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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와 펩시를 이긴 비밀
'게토레이'의 땀나는 역사

달리다 보면 느낀다
뛰는 것보다 멈추고 난 후가
더 걱정이라고
부동산 사장님이 분명히 '정류장에서 3분 거리'라고 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그런 기록이 나올 수 있는 것일까. 우리 집에서 버스 타기 3분 컷. 이건 우샤인 볼트형이 와도 안된다.
뛰다 보니 걱정이 더해간다. 아마 도착을 하더라도 나는 숨도 제대로 못 쉬겠지. 약간의 어지러움과 함께 속도 울렁일 것이다. 뛰는 것보다 더 지옥 같은 순간이 기다린다. 그때 내 몸에서 떨어지는 땀방울이 말한다. "게토레이를 마시라고 거북아!"
그렇다. 달릴 때 생각나는 음료 '게토레이'가 있다. 기이한 맛에도 50년을 버텨온 녀석. 왜 우리는 땀을 흘리면 게토레이를 떠올리는 것일까?
물론 맛은 빼고

케이드 박사는 학교 지하실에서 음료 작업을 시작한다. 땀에 있는 각종 염류는 몸의 균형을 맞춰준다. 그렇다면 이 음료에 이 성분을 넣어 물보다 빠르게 흡수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게토레이가 태어났다. 완벽한 기능성 음료. 비록 변기 세정제 같은 맛이 났지만. 어떻게 레몬 좀 짜면 괜찮지 않을까?
괜찮지 않았다. 플로리다 게이터스 감독은 이 변기... 아니 음료를 마시고 말했다. "1학년 선수들에게 마시게 하는 건 괜찮소. 그런데 우리 대표선수들은 절대 건들지 마!"
그게 승부를 가른 거야

운명의 날이 왔다. 날씨는 완벽했다. 37도와 38도를 넘나드는 더위. 조금만 뛰어도 천국을 구경할 수 있는 날씨다. 후반전이 오자 케이드는 선수들에게 준비한 음료를 마시게 했다. 선수들은 오줌물 같다는 독설을 날렸지만 그 날 경기는 14대 7로 승리한다. 그 뒤로 이 음료는 선수들과 함께한다. 이름마저 악어(Gator)와 음료(Ade)를 합쳐 '게이터레이드(한국에서는 게토레이라고 상표등록)'라고 짓는다.

플로리다 게이터스는 그 해 시즌을 8승 2패로 마쳤다. 그리고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승리한다. 이때 상대팀 감독 바비 다드는 유명한 말을 남긴다. "게토레이가 없었잖아. 그게 승부를 가른 거야(We didn't have Gatorade. That made the difference.)"
플로리다 게이터스의 활약으로 게토레이는 모든 미식축구팀에서 마시게 된다. 상업화가 된 것이다. 케이드 박사는 더 이상 레몬을 짜느라 근육통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다.
피부에 양보하세요


게토레이의 제작사 퀘이커 오츠는 이 기회에 무언가를 해야 했다. 퀘이커오츠는 '감독님의 옷이 손상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라는 쪽지와 함께 의류상품권을 보냈다. 빌 파셀스 감독은 "저는 올해 게토레이 샤워를 몇 번 더 맞기를 기다립니다"라고 답했다.
그 해 파셀스는 총 17번의 게토레이 샤워를 맞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300L의 게토레이를 피부에 양보한 격.
마이클 조던과 십년지기

광고기획자 '버니 핏젤(Bernie Pitzel)'은 곧바로 조던이 출연하는 TV광고를 만들어야 했다. 문제는 주어진 기간이 4일이라는 것과. 촬영 소스가 마이클 조던의 덩크 영상 모음이라는 점이었다. 이렇게 만들다가는 광고가 게토레이인지 나이키인지 헷갈릴 것이 분명했다.
핏젤은 식탁보에서 가사를 써서 광고음악을 급조했다. 그리고 거리의 아이들에게 마이클 조던을 따라 해보라고 했다. 그렇게 만든 광고 영상이 'Be Like Mike'다. 광고는 조던의 영상과 아이의 영상을 교차하며, 누구나 마이클 조던이 되기를 꿈꾼다는 내용을 담았다. 여전히 게토레이 하면 회자되는 멋진 광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03년 슈퍼볼 광고였다. 이름하야 '23 VS 39'. 23살의 조던과 39살의 조던이 일대일 농구대결을 하는 영상이다. 사실 이것은 게토레이에 대한 광고라기보다는 조던에 대한 찬사다. 물론 그때쯤에는 게토레이와 마이클 조던을 떼어서 생각하긴 어려웠지만.
상대하는 방법

게토레이는 이들에게 어떻게 맞섰을까?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경쟁 음료수들이 게토레이보다 맛이 좋다고 말하자, 소비자들은 이게 당이 많이 들었구나로 알아들었다. 그래서 가격으로 승부를 보았는데, 값이 싸지자 브랜드의 가치도 싸졌다. 알아서 자멸이라고 할까.

게토레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