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읽음
법무장관 후보 이용철 지명, 72일 공백 해소
위키트리
0
이재명 대통령이 72일째 비어 있던 법무부 장관 자리에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을 지명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가 지난달 하순부터 저울질해 온 박균택·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신 현역 의원도 검찰 출신도 아닌 인사를 골랐다. 국민의힘이 대장동 개발의 숨겨진 설계자로 지목한 인물이어서 인사청문 과정을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4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4회 국회(임시회) 국방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법안 의결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스1

임광현 대통령 비서실장은 6일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이 청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임 실장은 "이번 인사는 국민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며 "국민의 삶 속에서 정책 변화의 효능감이 체감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장관 인선은 석 달 가까이 표류했다. 정성호 전 장관은 지난 7월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사의를 밝혔다. 이후 8월 18일 사직서를 냈고 같은 달 26일 물러났다. 청와대는 당시 건강상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후임으로 지명된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지명 20일 만인 지난 9월 19일 자진 사퇴했다. 김 전 후보자는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 등에 휩싸였다. 김 전 후보자는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를 주장해 온 민주당 의원 모임인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공취모)의 공동대표였다.

정 전 장관 퇴임 이후 장관 직무는 이진수 법무부 차관이 대행해 왔다. 정 전 장관 퇴임일을 기준으로 이날은 공석 72일째다. 역대 최장 법무부 장관 공백은 2019년 10월 조국 전 장관 사퇴부터 2020년 1월 추미애 전 장관 취임까지 80일이다.

청와대는 지난달 하순 후보군을 박균택 의원과 양부남 의원 두 사람으로 좁혔다. 두 의원은 모두 검사장 출신의 호남 초선 의원이다. 박 의원은 광주고검장과 문재인 정부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냈다. 양 의원은 광주지검장과 부산고검장을 거쳤다.

두 의원은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대응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박 의원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이던 시절 법률특보를 맡았다. 백현동, 성남FC,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에서 이 대통령 측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 법률위원장으로 당 차원의 사법 리스크 대응을 총괄했다. 두 의원 모두 공취모 소속이다.

두 의원은 공소 취소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했다. 박 의원은 지난 8월 "공소 취소 권한을 집어넣어 주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지난달 2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연히 공소 취소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법무부와 공소청을 이 대통령 공소 취소 로펌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두 의원을 두고 "두 사람 모두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호위무사"라고 했다.

이런 흐름에서 나온 ‘이용철 카드’는 박·양 의원과 정반대 지점에 있다. 이 후보자는 현역 의원이 아니어서 공취모와 무관하다. 검찰 경력도 없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인 그는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을 지지하는 변호사 모임'을 이끌었다. 노무현 정부에선 청와대 민정2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공소 취소 논란에서 비켜선 인물을 앞세워 '방탄 인사' 공세를 피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후보자의 낙마는 공취모 공동대표라는 이력과 맞물려 '공소 취소용 인사' 논란을 키웠다. 박·양 의원 지명은 같은 논란을 되풀이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검증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30일 개각 때 지명된 장관 후보자 6명 가운데 김 전 후보자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 2명이 낙마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11월 방사청장에 임명돼 1년 가까이 정부 안에서 일해 온 인물이다.

검찰청 폐지 이후 새 형사사법체계를 안착시켜야 하는 과제도 있다. 검찰청은 지난달 2일 폐지됐다. 그 자리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나눠 맡고 있다. 공소청은 법무부 소속이다. 검찰청 폐지 이후 첫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비검찰 출신 법조인을 고른 셈이다.

이 후보자는 이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이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몸담았던 법무법인에서 함께 일했다. 2010년 6월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에 당선된 뒤에는 시장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다. 2011년 6월에는 성남시 산하 성남산업진흥재단 대표이사로 선정됐다.

방사청과의 인연도 깊다. 이 후보자는 2005년 국방획득제도개선단장으로 방사청 출범을 준비했다. 군 경력이 없는 법조인을 국방 요직에 앉혔다는 '코드 인사' 비판이 당시 야당에서 나왔다. 이 후보자는 2006년 1월 방사청 개청 때 초대 차장을 맡았다. 군과의 인사·조직 개혁 갈등 속에 10개월 만에 물러났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그를 19년 만에 방사청장으로 불러들였다.

다만 이 후보자는 대장동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첫 공직 임용 과정에 관여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와 유 전 본부장은 2010년 성남시장직 인수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했다.

유 전 본부장은 같은 해 10월 성남시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 공모에 지원했다. 당시 성남시의회에서는 공무원 근무 경력이 없는 유 전 본부장의 자격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임원추천위원회는 성남시의회 추천 3명, 성남시 추천 2명, 공단 추천 2명 등 7명으로 꾸려졌다. 이 후보자는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과 함께 성남시 몫 추천위원으로 참여했다. 이 전 원장은 임원추천위원장을 맡았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당시 면접심사 평가표에 따르면 2010년 10월 11일 면접에서 이 후보자는 유 전 본부장에게 90점, 최종 경합자 A씨에게 76점을 줬다. 두 사람의 점수 차는 14점이었다. 이 전 원장은 유 전 본부장에게 68점, A씨에게 51점을 매겨 17점 차를 냈다. 면접에 참여한 나머지 추천위원 3명이 매긴 점수 차는 한 자릿수였다. 유 전 본부장은 면접 나흘 뒤인 같은 달 15일 기획본부장에 임용됐다.

김 의원은 “'유동규 기획본부장 만들기'는 채용 계획부터 임명까지 당시 이 대통령 측근들에 의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며 "대장동 특혜 개발의 밑그림이 이때부터 시작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의혹이 불거지자 "너무 오래된 얘기라 기억나는 게 머릿속에 하나도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 후보자가 방사청장에 임명된 지난해 11월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청장은 2010년 유동규 씨가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으로 임용될 당시 임원 추천 위원이다. 유 씨에게 이례적으로 높은 점수를 몰아준 핵심 인물"이라며 "그가 '대장동 게이트의 숨겨진 설계자'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방사청장은 국회 인사청문 대상이 아니다. 이 후보자의 대장동 연루설은 그동안 청문회에서 다뤄진 적이 없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공소 취소 논란을 피하려 고른 인물이 대장동 의혹을 다시 청문회 무대로 끌어올 수 있는 셈이다.

이날 인사에서 국세청장에는 안덕수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지명됐다.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에는 최인호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이 발탁됐다.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