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읽음
[인디言] 20년 멈췄던 만화 '굿모닝! 티처' 팬게임의 재시작
게임메카
그런 굿티를 사랑해 직접 게임으로 만들려던 팬이 있었다. 그는 2000년대 초 팬게임 홈페이지를 열고 원작자에게 일러스트까지 받았지만, 프로젝트는 끝을 맺지 못한 채 약 20년 동안 멈춰 있었다. 그리고 올해 초, AI의 도움을 받아 다시 작업을 시작한 그는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 첫 빌드를 공개했고, 8월 1.0.0 정식 버전에 이어 11월에는 1.3.0 업데이트까지 내놓았다. 비공식·비상업 팬게임 ‘GMT 게임 프로젝트’를 만든 신준수 개발자의 이야기다.
▲ GMT 게임 프로젝트 소개 영상 (영상출처: GMT 게임 프로젝트 공식 유튜브 채널)
20년 전부터 시작된 GMT 게임 프로젝트
신준수 개발자는 대학 시절에는 카이스트 게임 제작 동아리 '하제'의 회장을 맡았을 만큼 게임 제작에 관심이 많았다. 그가 굿티 팬게임을 만들기 시작한 계기는 원작의 결말이었다. 박영민과 천주현이 이어지기를 누구보다 바랐지만, 원작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신준수 개발자는 “'영민을 더 성장시켜서 주현과 이어주자!'라는 마음이 제작 동기의 90%쯤은 차지했던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대학에 들어가 동아리 서버를 쓸 수 있게 되자, 그는 곧바로 팬게임 홈페이지를 열고 홍보에 나섰다. 결말에 대한 아쉬움에 공감한 팬들의 호응은 예상보다 컸다. 동아리 후배가 참여 의사를 밝혔고, 원작자 서영웅 작가와도 연락이 닿아 직접 그린 일러스트를 받았다. 2004년에는 동아리의 기초적인 다이렉트X 엔진으로 그림과 음악, 대사창을 연결한 시제품을 만들어 축제에서 전시하고 홈페이지에도 올렸다.
이후 약 20년 동안 그는 회사 생활을 이어갔지만, 게임 개발에 다시 도전할 용기는 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미련을 완전히 놓지도 못했다. 신 개발자는 “프로젝트가 끝났다고 선언하면 제 안의 게임 개발자까지 끝나버릴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그사이 게임회사에 취직해 팀장으로 일하기도 하며 일찍부터 AI와 함께 작업하는 경험도 쌓았다.
그러던 2026년, AI 개발의 시대가 열렸다. 이때 신 개발자는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댈 수 없다고 느꼈다. 이에 저장공간에 남아 있던 옛 홈페이지와 프로젝트 자료를 AI 에이전트에게 보여줬고, 완성할 수 있다는 답을 얻었다. 프로젝트 재개 인사문에서 그는 “남은 것은 미완성된 결과물에 대한 마음의 빚, 원작자께 대한 죄송함, 그리고 저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었다”라며 지난 20년을 전했다.
GMT(굿모닝! 티처) 게임 프로젝트는 박영민이 되어 일출고에서 3년을 보내는 육성 시뮬레이션이다. 평일에는 학습, 집중학습(야자), 체력관리, 동아리·특기, 휴식 같은 '주중 방침'을 골라 능력치를 키우고, 주말에는 도서관이나 번화가, 동네·공원 등에서 시간을 보내며 인물들과 관계를 쌓는다. 여러 히로인과 호감도를 쌓으면서 능력치로 엔딩 조건을 맞추는 '도키메키 메모리얼'의 구조를 뼈대로, '프린세스 메이커 2'의 세밀한 능력치를 참고했다. 신 개발자는 “3년 동안 학교생활을 하며 성장한다는 점이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가장 차별화하고 싶었던 부분은 능력치다. 학업과 체력 외에 '배짱', '믿음직함', '공감'처럼 다른 육성 게임에서 보기 드문 요소가 더해졌다. 이는 영민이 조금만 더 대담했더라면, 조금 더 믿음직했더라면, 주현의 마음을 조금 더 잘 헤아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에서 나온 능력치라고.
