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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르부터 클렌즈 주스까지, 주스의 모든 것
마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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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스는 시작부터
신들의 건강음료였다

마시즘에서 가장 궁금한 음료 중 하나는  '넥타르(Nectar)'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가장 오래된 주스. 신들은 이 음료를 통해 젊음과 활력을 얻을 수 있었고, 각종 연회에서 넥타르를 나눠주며 서로의 건강을 빌었다. 손님맞이용 음료라는 면에서 델몬트랑 똑같은 포지션이라고 볼 수 있다.
(신이 먹는 음료와 음식,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는 결국 이렇게 재탄생된다)
신화에서는 '탄탈로스(Tantalos)'라는 인물이 연회에서 이 음료를 빼돌린다. 인간들에게 영원한 젊음을 주기 위해서다. 주스의 역사 또한 마찬가지다. 맛과 활력, 건강을 찾기 위한 인간의 도전이랄까?
주스를 만드려고 했는데
술이 되어 버렸어
신화에도 나오는 주스. 하지만 인간이 주스를 마음껏 먹은 것은 최근에서야 일이다. 분명 과거에도 과일로 주스를 만들기는 했다. 하지만 널리 알려지거나 팔린 기록이 남아있지 않았다. 바로 '보관기간'때문이다.

과일주스의 제조방법은 단순하다. 하지만 과일이 액체가 되는 순간 변질이 일어났다. 과일의 세포가 망가지며 기존의 맛과 영양을 잃었다. 주스 만들기에 성공했다고 해도 과일 안에 있는 당이 발효되어 술이 되거나, 식초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때문에 넥타르 역시 와인의 일종이 아니겠느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물론 신만이 알겠지.

포도주스는 와인의 중간과정, 사과주스는 사이다(사과로 만든 과실주)의 중간과정일 뿐이었다. 과즙을 즐기고 싶다면 그냥 과일을 먹는 것이 나았던 시대. 하지만 변질을 늦춰주는 냉장기술이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금주법이 만든 포도주스
재고가 만든 오렌지주스
1869년, 미국 뉴저지에 사는 목사(이자 치과의사)인 '토마스 웰치스(Thomas Bramwel Welch)’는 교회에서 포도주를 마시는 것에 불만이 있었다.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이들이 종종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알코올이 없는 포도음료를 만들어 신성한 교회를 지키기로 마음먹었다. 

토마스 웰치스는 파스퇴르의 저온살균을 포도 주스에 적용하여 최초의 포도주스를 만들었다.  ‘웰치스 포도주스(Welch‘s Grape Juice)’의 탄생. 물론 상업적으로는 정말 실패했다는 게 함정. 하지만 1919년, '금주법(The Volstead Act)'이 찾아오자 입장이 바뀌었다. 알코올이 전혀 없는 합법 음료(?) 웰치스 포도주스는 각 가정과 특히 교회 성찬식에 좋은 대안이 되었다.
(풍년과 재고가 만들어낸 과일주스의 탄생)
오렌지주스는 넘치는 재고(?)때문에 탄생했다. 미국 내에 꾸준히 늘어났던 오렌지 농가에서 풍년이 일어난 것이다. 팔리는 양보다 너무 많이 생산해서 문제, 또 보관을 하자니 공간이 좁은 것이 한계였다. 결국 농가들은 오렌지 과즙을 짜서 농축하여 보관하고, 판매하였다. 

태어난 계기는 다르더라도 포도주스와 오렌지주스는 대중들에게 건강한 삶의 중요성을 인식시켰다. 도시에서 과일을 계절에 관계없이 마실 수 있다는 점. 생활에 필요한 비타민을 보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주스는 술이 만들어지는 중간단계가 아닌 하나의 독립적인 음료로 사랑받게 된다.
과일에서 채소로
클렌즈 주스의 탄생
한국에서도 과일주스는 오랫동안 건강함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오렌지 아니면 포도, 혹은 사과 정도로 예상 가능한 맛 들이었다. 그러다 2007년 미국의 '메멧 오즈(Mehmet Oz)’라는 박사가 베스트셀러가 된 <내 몸 사용 설명서>를 내며 주스에 대한 인식을 한 단계 높이게 된다. 바로 '클렌즈 주스(Cleanse Juice)'다.

미국에서는 헐리우드 스타들의 건강 및 다이어트 비법으로 사랑받은 클렌즈 주스는 멀리 한국에도 전달이 된다. 카페 대신에 여러 주스바가 생겼고, 식사 대신 클렌즈 주스를 마시는 사람도 늘어났다. 녹즙이 과일과 채소로 바뀌었다 뿐이지 90년대에 아빠가 저렇게 먹는 것을 본 것 같은데(...)
(풀무원녹즙에서 보내준 녹즙. 유통기한 3일짜리 신선한 녹즙이. 30병이나)
물론 클렌즈 주스와 녹즙은 엄밀하게 말하면 다르겠지만, 기존 마트와 편의점에서 사서 먹는 대중화된 주스보다 방금 수확한 재료를 가지고 영양 손상 없이 배송해준다는 점은 현대인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단순히 음료 한 모금의 효능을 떠나서 대중들에게 '건강의 중요성'과 '바쁠 때는 끼니 대신 음료'를 챙겨주게 했다.
젊음에 대한 목마름이
주스를 마시게 한다
넥타르부터 클렌즈 주스까지. 시대별로 주스를 부르는 이름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주스를 마시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비슷했던 것 같다.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건강한 삶을 살고 싶은 마음들이 주스를 마시게 하고 있다(물론 건강을 논하기 전에 맛있다). 

일상이 빠르게 흘러 갈수록 건강에 대한 우리의 고민은 깊어진다. 그럴수록 우리가 마시는 주스는 점점 발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참고문헌
[영단어 어원과 유래] 넥타르와 암브로시아, 김정균, 아이뉴스24, 2014.01.17
초급 술박사 입문 술에 대해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 A to Z, 박세회, 허프포스트코리아, 2016.1.15
The Ancient Origins of Apple Cider, Danny Lewls, Smithsonian, 2016.12.8
[종교와 음식](29) 금주와 웰치스, 박경은, 경향신문, 2017.9.21
주스와 냉장 기술의 공생, 정재훈, 올리브, 2015.8.17
[사이언스 톡톡] 지난주 래스커상 받은 3명 중 다음달 노벨상 주인공 나올까, 유용하,서울신문, 2015.9.14
아침식사의 문화사 Breakfast, 헤더 안트 앤더슨, 니케북스
[식품야사] 풀무원, 그리고 식품의 미래, 이덕주, 매일경제, 2019.06.12
[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물류가 멈추면 생활이 멈출까, 이상근, 아웃소싱타임즈, 2019.5.20
[클렌즈 라이프]④주스, 클렌즈 열풍의 시작, 오연주, 헤럴드경제, 201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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