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잘 먹은 한 끼는 두고두고 마음 깊이 추억으로 남아 그곳에 다시 가고 싶게 만든다. 그만큼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새로운 미식의 도시로 떠오르고 있는 상하이는 특히 샤오룽바오가 태어난 도시 답게 만두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크다.
찐만두, 군만두, 국물만두, 무지개만두 재료나 조리법에 따라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상하이의 만두 맛집을 소개한다.
가가탕포(지아지아탕바오) 대중적인 편안한 샤오룽바오
가가탕포는 인민광장에서 가장 가깝고, 좀 더 정확하게는 '황하로미식휴한가'에 있다. 우리로 치면 먹자골목이다. 난징동루에서도 도보로 이동 가능한 위치에 있는데다 번화가에 자리한 만큼 줄 서서 기다리는 건 기본이고 일찍 가지 않으면 먹고 싶은 만두를 맛볼 수 없다. 만두 메뉴는 10가지인데, 그 중 샤오룽바오가 8가지일 만큼 상하이에서 유명한 샤오룽바오 전문점이다. 우리나라 분식점처럼 상하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 때문에 상하이 곳곳에 분점이 있고, 웬만한 대형 쇼핑몰 푸드코트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가가탕포의 만두는 모든 재료를 그날그날 소진한다. 하루 종일 빈자리가 없을 만큼 손님이 가득하고, 하루 종일 만두를 빚지 않는 시간이 없을 만큼 바쁘다. 바로 빚어서 바로 찌고 바로 손님에게 내어주는 시스템인데 어찌 맛있지 않을 수 있을까.가가탕포는 지점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이른 아침인 6시 30분에 문을 연다. 그래서 이곳에서 아침을 먹는 사람들도 많아 늦은 오후에 가면 인기 메뉴는 품절될 때가 많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만두는 돼지고기를 넣은 샤오룽바오와 게살을 넣은 샤오룽바오이다. 고춧가루와 고추기름을 섞은 매콤한 장은 테이블마다 준비되어 있고, 기호에 따라 생강채를 주문해서 곁들여도 좋다.
상하이의 대중적인 샤오룽바오 전문점 가가탕포는 오로지 만두만 빚어 파는 곳이어서 간결한 메뉴와 정갈한 맛으로 사랑받고 있다.
소양생전(샤오양성젠) 고소하고 쫄깃한 상하이식 군만두
상하이식 군만두를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면이나 탕 등 다른 메뉴도 있지만, 역시 인기 있는 것은 군만두, 중국어로 성젠바오라고 한다. 상하이에만 30여 곳이 넘는 분점이 있을 정도로 현지인에게도 무척 사랑받는 곳이다. 샤오룽바오가 찐만두라면 성젠바오는 군만두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육즙을 머금은 샤오룽바오를 살살 돌려 구우면 그게 바로 성젠바오가 된다. 돼지고기와 육즙이 가득 들어 있어 아주 고소하며 만두피는 쫄깃한 것이 특징. 만두 위에 부추를 뿌려 느끼함을 잡아주는 것이 포인트다. 단, 갖 구워 손님에게 내어놓기 때문에 한입에 확 베어물었다간 입천장이 벗겨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만두의 한쪽 부분을 살짝 찢어 한김 식힌 후에 호로록~ 칼칼한 국물의 탕과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도 든든하다. 이곳에서는 만두의 조리 과정도 모두 볼 수 있다. 한쪽에선 부지런히 만두를 빚고, 한쪽에선 동글동글한 만두를 넓은 팬에 이리저리 굴리며 굽는데,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쫄깃하고 바삭한 식감이 무척 좋은 성젠바오. 만두 마니아라면 꼭 한번 먹어봐야 할 맛이다.
남상만두점(난샹만터우뎬) 빨대를 꽂아 마시는 샤오룽바오
자타공인 상하이에서 가장 유명한 샤오룽바오 전문점인 남상만두. 상하이의 대표 스폿인 예원 입구에 위치해 있어 이곳을 몰랐던 이도 알게 될 수밖에 없는 포스를 자랑한다. 예원 자체도 언제나 인산인해지만, 그중에서도 남상만두점은 늘 왁자하다. 기다리는 사람, 먹는 사람 등 만두로 시작해 만두로 끝난다. 이곳은 3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층에선 포장만 가능하고, 2층과 3층에선 테이블에 앉아 먹을 수 있다. 어마어마한 유명세에 걸맞게 영어 메뉴도 있어 주문이 쉬우며, 인기 있는 메뉴가 무엇인지 '엄지 척'으로 표시도 해주니, 그리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다. 샤오룽바오는 작은 대나무 찜통에 져낸 중국식 만두인데 작은 대나무 찜통을 '샤오룽(小籠)'이라고 한다. 얇은 만두피 안에 뜨거운 육즙이 가득, 절대 한입에 먹으면 안되는 이유기도 하다. 그대로 베어물다가는입천장이 벗겨지는 참사를 당하기 때문! 그러니 만두피를 살짝 찢어 육즙을 먼저 마시고, 생강채를 올려 소스에 찍어 먹으면 된다. 무엇보다 이곳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일명 '빨대만두'. 커다란 샤오룽바오 가운데 빨대를 꽂아 육즙은 호로록 마시고 만두는 찢어 먹는다. 사실, 빨대만두는 육즙이 너무 진해서 좀 느끼하다는 호불호가 갈리는데 한번쯤은 맛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낙신왕조(파라다이스 다이너스티) 색도 예쁜데 맛도 훌륭한 무지개 샤오룽바오
최근 상하이에서 조금 핫한 샤오룽바오를 맛보고 싶다면 푸동 IFC몰 3층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다이너스티를 추천한다. 예능 <짠내투어>에 소개된 후, 더 많은 한국인들이 찾고 있는데, 사실 우리나라에 소개되기 전부터 이곳은 입소문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던 맛집이었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는 8가지 색깔과 맛을 품은 샤오룽바오. 보기에도 예쁘고 각각의 색깔마다 재료와 맛이 완전히 다른 게 특징이다. 가장 기본적인 돼지고기를 넣은 것부터 치즈, 마늘, 게살, 인삼은 기본이요, 푸아그라, 트러플까지! 파라다이스 다이너스티는 다양한 만두는 물론, 중국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인 만큼 다른 종류의 요리를 선택해도 좋다. 특히 부드러운 만두에 칠리소스를 얹어 매콤하고 깔끔한 맛이 좋아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 스파이시 완탕을 추천한다. 여기에 볶음밥, 채소 요리 등 1~2가지를 더 주문하면 완벽한 한 끼 식사로도 훌륭하다.
노길사주가(라오지스) 배우 장국영의 단골집에서 즐기는 상하이 가정식
중국의 유명 맛집 어플 '디엔핑'에서는 중국의 각 도시에서 꼭 가보면 좋을 맛집을 매년 선정하는데 그곳에 이름을 올린 상하이의 라오지스. 게다가 2019년 미슐랭 빕 구르망에도 선정되었다. 이곳은 프랑스조계지 우캉루 한적한 거리에 위치해 있는 상하이 가정식 전문점인데 배우 장국영이 상하이에 갈 때면 늘 이곳에서 식사를 했다고 한다. 사실, 이곳은 상하이의 갖가지 요리를 가정식으로 맛볼 수 있는 곳인데, 만두 전문점은 아니지만 조금 특별한 만두가 있다. 바로 두부피로 감싼 만두! 배우 장국영이 가장 좋아했다는 홍샤로우(돼지고기찜)와 훈툰(완탕), 두부만두, 청경채볶음 등을 주문하면 너무나 근사한 한 끼를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