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 읽음
어느 사랑의 역사
(2020년 7월 23일)


어느 사랑의 역사


장마철에는 생각도 따라 젖는다.

제방 너머, 그대는 이제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일찍 나온 별이 그대가 걸어간 점선을 알려주지만. 부질없고 가엾다 우린. 앞질러 고해를 해버린 그대도, 언제나 죽어가는 꿈만 꾸었던 나도.

반쯤 눈 감은 저녁이 오고 강은 여기쯤에서 숨을 고른다. 뺨에 난 흉터가 붉다. 잡목 숲 그늘에서 부끄럽게 모자를 벗는 누대의 의식, 혹은 후회.

굵은 강물이 루오의 그림처럼
내 눈썹 위를 흘러
북해로 가고 있었다.

지녔던 모든 것이 북해로 가고 있었다.

* 허연 시집,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에서 (57)
- 문학과지성 시인선 542, 2020. 6.17



:
이번 주 + 다음 주까지 내내 내린다는 장맛비,
'생각도 따라 젖는다'는 표현이 뙇!

비 속에 흥건히 젖어도 좋았던 날은 '부질없고'

주말엔
내 정든 바다 광안리라도 가서 만나면 좋으련만,

비는 자꾸 내리기만 하고...


#오늘의_시



* 조르주 루오(Georges-Henri Rouault, 1871년∼1958년), "풍경"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