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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계속되는 운영 문제, 현재 시스템으로는 안 된다


이번 사태와 비슷한 경우는 먼 과거부터 있었다. 운영진이 모여서 계정을 조작해 유저를 학살하고 다녔던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노토리우스 당 사건은 이 같은 논란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으며, 지난 2018년에는 게임 아이템 4억 원 어치를 빼돌린 게임회사 직원이 실형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특히 던파는 다크서클 사건과 운영진 작업장 결탁 등 비슷한 성질의 논란을 이미 여러 번 겪었던 게임이다. 그렇기에 많은 유저들이 더욱 이번 사태에 분노하고 있다.
게임은 점차 성숙해지는데, 게임사와 운영진은 그렇지 못하다
게임 회사 내부 직원의 부정행위가 문제되어 생기는 논란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로는 게임 아이템이나 계정을 조작하는 경우다. 계정 정보나 아이템을 조작하는 경우는 대체로 운영자가 가지는 지위와 능력을 이용해 게임 내에서 분쟁을 조장하거나 더 나아가서 현금 거래를 시도하는 식으로 번지게 된다. 현재 던파에서 벌어진 논란이 이에 속하며, 메이플스토리 2를 뜨겁게 달궜던 운영자 권력 남용 사건, 앞서 언급한 노토리우스 당 사건 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는 게임 주요 정보 유출이다. 이 역시 아이템이나 계정 정보 조작 못지않게 자주 일어나는 사건이다. 작년에 출시된 린: 더 라이트브링어는 사전 유출된 정보를 이용해 아이템을 사재기하는 일을 벌이며 금전적으로 이득을 취한 사람들이 적발됐다. 심한 경우 엘소드나 세븐나이츠 사례처럼, 운영진이 특정 길드와 친목을 쌓고 해당 유저에게 이득이 되도록 게임 정보를 제공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이는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과거엔 문제되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순간의 실수도 증거가 남는 요즘 같은 시기엔 이런 친목의 산물 또한 운영진의 권력 남용으로 해석된다. 소통은 활발하되 사심 없이 공정하고 공평한 운영이 필요한 법인데, 이를 간과한 이들이 많다.

게임사 시스템 전면 재정비 필요하다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일단 투명한 운영 및 사건 처리 시스템이 자리잡아야 한다. GM의 슈퍼계정을 플레이어가 바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하며,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즐기는 계정은 회사 고위급 차원에서 매우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건이 일어났을 때 꼬리 자르기가 아닌 해당 임원들까지 책임을 지고 옷을 벗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회사 입장에서도 더욱 철저한 내부 감사와 시스템 구축이 진행될 것은 극명하다. 물론 직원의 개인 사생활까지 일일이 간섭하고 감찰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이런 투명함은 운영 논란이 생긴 후 후속 조치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가디언 테일즈의 대사 수정 논란처럼 대처가 다소 늦더라도 이후의 대처가 비교적 투명하고 확실한 경우는 유저들 사이의 평판과 매출도 금세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던파 논란처럼 사측의 신뢰를 훼손시킨 사건의 경우 회사 내부 감찰 결과 발표를 쉽사리 믿기 힘들다. 회사 측에서는 사건이 최대한 작게 마무리될수록 좋기 떄문에, 은폐나 축소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븐나이츠 사례처럼 논란에 대한 해명이나 후속 대처가 또 다른 의혹을 낳을 만큼 불투명하게 사건이 마무리된 경우도 많다.

게임회사 역시 운영자라는 직책에 대해 전문 의식을 지닐 필요가 있다. 많은 게임회사들은 메인 디렉터와는 달리 GM 직책이나 QA 업무를 경력직에게 배정하지 않는다. 실제로 국내 대다수 게임사에서 위 두 업무는 다른 파트에 비해 비정규직 비중이 매우 높다. GM이나 QA를 게임을 잘 알고 애정이 높은 경력직원으로 배정하는 일부 외국 회사들과 다른 부분이다. 운영 논란을 근절하기 위해선 운영 업무에 대한 회사 측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게임사 내외적으로 운영 업무의 중요성에 대한 확실한 교육이 필요하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게임 운영이 일반적인 서비스업의 고객 서비스(CS)와는 다른 성질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인지시켜야 하며, 국가 차원에서도 중소기업이나 게임 직종 희망자를 대상으로 운영 업무에 대한 전문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해당 교육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