분량도 만만치 않다. 대사를 읽고 선택지를 고르며 첫 엔딩까지 가는 데 12~20시간이 걸린다. 신 개발자는 “욕심이 과해서 오히려 접근하기 어렵게 만든 건 아닌가 싶다”라며, “이야기를 충분히 전하면서도 더 편하게 즐길 방법을 고민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현재는 읽은 대사를 빠르게 넘기는 기능을 넣고, 이벤트마다 CG와 AI로 만든 보컬곡 등 음악을 배치해 지루함을 줄였다.
16권에 달하는 원작을 게임으로 옮기는 기준은 명확했다. 플레이어가 박영민의 시점으로 경험하는 게임인 만큼, 영민이 없는 곳에서 벌어진 사건은 생략하거나 영민의 시점으로 바꿔 옮겼다. 신준수 개발자는 “원작에서 영민이 직접 겪은 사건은 조건이 맞으면 가능한 한 모두 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원작과 가장 크게 달라지는 지점은 결말이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영민은 천주현과 이어질 수도, 백승애나 장미란, 이송미와 맺어질 수도 있다. 특히 신 개발자는 원작 곳곳에서 영민에게 심상치 않은 태도를 보이는 이송미를 원작에 숨겨진 '히든 공략캐'라고 해석했고, 공략 대상으로 구현했다.
반면 개그성이 강했던 김웅자와 영민 어머니는 평범한 모습으로 바꾸되 둘이 닮았다는 설정은 살렸고, 이신주는 '실력파 솔로 아이돌 가수'로 분위기부터 바꿨다. 신 개발자는 “이 부분은 작가님께 양해를 구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최근 1.3.0 업데이트에서는 새로 추가한 단역들의 그림 품질이 과거에 만들었던 주역을 앞설 정도가 되자, 주역들의 스탠딩과 표정까지 새로 만들어 전체 분위기를 맞췄다.
어려움도 있었다. 과거에는 사람들과의 협업을 이끌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AI의 도움으로 결과물을 냈다는 데서 오는 복잡한 마음이 있다고. 초기 버전 시나리오에는 AI가 자주 쓰는 표현이 곳곳에 남아 있었고, 이를 직접 읽으며 하나씩 고쳐 나갔다.
신 개발자가 게임 공개를 스승의 날로 잡은 이유는 굿티에 이보다 잘 어울리는 날이 없다고 생각해서다. 다만 첫 버전은 후반부 이벤트 순서가 꼬여 있을 만큼 서툴렀고, 공개 뒤에 계속 바로잡아 왔다. 내년 스승의 날인 5월 15일을 마지막 기한으로 삼고, 게임을 다듬고 있다.
신 개발자는 그림과 음악은 어느 정도 만족스럽지만, 스스로 매기는 완성도는 85% 정도라고 전했다. 남은 15%는 스토리다. 신 개발자는 “원작을 옮긴 장면과 새로 쓴 장면 사이의 완성도 차이가 가장 마음에 걸린다”라며, “새로 쓴 장면은 아직 제가 봐도 부족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 어떻게든 원작에 부끄럽지 않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아직 감정의 온도가 낮다고 느끼는 장미란과 이송미 루트를 다듬고, 상대적으로 냉담하게 다뤘던 정경희 선생님에도 깊이를 더해야 한다고.
한편 가장 큰 숙제는 원작의 권리 문제다. GMT 게임 프로젝트는 비공식·비상업 팬 프로젝트로 공개됐으며, 공식 홈페이지에는 권리자가 요청하면 배포 중단까지 받아들이겠다는 원칙을 걸어 뒀다. 스팀 등 외부 플랫폼에 무료로 출시하는 것 역시 권리자의 허락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AI로 만든 그림이 문제가 될 경우에는 함께 작업할 창작자를 모으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신 개발자는 “완성도에 자신이 없어 망설이다가 더 적극적으로 연락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옛 팬들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2000년대 초 홈페이지에 모인 팬들은 부운영자 등 역할을 나눠 활동했고, 다음 팬카페 대표와 교류하기도 했다. 신 개발자는 당시 참여자들의 이니셜을 게임 속에 넣었고, 원작에 이름 없이 등장하는 엑스트라 한 명에게는 당시 부운영자의 이름을 붙였다. 신준수 개발자는 “게임이 옛 팬들이 다시 모여 이야기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또 “이제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됐으니, 무엇이든 시도해 보셨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