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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내부통제_한미약품]⑥출자금 ‘1억’에 지주사 통제권 내준 한미 모녀…지분 매각에 결합된 ‘3082억 원리금 보증’의 함정
알파경제
알파경제가 단독 입수한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의 2023년 한미사이언스 투자설명서인 17쪽 분량의 ‘프로젝트 코러스’ 문건에는 상속세 재원 마련에 나선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가 얼마나 불리한 조건의 계약 구조에 합의했는지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해당 거래는 당시 출자자 모집이 완료되지 않아 최종 결성되지 못하고 당사자 합의로 해지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문건에 적시된 거래 조건은 사모펀드 측이 안정적 보수와 경영 통제권을 확보하는 반면 대주주가 연대보증과 기한이익상실 위험을 전적으로 부담하는 비대칭 구조를 보여준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잔여 상속세 1665억 원 납부와 증권사 주식담보대출 1417억 원 상환을 위해 한미사이언스 지분 11.6%를 주당 3만 8000원, 총 3082억원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라데팡스는 1417억 원 규모의 트랜치 1 기관전용사모펀드를, 무림캐피탈은 1665억 원 규모의 트랜치 2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을 각각 조성하기로 계획했다.
1500억 원 규모로 계획한 사모펀드에서 업무집행사원인 라데팡스의 직접 출자금은 일반적인 GP출자비율에 현저히 미달하는 약정액의 0.067%인 1억 원으로 책정했다.
운용사는 불과 1억 원을 출자하고 나머지 자금은 전액 외부출자기관(LP)으로부터 조달하는 한편, 연간 22억 5000만 원 규모의 관리보수 중 6개월분을 선취하고, 내부수익률 8% 초과 시 초과수익의 20%를 성과보수로 수취하는 조건을 달았다.
지분 매각에 따른 의결권 역전 구조도 눈에 띈다. 거래가 종결되면 모녀의 합산 지분율은 송영숙 2.5%, 임주현 7.8% 등 10.3%로 낮아지는 반면, 라데팡스는 사모펀드와 조합 지분을 합친 11.6%의 의결권을 주도적으로 행사하며 모녀보다 많은 지분을 가진 캐스팅보트를 확보한다.
투자설명서에는 사모펀드 보유 주식의 의결권을 최대주주 의사에 반해 행사할 수 없다고 기재했으나, 기권은 가능하다는 단서를 함께 달았다.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11.6%를 보유한 사모펀드가 기권을 행사하면 10.3%로 낮아진 모녀 측 안건의 가결이 어려워질 수 있는 구조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알파경제에 “운용사가 약정액의 0.067%인 1억 원만 출자해 자기자본 위험은 최소화하면서 선취 관리보수와 상장 지주사의 핵심 의결권 확보가 가능한 구조는 재원 마련이 시급했던 대주주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등기이사 1인 추가 선임권과 자본금 변동·신규 사업·건당 1000억 원 초과 신용공여 등 상장사 이사회의 주요 경영사항 전반을 투자자 사전동의사항으로 묶었다. 이에 대해 라데팡스 측은 소액 출자를 통한 펀드 조성과 보수 수준, 소수지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사전동의 약정은 사모펀드의 통상적인 구조이며 주주 간 약정일 뿐 회사 이사회를 구속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길우 법무법인 LKS 변호사는 “최대주주 의사에 반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규정하면서도 기권을 허용해 실질적인 캐스팅보트를 확보하고, 광범위한 사전동의권을 설정한 것은 대주주의 경영 재량권을 크게 제약하는 조건”이라며 “대주주 측이 조항의 법적·경영적 파장을 충분히 검토하고 합의했는지 의문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재무 조건 역시 주가 하락에 따른 하방 위험을 매도인인 모녀가 부담하도록 짜였다.
5년 만기로 1417억원을 투입하는 트랜치 1 사모펀드는 만기 회수금이 원금과 연복리 5.0%에 미달할 경우 최대주주가 연대책임으로 6개월 내에 현금으로 차액을 지급하는 손실보전 확약을 넣었다. 주식 매각 대금으로 기존 주식담보대출을 상환하더라도 만기 시 원금과 복리 수익률을 현금으로 정산해야 하는 우발채무를 떠안는 구조다.
3년 만기로 1665억 원을 투입하는 트랜치 2 신기술조합에는 만기 연복리 10.5%의 풋옵션과 함께 주가 하락으로 매월 말 담보가치 비율이 80% 이상이 되면 1개월 내에 담보비율 70%를 맞추도록 추가 주식 담보를 요구하는 마진콜 조건을 부과했다.
투자설명서 11쪽을 보면 당시 기존 납세담보와 대출 담보 등을 제외하고 모녀가 추가로 제공할 수 있는 가용 주식은 송영숙 13만 7999주와 임주현 4115주에 그쳤다. 가용 담보 여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주가 하락 시 단기간 내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을 수용한 셈이다.
반면 주가가 5만 5000원 이상 상승할 경우 라데팡스는 대주주 협의 후 분기별 제한 없이 전량을 장내 매도할 수 있도록 한 데 반해, 모녀는 투자자 서면동의 없이 분기별 0.5%를 초과해 주식을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라데팡스 측은 담보가치 유지 조건과 기한이익상실 사유는 주식 담보 금융거래의 통상적 조건이며 매도 제한 역시 투자자 측도 부담하는 상호적 구조였다고 해명했다.
이효금 태성회계법인 회계사는 “일정 주가 도달 시 투자자에게만 전량 매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주주의 지분 처분은 분기별 0.5% 이내로 엄격히 제한한 것은 수익 실현 기회의 비대칭성이 매우 큰 조건”이라고 분석했다.
윤주호 엄브렐라리서치 대표는 “외형상 구주 매각 형태를 띠고 있으나 만기 원리금 현금 보전 확약과 연복리 10.5% 풋옵션, 담보비율 유지 의무가 결합돼 회계적 실질은 차입 거래에 가깝다”며 “특히 추가 담보 여력이 부족한 대주주가 담보비율 80% 마진콜 조건에 합의한 것은 기한이익상실 위험을 과도하게 떠안은 결정”이라고 진단했다.
원금 상환에 고액 이자 부담까지 있는 차입성 거래에 사실상의 경영권까지 넘겨주는 불리한 거래를 송영숙 임주현 측이 수용한 이유를 질의했으나 답변을 얻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