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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행] 타이의 대모험, 드퀘 외전에서 당당한 주연으로
게임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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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종료 23년만에 본격 게임화 되는 타이의 대모험 (사진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지난 12월 처음 발표된 타이의 대모험 게임이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소년 점프 히트작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애니메이션도 화제를 모은 데다 국내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기에 진작 게임으로 나왔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그동안 감감무소식이다 연재 종료 23년 만에 예고 없이 게임화가 발표되니 살짝 의아한 느낌도 든다.

사실, 타이의 대모험은 탄생부터 게임과 깊은 관계를 가진 작품이었다. 애초에 이 만화는 게임 드래곤 퀘스트 만화화 과정에서 나온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게임 원작 미디어믹스로 만들어진 만화가, 다시 게임으로 돌아간 셈이라 볼 수도 있겠다. 이번 주는 90년대 만화 타이의 대모험과 그 뿌리가 되는 드래곤 퀘스트 간의 트리비아를 살펴보자.

JRPG 대부 드래곤 퀘스트와 만화잡지 소년 점프의 인연
▲ 타이의 대모험 원작이 되는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초기작 커버 이미지 (사진출처: 아마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타이의 대모험은 드래곤 퀘스트와 깊은 관계를 넘어 스핀오프작에 해당한다. 애초에 만화 원제가 ‘드래곤 퀘스트 -다이의 대모험-(DRAGON QUEST -ダイの大冒険-)’이니까. 타이의 대모험이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의 일환으로 제작된 배경에는 게임 개발자 호리이 유지와 소년 점프 간의 인연이 있다.

호리이 유지는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디렉터로 유명하지만, 본래는 문학도로 만화가 시나리오 작가를 지망하고 있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만화보다는 평론에 집중해 여러 잡지에 글을 투고했는데, 소년 점프도 그가 글을 투고하던 잡지 중 하나였다. 소년 점프에서 그는 문학계에서 쓰이는 방식의 만화 평론을 내놓으며 프리 라이터로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의 아버지 호리이 유지 (사진출처: 스퀘어 에닉스 공식 유튜브 채널)
1981년, 호리이 유지는 사무 작업을 위해 컴퓨터를 구입하며 디지털 게임을 접하게 됐다. 대학 시절부터 취미로 마작이나 주사위 게임의 규칙을 분석하던 그는 금방 컴퓨터 게임에 빠져, 직접 컴퓨터 언어를 배워 기초적인 게임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그가 주로 기고하던 소년 점프는 게임 기사도 취급하고 있었는데, 호리이는 기존에 쓰던 만화 평론에 더해 게임 평론에도 발을 내딛었다.

호리이 유지는 컴퓨터 게임을 시작한 이래 개발과 잡지 평론을 병행하며 빠르게 내공을 쌓았다. 그러던 호리이가 전업 게임 개발자로 직종을 전환하게 된 계기 역시 소년 점프를 통해 찾아왔다. 1982년 게임 개발업체 에닉스가 개최한 아마추어 게임 개발 대회를 소년 점프가 독점적으로 취재했는데, 호리이가 마침 취재원으로 행사장에 간 것이다.
▲ 게임 개발 대회에서 1등을 한 나카무라 코이치(좌)와 호리이 유지(우) (사진출처: Medium)
호리이 유지는 대회 취재 뿐 아니라, 직접 만든 테니스 게임을 출품해 입상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과정을 취재해 기사로 실었다. 당시 다른 입상자들은 같이 상을 받은 호리이가 자신들을 취재하는 상황에 다소 당황했다고 전해진다. 어쨌든, 부상으로 호리이는 198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플페스트라는 게임 행사에 참가할 수 있게 됐고, 이는 그가 전업 게임 개발자의 길로 들어서는 전환점이 됐다.

당시 애플페스트에 출품된 ‘울티마 3: 엑소더스’와 ‘위저드리 3: 릴가민의 유산’ 등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은 호리이는 에닉스에 입사해 개발자가 됐으며, RPG를 만들겠다는 강한 뜻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입사 후 몇 해가 지나 탄생한 RPG가 바로 드래곤 퀘스트다.
▲ 드래곤 퀘스트는 방대한 2차원 지도를 탐험하는 울티마 3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사진출처: Abandonwares)
▲ 드래곤 퀘스트 4 발매를 앞두고 기획된 미디어믹스 타이의 대모험 (사진출처: 추억의 만화)
드래곤 퀘스트 4 출시 일정이 1990년으로 잡힘에 따라 에닉스는 다양한 미디어믹스로 시장 기대를 더욱 고조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계획의 중심에는 전작부터 홍보에 많은 도움을 제공해 온 소년 점프가 있었다. 이번에도 소년 점프는 드래곤 퀘스트 4 개발 기사에 더해, 아예 드래곤 퀘스트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만화를 연재하기로 결정다. 그렇게 단편 연재로 시작한 만화가 바로 타이의 대모험이다.

