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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내부통제_한미약품]⑧펀드 무산에도 영입 인사는 잔류…한미 “사적 계약이라 열람 권한 없다” 해명 속 국세청은 ‘증여세·벌칙’ 안내
알파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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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했다. 이에 「알파경제」는 전현직 핵심 관계자들의 연속 증언을 통해 무너진 지배구조의 민낯과 법적 리스크의 실체를 추적한다. [편집자주]
[알파경제 = 김영택 기자, 이준현 기자] 사모펀드 운용사가 출자자 모집을 완료하지 못해 2023년 펀드 결성이 무산됐음에도 당시 투자설명서에 경영진 교체 성과로 기재됐던 외부 영입 인사들은 현재도 한미사이언스의 주요 직책을 수행하고 있다.

알파경제가 단독 입수한 라데팡스파트너스의 2023년 ‘프로젝트 코러스’ 투자설명서 내용을 공식 질의하자, 라데팡스 측은 이미 해지돼 효력이 없는 과거 거래라면서도 비밀유지 의무와 위약벌 조항을 언급하며 문건 입수 경위 확인을 요구했다.

한미사이언스 측이 대주주 간 계약은 사적 영역이라며 선을 긋고 두 공익재단도 강제 매각 의무를 결정한 바 없다고 밝힌 가운데, 국세청은 공익법인 재산의 사적 사용 시 증여세 부과 원칙과 관련 법령상 벌칙 규정을 안내했다.
라데팡스는 지난 11월 2일 자 내용증명 회신을 통해 2023년 거래는 출자자 모집 미완료로 펀드가 결성되지 않았고, 관련 계약도 당사자 간 합의로 해지·해제돼 손실보전이나 풋옵션, 동반매각요구권 등 어떠한 조항도 효력이 발생하거나 행사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라데팡스는 계약 해지 이후에도 비밀유지 조항은 계속 유효하며 주주간계약 내용의 비밀유지 위반은 위약벌 지급 사유에 해당한다며, 본지가 해당 자료를 어떠한 경위로 취득했는지와 특정 주주를 위한 취재가 아닌지 보도에 앞서 회신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특수목적법인 킬링턴유한회사를 통해 대주주와 체결한 현행 주주간계약의 세부 조건에 대해서도 법령에 따라 보고 의무가 있는 사항은 모두 적법하게 공시됐으며, 공시 범위를 넘는 내용은 비밀유지 대상이라며 확인을 거부하고 재차 입수 경위를 물었다.

이현권 법률사무소 니케 변호사는 “이미 해지돼 효력이 없는 과거 검토안이라면서도 위약벌 지급 사유를 언급하며 언론사를 상대로 자료 입수 경위 확인을 거듭 요구하는 것은 당사자 간 비밀유지 약정의 구속력과 계약 조건 공개에 대한 민감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라데팡스는 당시 주주가 아니었으므로 임원 인사 권한을 행사한 바 없고 한미사이언스 역시 거래 당사자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3082억 원 규모의 1차 펀드 결성이 무산된 이후에도 당시 투자설명서 15·16쪽의 경영진 교체 명단에 올랐던 외부 인사들이 한미사이언스에 남아 주요 직책을 맡고 있으며, 해당 펀드 무산 직후에는 라데팡스 주도로 OCI그룹과의 지주사 통합 및 지분 매각이 추진됐다가 주주총회에서 부결되기도 했다.

