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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간선거 결과 주시, 일본 외교 안보 부담 우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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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의 개표가 4일 오전(한국시간)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도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결과에 따라 임기 후반에 들어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고, 그 여파가 일본의 외교·안보와 경제 전반에 미칠 수 있어서다. 일본 내에서는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 지위를 잃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에서 성과를 서두르면서 일본의 부담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미일동맹의 중요성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2일 기자회견에서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공고한 미일동맹은 일본의 국익을 극대화하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불가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의 속내는 그리 간단치 않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긴밀한 관계를 일본 외교의 축으로 삼아 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의 외교 방침에 정통한 총리관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등하게 상대할 수 있기 때문에 세계에서 일본의 존재감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별도의 일본 정부 관계자는 "민주당이 상하원 중 어느 한쪽이라도 장악하면 미국의 동향은 불확실성이 더 커진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외교로 국내 정치 난관 돌파 가능성

이런 우려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의 난관을 외교로 돌파하려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이란 전쟁에 따른 생활비 상승으로 공화당이 고전하는 가운데,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예산과 법안 처리가 어려워지고 정권을 겨냥한 의회 조사도 거세질 전망이다. 데이비드 시어 전 미 국방부 차관보는 아사히신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분야로 외교정책에 눈을 돌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외교는 대통령이 의회의 제약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시어 전 차관보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중·러 정상회담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달 중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맞춰 개최를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어 전 차관보는 세 정상이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중동과 동아시아 정세까지 폭넓게 논의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보다 권위주의 지도자와의 협력을 선호한다는 인상을 줘 중견국들은 극도로 우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사히는 세 정상이 각자의 세력권에서 자국 이익을 앞세우고 중소국의 운명까지 거래로 좌우하는 '대국 정치'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렇게 되면 미국을 유일한 동맹국으로 둔 채 중·러와의 관계가 악화한 일본은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중 정책도 고민거리다. 아사히에 따르면 연내 두 차례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정부 내에서는 "미국의 변화에 맞춰 일본도 대중 정책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만 문제는 일본이 민감하게 지켜보는 현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한 이후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매우 유효한 협상 카드"라고 표현하며 140억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 패키지 승인을 보류하고 있다. 로이터는 이를 기회로 본 중국이 대만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 일본에는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된다고 짚었다. 또 다른 총리관저 관계자는 로이터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 문제는 대중 외교의 카드일 뿐"이라며 "여러 가지를 양보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에서도 일본의 핵심 현안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다른 일본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노리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접근해 정전 상태인 한국전쟁의 완전한 종결을 추진할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로이터는 이 경우 북미 협상에 중국·러시아 같은 대국만 관여할 수 있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일본이 특히 중시하는 납치 문제가 얼마나 의제에 오를지 불투명해진다고 전했다. 마에시마 가즈히로 조치대 교수는 북미 협의가 재개되면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용인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안보 불확실성은 비용 부담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마에시마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 한국에 추가 방위 부담을 요구해 자신의 실적으로 내세우고 일본이 약속한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도 조기에 집행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로이터에 "관세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일본의 조치가 늦어지면 추가 관세론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며 "안보가 인질로 잡혀 있는 이상 투자도 방위비도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회 다수당 교체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추가 관세의 정치적 부담을 키우고 이란 전쟁의 추가 예산도 막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령으로 독자 행동에 나서면 일본으로서는 예측 가능성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경제도 영향권

민주당이 의회 주도권을 잡으면 일본 경제는 환율과 AI 수요를 통해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기우치는 의회의 견제로 미국의 재정 확대가 제한되면 재정 위험이 낮아져 달러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달러 강세로 엔화가 약해지면 일본의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트럼프 정부의 AI 육성 법안 처리가 막히고 주정부 주도의 규제가 확대되면 미국의 AI 투자 열기가 식어 일본의 관련 수출과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 경우 투자자들이 위험을 피해 엔화를 사들이면 엔저 압력은 줄겠지만, 엔고와 주가 하락이 급격히 진행되면 일본 경제에는 오히려 역풍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처방은 크게 두 갈래다. 미국 안에서는 의회로, 밖에서는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로 협력의 축을 넓히는 것이다. 기우치는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행정부와 의회 양쪽과 연결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고, 아사히는 '대국 정치'의 출현에 대비하면서 유럽·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자유주의 국제질서 재건에 나서야 한다고 짚었다.

다만 당장 급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일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에 대만을 포함한 동아시아 질서를 지켜야 한다며 "그 어느 때보다 일본의 입장을 미국 측에 강하게 전달해야 한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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