의 조사 결과를 보고한다. 이에 기사단은 그에게 위험한 아율른 지역의 비밀 조사 임무를 단독으로 수행하라는 명령을 일부러 내린다. 그냥 나가 죽으란 소리다.
하지만 순진한 엘리스는 '기사로서 인정받을 기회'라며 좋아했다. 말릴 틈도 없이 가버린 그는 칼리쉬라는 마족에게 처참하게 살해당한다. 그것도 주인공의 눈앞에서.
시즌2으로 넘어가면서 시간이 되돌아가고, 앨리스의 죽음 또한 없었던 일이 되긴 한다. 하지만 결국 똑같은 방식으로 다시 목숨을 잃는다. 어떻게 해도 죽는 운명이라는 비운의 인물이다.
한편 드윈은 엘리스보다 비중이 좀 더 높은 인물로 묘사된다. 꽉 막힌 구석이 좀 있었지만, 공과 사를 철저하게 구분하는 멋진 선배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
주인공이 기사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추천했을 정도로 사람 보는 눈이 있었고, 엘리스가 죽었을 때 크게 슬퍼할 정도로 부하를 아끼는 마음이 컸다. 주인공이 드윈보다 높은 기사직으로 임명받았을 때조차 쿨하게 축하하며 예우를 다했다. 
결국 앨리스 곁으로 감
하지만 그녀는 이단으로 몰린 카단을 지키려다가 화살을 맞고 허무하게 목숨을 잃고 만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기엔 아까운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드윈의 최후는 더욱 애석한 마음이 들게 한다.
심지어 주인공과 카단은 공격해오는 병사들로부터 황급히 도망치느라 장례조차 치러주지 못했다. 이후 그녀가 있던 건물을 찾아가면 그저 '누군가 있던 자리이다.'라는 싸늘한 메시지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 한 짤 요약: 시즌4에선 그만 좀 죽이자..
그래도 항상 활기찬 우리의 주인공. 아바타만 있다면 오늘도 행복하다.
이상으로 마비노기 영웅전에서 가장 짠한 캐릭터 TOP 5를 모아보았다. 사실 어떻게 보면 가장 불쌍한 캐릭터는 주인공이 아닐까 한다. 카단과 티이가 싸놓은 X를 치우려고 시간도 수차례 되돌리고, 소중한 동료를 잃어가면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독한 여정을 지나왔으니 말이다.
미래를 알기 때문에 모두를 살리기 위해 했던 행동도 인정받지 못한다. 도리어 마렉에게 "공적을 세우려고 꼼수를 부린다"며 핀잔을 받았다. 전말을 알고 나서 사과받긴 하지만 말이다. 어찌 됐든 시즌4에서는 더 큰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주인공은 인간, 마족, 그리고 또 한 명의 영웅과 함께 발로르 부대의 침공을 막아내야 한다. 또 누군가가 희생당하진 않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네오필의 마영전 연어일기는 매주 네이버 게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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