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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내부통제_한미약품]⑦‘회장 50영업일 유고’ 시 동반매각 발동 설계…재단 결의 없는 공익법인 주식 산입과 사전 경영진 교체 논란
알파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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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했다. 이에 「알파경제」는 전현직 핵심 관계자들의 연속 증언을 통해 무너진 지배구조의 민낯과 법적 리스크의 실체를 추적한다. [편집자주]
[알파경제=김영택 기자, 이형진 선임기자] 그룹 회장이 건강상 사유로 50영업일 이상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유고 상태가 발생하면 사모펀드가 미성년 손주와 공익재단 지분까지 포함한 31.9%에 대해 동반매각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정작 해당 공익재단들은 강제 매각 의무를 부담하는 어떠한 결정도 한 바 없다고 밝혀, 재단 이사회 결의도 거치지 않은 공익법인 기본재산이 투자설명서상 매각 대상 물량에 산입된 경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알파경제가 단독 입수한 라데팡스의 지난 2023년 투자설명서 7쪽에는 사모펀드가 동반매각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요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주가가 매입단가인 3만 8000원의 절반인 1만 9000원 이하로 하락해 12개월간 회복되지 않거나 트랜치 2의 추가 담보를 1개월 내 제공하지 못해 풋옵션이 종결되지 않은 경우, 회사에 1000억 원 이상 손실을 초래하는 우발상황이 30일 내 해소되지 않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매도인 송영숙 회장이 건강상 사유 등으로 50영업일 이상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유고상태가 될 때도 동반매각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해당 표에 기재된 잠정 동반매각 대상 물량은 사모펀드 인수분과 모녀 잔여 지분을 합친 21.9% 외에 임주현 부회장의 미성년 두 자녀 지분 각 1.1%, 공익법인인 가현문화재단 4.9% 및 임성기재단 3.0%를 포함해 총 31.9%로 산정했다.

라데팡스 측은 최대주주의 장기 유고 시 회수 수단을 두는 조항은 통상적인 투자자 보호 장치로 단기 입원·요양을 뜻하지 않으며, 재단 보유 주식은 강제 매각 대상이 아니라 재단 이사회가 주무관청 허가를 조건으로 자율 결정하도록 되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은 알파경제의 공식 질의에 동일한 문구의 서면 회신을 보내왔다.

두 재단은 “재단 운영과 관련한 중요한 내용은 법률이나 정관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이사회에서 논의하고 있으며,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여 결정하고 있다”면서 “재단 보유 주식의 강제 매각 의무를 부담하는 어떠한 결정도 한 바 없다”고 밝혔다.
단 측 설명대로 이사회가 동반매각 참여나 관련 의무 부담을 결의한 사실이 없다면, 공익재단 이사회의 공식 의결도 거치지 않은 재단 기본재산 7.9%가 투자설명서상 잠정 동반매각 대상 물량 31.9%에 산입돼 기관투자자들에게 제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규 법무법인 두우 변호사는 “대주주 개인의 상속세 및 대출 상환을 위한 투자 구조에서 미성년 자녀 지분과 재단 이사회 결의도 거치지 않은 공익법인 기본재산을 동반매각 대상 물량 표에 포함시킨 것은 민법상 이해상충 및 공익법인법 취지에 비추어 부적절한 설계”라고 지적했다.

동반매각 실행 시 매각대금 분배 역시 투자자 원리금을 최우선 회수하는 방식으로 짰다. 투자설명서 5쪽과 10쪽에 따르면 3년 뒤 일괄 매각을 가정할 때 총 매매대금에서 세금·비용 및 대출 상환분 535억 원을 먼저 공제한 뒤, 사모펀드와 조합의 투자원금 3200억 원과 보장수익 830억 원 등 4030억 원을 최우선 배정한다.

환매조건부계약 정산금 659억 원을 포함한 선순위 배정액은 총 5224억 원에 달한다. 주가가 매입가 대비 71% 수준인 2만 7230원으로 하락한 상태에서 매각하더라도 투자자는 원리금 4030억 원을 전액 회수하는 반면, 기존주주는 후순위로 밀려 주가 하락 손실을 부담하게 된다.

라데팡스 측은 투자자 원금과 약정 수익을 우선 회수하고 일정 수준 이상에서 지분비율대로 안분하는 것은 구조화 투자의 통상적 구조라고 밝혔다.

김인중 데이터히어로 대표는 "투자설명서 기준으로 매각단가가 2만 7230원까지 내려가더라도 재무적 투자자는 원금과 보장수익 4030억 원을 먼저 전액 회수하고, 주가 하락에 따른 부담은 후순위인 기존 주주 측이 상대적으로 크게 지는 구조"라며 "대주주 입장에서는 재무적 부담이 큰 계약"이라고 평가했다.
투자설명서 17쪽의 일정표상 대금 납입 예정일은 2023년 6월 4주차였으나, 자금 납입 전인 2023년 5월 작성된 문건 15·16쪽에는 ‘라데팡스파트너스 제안을 통한 한미그룹 경영진 교체 실행’ 및 ‘기획전략실 신설 이후 본건 펀드 조성을 통해 계열사 주요 경영진을 교체 중’이라는 내역을 적시했다.

실제로 이 시기 한미약품 이관순 부회장과 권세창 사장, 한미사이언스 우종수 사장 등 핵심 연구개발 경영진과 차남 임종훈 사내이사가 퇴진했다.

그 자리에는 삼성전자 출신 배경태 부회장과 김성훈 이사, 양경택 전무, 한화 구조조정본부 출신 권순기 이사, 파빌리온자산운용 회장인 윤영각 사외이사 등 외부 재무·전략 인사들이 영입됐으며, 문건 3쪽에는 신설된 그룹 전략기획실과 연계해 유통·디지털 헬스케어 등 비제약 사업과 온라인팜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이에 대해 라데팡스 측은 당시 대주주의 자문사로서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며 임원 선임·변경은 각 회사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적법한 절차와 결의로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역시 공식 답변서를 통해 2023년 전략기획실 신설과 임원 변경은 각 회사의 이사회와 경영진이 결정한 사안으로 외부 펀드의 대금 납입 여부와는 무관하며, 지주회사는 그룹의 경영관리·재무·전략을 총괄하고 신약 연구개발은 사업회사의 전문경영진과 연구조직이 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독립리서치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전 모건스탠리 이사)는 “펀드 자금 모집이 완료되기도 전에 지주사에 전략기획실을 신설하고 비제약 사업 확장을 내세운 것은 사모펀드 투자 유치를 염두에 둔 기업가치 제고 및 사전 정지작업 성격이 짙다”고 짚었다.

최요한 정치경제 평론가는 “펀드 결성과 자금 납입이 이뤄지기 전에 자문사 제안과 맞물려 핵심 연구개발 경영진이 대거 교체되고 외부 재무·전략 인사가 영입된 것은 제약사 고유의 연구개발 연속성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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