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읽음
수능 AI 안경 부정행위 강력 대응, 육안 식별 실효성 논란
투데이신문
0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인공지능(AI)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적발 시 형사고발 등 강력 대응 방침을 내놨지만 정작 시험장에서는 별도의 전문 탐지 장비 없이 감독관의 육안 식별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립대 대학 수시모집 논술시험 등 여러 시험에서 스마트안경을 활용한 부정행위가 잇따라 적발됐다. 지난달 3일 서울시립대 자연계열 수리논술 시험에서는 AI 스마트안경을 착용한 수험생이 적발돼 퇴실 조치됐다. 스마트안경을 책상 위에 올려놓은 수험생도 추가로 적발됐다.

앞서 지난 5~6월에도 국내 토익(TOEIC)과 국가기술자격시험에서 스마트안경을 활용한 부정행위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시험 보안 문제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5월 치러진 토익 시험에서는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자 2명이 적발돼 성적 무효와 4년간 응시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같은 시기 소방설비기사 등 국가기술자격시험에서도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 사례가 확인됐으며 일부는 검찰에 송치됐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스마트안경을 악용한 부정행위 위험성이 드러났고 교육 당국도 관련 대책을 검토해 왔지만 수능을 불과 3주 앞둔 시점에서야 현장 대응책을 발표하면서 선제적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 대응책 역시 전문 탐지 장비 없이 일선 교사들의 육안 식별에 의존하면서 실질적인 적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반 안경과 스마트안경의 외형상 차이가 크지 않은 데다 적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험생과의 갈등까지 감독관이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장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이다.

지난달 29일 교육부가 배포한 대처요령에 따르면 감독관은 스마트안경 착용이 의심되는 수험생에게 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놓도록 요청하고 사전 교육자료를 바탕으로 기기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판단이 어려우면 시험관리본부 등과 협의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전국 1312개 수능 시험장에 스마트안경 판별 전담 인력을 1명씩 배치하고 실물 기기를 활용한 사전 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다. 현장에서 판별이 어려운 경우 사진이나 영상 등을 교육청과 교육부·한국교육과정평가원 상황실로 보내 확인하는 체계도 마련한다.
아울러 교육부는 스마트안경을 활용한 ‘부정행위를 국가시험 운영을 고의·계획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적발 시 형사고발 또는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스마트안경을 시험 중 착용하면 해당 시험을 무효 처리하고 다음 연도 수능 응시 자격도 정지한다. 소지만으로도 당해 시험이 무효 처리된다. 응시 자격 정지 기간을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법 개정도 추진한다.

현장의 육안 식별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전용 탐지 장비 개발도 추진되고 있지만 올해 수능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은 지난달 26일 AI 안경 전용 탐지 장비 개발 용역을 발주했다.

블루투스 신호로 기기 존재 여부와 제조사를 식별하고 와이파이 통신 패턴을 분석해 사진·영상 전송 등 부정행위 가능성을 탐지하는 방식이다. 다만 정확도 검증 등이 필요해 올해 수능 적용은 어려우며 교육부는 2028학년도 수능 도입 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교원단체들은 전문 장비와 명확한 판별 기준 없이 감독관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반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스마트안경 식별부터 수험생과의 갈등 대응까지 감독관에게 맡기는 것은 과도한 부담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명확한 확인 절차와 함께 민원 발생 시 감독관을 보호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난 3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한 송수연 교사노조연맹 위원장과 류동규 신성대학교 안경광학과 교수는 AI 안경 적발을 위한 보완책을 제시했다. 송 위원장은 시험장당 판별 전담관 1명으로는 동시다발적인 신고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적어도 각 층마다 전담 인력을 1명씩 배치해 일관된 기준으로 판별하게 함으로써 개별 고사장 감독 교사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입실 전 안경광학 전문가나 안경사가 렌즈 도파관과 전자 칩 유무를 확인한 뒤 검수 스티커를 부착하는 ‘사전 검수 표시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를 통해 “고사장 내 교사들의 적발 부담과 학생과의 마찰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