여담이지만, 미디어믹스로 타이의 대모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아벨 탐험대’라는 이름으로 방영됐던 TV 애니메이션 드래곤 퀘스트도 있었다. 스튜디오 코메트에서 제작하고 후지테레비에서 방영한 이 애니메이션 역시 호리이 유지가 방향성을 잡고 토리야마 아키라가 디자인 원안을 맡았다. 여기엔 훗날 출시될 드래곤 퀘스트 4 캐릭터들이 카메오로 등장해 기대를 높이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 아벨 탐험대도 드래곤 퀘스트 미디어믹스의 일환이었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아벨 탐험대와 달리, 타이의 대모험은 드래곤 퀘스트와 세계관은 공유하지만, 아예 원작 시리즈와 이어지지 않는 방향을 택했다. 스토리 역시 마왕이 처단된 세계에서 온순해진 몬스터들과 함께 자란 소년 타이가 사부 아방을 만나 세계로 나서고, 여러 가지 모험을 하며 동료들과 함께 세계의 위기를 구한다는 100% 오리지널 스토리를 다룬다. 그렇기에 타이의 대모험은 정식 명칭이 ‘드래곤 퀘스트: 다이의 대모험’ 임에도 불구하고, 게임과는 거의 접점이 없는 만화가 되었다. 사실상 강도 높은 외전 작품이었다.

이는 에닉스 산하 잡지 소년 간간에서 1991년 연재를 시작한 ‘드래곤 퀘스트 열전 로토의 문장’과는 대비되는 특징이었다. 이 만화는 게임 드래곤 퀘스트 3를 바탕으로, 원작 지역 및 캐릭터가 거의 그대로 등장한다. 다만 스토리는 게임과 차이가 난다. 호리이 유지 설명에 따르면 게임과 로토의 문장은 일종의 평행세계로, 원작 세계관과 설정은 그대로 쓰지만 스토리 전개는 게임과 다르게 설정했다. 덕분에 역으로 원작 팬들은 더욱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 또 다른 드래곤 퀘스트 만화 ‘로토의 문장’은 상대적으로 원작에 충실한 길을 택했다 (사진출처: 예스24)
▲ 공식 장난감도 국내에 들어올 때는 전부 드래곤 퀘스트를 떼고 타이의 대모험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왔으니… (사진출처: ebay)
이렇듯 타이의 대모험은 원작 게임과 큰 접점이 없었다. 그러나 만화가 큰 인기를 얻으며 장기 연재됨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원작 게임 시리즈가 타이의 대모험 오리지널 설정을 역수입한 것이다. 예컨대 ‘메드로아’라는 파괴마법은 본래 만화에만 나오는 주문이었지만, 훗날 드래곤 퀘스트 11에 정식 추가된 식이다.

다만, 큰 인기에도 불구하고 타이의 대모험 게임화 시도는 이상하리만치 이루어지지 않았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한창 인기를 끌던 90년대에는 물론, 2000년대 들어서도 몇몇 점프 캐릭터 작품에 참전하거나 타 게임과 콜라보 한 것을 제외하면 게임과는 연이 없었다. 그러던 2019년 12월, 스퀘어에닉스는 원작 만화 연재 종료 23년 만에 타이의 대모험 게임화를 발표했다. 그것도 동시에 세 개씩이나.

2021년 출시되는 타이의 대모험 게임, 어떤 것들이 있나?
▲ 스퀘어에닉스가 발표한 타이의 대모험 게임 중 하나인 ‘드래곤 퀘스트 타이의 대모험: 크로스 블레이드’ (사진출처: 스퀘어에닉스 공식 홈페이지)
▲ 원작의 악당들과 화려한 기술로 대결을 재현할 수 있는 ‘드래곤 퀘스트 타이의 대모험:인피니티 스트랏슈’ (사진출처:스퀘어 에닉스 공식 홈페이지)
▲ 게임기 위에 실물 카드를 올리고 움직여 치르는 대전 카드 아케이드 게임 ‘드래곤 퀘스트 타이의 대모험:크로스 블레이드’ (사진출처:스퀘어 에닉스 공식 홈페이지)
▲ 세 개의 열을 따라 나타나는 몬스터를 다른 유저들과 함께 물리치는 모바일 RPG ‘드래곤 퀘스트 타이의 대모험: 혼의 유대’ (사진출처:스퀘어 에닉스 공식 홈페이지)
타이의 대모험은 드래곤 퀘스트에서 파생돼, 일각에서는 게임보다 더 높은 인기를 누린 만화다. 게임화 시기가 이토록 늦어진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마도 판권에 두 개 이상의 회사가 얽혀 있는 등 어른의 사정 때문이 아니었나 추측해본다. 이제 본격적으로 게임 정벌에 나선 타이의 새로운 모험이 어떻게 진행될 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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