독립리서치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전 모건스탠리 이사)는 “자문사 제안과 맞물려 상장사 인적 개편이 단행됐으나 정작 기관투자자 자금 모집을 통한 펀드 결성은 성사되지 않았고, 이후 타 대기업과의 통합 거래가 추진됐다가 무산된 일련의 과정은 지배구조 안정성 측면에서 시장에 혼선을 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공식 답변서를 통해 2023년 문건은 입사 전 작성된 자료라 아는 바가 없다면서도, 자신은 유한양행에서 30여 년간 기획·전략·투자·마케팅 등 제약바이오 업무 역량을 쌓았고 대표 취임 후 글로벌 빅파마와 3차례 연속 빅딜을 체결했다며 제약업 전문성 부족이나 과거 각본의 연장선이라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역시 2차 공식 회신을 통해 “회사는 2023년 거래나 현행 대주주와 킬링턴유한회사 간 주주간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며, 사적 계약이므로 대표이사가 이를 열람하거나 점검할 권한이나 지위에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사회는 상정에 앞서 특정 주주의 사전 동의나 협의를 거친 사실 없이 상법과 정관에 따라 독립적으로 권한을 행사하고 있으며, 반포 시니어케어 부동산 투자 또한 라데팡스 측과의 사전 교감 없이 내부 사업 검토와 이사회 결의를 거쳐 결정됐다고 밝혔다.

반면 김재교 부회장은 본인 명의의 별도 답변자료에서 “시니어케어 사업과 관련해서는 한미약품그룹 대주주연합인 4자연합 간 합의에 따라 제안된 안건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사회에 상정됐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특정 주주와의 사전 협의 없이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안건을 처리한다는 점을 강조한 반면, 대표이사 답변서에서는 해당 안건이 라데팡스 측 킬링턴유한회사가 포함된 대주주 4자연합 간 합의로 제안됐다고 밝혀 대주주 협의체와 이사회 의사결정 간의 관계에 관심이 쏠린다.

김민서 서울여대 교수는 “대주주 간 주주간계약은 사적 영역이라 회사가 점검할 권한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대주주 4자연합 간 합의로 제안된 신규 사업 안건이 이사회에 상정되는 구조라면, 대주주 간 약정이 상장사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이사회가 더욱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2023년 당시 왜 이 같은 비대칭적 조건과 공익재단 지분이 포함된 거래 구조를 추진했는지 묻는 질의에 모녀 측은 별도의 입장을 회신하지 않았다.
공익재단 지분이 동반매각 대상 물량으로 기재된 경위에 대해서도 당사자 간 설명이 엇갈린다.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은 알파경제에 보내온 회신에서 “재단 운영과 관련한 중요한 내용은 법률이나 정관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이사회에서 논의하고 있으며,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여 결정하고 있다”며 “재단 보유 주식의 강제 매각 의무를 부담하는 어떠한 결정도 한 바 없다”고 동일한 문구로 입장을 밝혔다.

과세 당국은 공익법인 기본재산 처분 절차와 사적 사용 시의 과세 원칙을 명확히 안내했다. 국세청 대변인실은 알파경제 질의에 대한 공식 답변을 통해 “공익법인이 기본재산을 매도·증여 또는 담보제공하기 위해서는 공익법인법에 따라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공익법인이 출연받은 재산을 직접 공익목적사업 외 용도로 사용하거나 출연자 및 특수관계인에게 정상적인 대가를 지급받지 않고 사용·수익하게 하는 경우 증여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개별 공익법인에 대한 검증 계획 여부는 개별 납세자 사항으로 답변하기 어렵다면서도, 세법상 의무위반 여부는 계약 내용과 이해관계자에게 귀속되는 경제적 이익 등 사실관계를 종합 고려해 판단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무관청 허가 없이 기본재산을 매도·담보제공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공익법인법 제11조·제19조와 이사 취임승인 취소 및 설립허가 취소 조항인 제14조·제16조 규정을 참고자료로 첨부했다.

반면 사모펀드 운용과 지분 공시를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가현문화재단 주무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 임성기재단 소관 주무관청인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서울특별시교육청은 본지의 공식 질의에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비영리 민간연구기관 랩2050 랩2050의 김중배 이사장은 “두 공익재단이 강제 매각 의무를 결정한 바 없다고 밝히고 과세 당국도 공익재산의 특수관계인 무상 사용·수익 시 증여세 부과 원칙과 공익법인법상 벌칙 규정을 안내한 만큼, 금융감독원과 각 재단 주무관청도 공시 적정성 및 기본재산 관리 실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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