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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8조 해킹, 노트북 외 추가 침투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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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과 저장장치, 자물쇠 그림, 금빛 동전이 놓인 책상 — AI로 생성한 자료 이미지

바이낸스가 63억 달러(약 8조 4,000억 원, 1달러 1,338원 기준) 규모 해킹의 출발점으로 지목했던 개발운영(DevOps) 엔지니어의 노트북 침해설이 전부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바이낸스는 30일(현지시각) 후속 조사에서 “추가 침투 지점(additional points of breach)”을 찾았다고 밝혔다. 다만 그 지점이 무엇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온체인 분석은 공격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상당 부분 복원했다. 공격자는 이더리움 핫월렛(인터넷에 연결된 거래소 지갑)에 악성 코드를 위임하는 방식을 썼다. 하지만 그 위임에 필요한 권한을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바이낸스는 초기 발표에서 침해된 DevOps 엔지니어의 노트북 때문에 공격자가 서비스 컨테이너에 접근해 승인되지 않은 출금 거래를 제출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지갑 개인키 유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후 업데이트에서는 초기 조사가 노트북 침해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후속 조사에서 추가 침투 지점이 드러났다고 정정했다. 바이낸스는 “복잡한 공격이었다”며 사실관계를 계속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리처드 텡 최고경영자는 엑스(X)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공격자가 “엔지니어 한 명의 권한만 쓴 것이 아니었고 ‘원클릭’ 한 번으로 이뤄진 행동도 아니었다”며 “더 복잡한 공격 과정”이 있었다고 썼다. 동시에 “조사 결과 특정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크립토슬레이트는 바이낸스가 추가 침투 지점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운영 상황도 달라졌다. 바이낸스에 따르면 출금을 멈추자 자금 유출이 중단됐다. 텡 최고경영자는 입금이 금요일 오전 기준으로 정상 운영 중이라고 했다. 출금은 출금 서비스와 관련 주소를 손보는 “보안 개편”이 끝날 때까지 중단된 상태다. 디크립트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45시간 안에 출금을 재개할 계획이다. 상세한 기술 사후 분석(포스트모템)과 갱신된 지급준비금 증명은 조사와 복구가 끝난 뒤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붉은 조명 아래 노트북 자판을 두 손으로 입력하는 모습 — AI 자료 이미지

공격의 핵심 도구는 EIP-7702다. 계정이 스마트 컨트랙트(자동 실행 코드)에 실행을 위임하도록 하는 이더리움 제안이다. 블록에이드(Blockaid)는 엑스에 올린 온체인 분석에서 공격자가 EIP-7702 위임 승인 50건을 하나의 거래에 묶어 ‘바이낸스 14’라는 계정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하나가 계정이 요구하는 논스(거래 순번)와 맞아떨어져 받아들여졌다는 설명이다. 위임된 대상은 검증되지 않은 ‘스위퍼’ 컨트랙트였다. 지정된 운영자가 토큰과 이더(ETH)를 빼낼 수 있는 구조였다.

TRM 랩스도 비슷한 구조를 확인했다. 크립토슬레이트가 전한 TRM 조사에 따르면 공격자는 미리 서명해 둔 위임 승인 50건을 바이낸스 핫월렛에 제출했다. 승인들은 연속된 거래 횟수를 담고 있어 하나는 지갑의 현재 횟수와 일치할 수밖에 없었다. 제출 시각은 협정세계시(UTC) 20시 20분이다. 한국시간으로는 30일 오전 5시 20분이다. 이하 시각은 UTC 기준이며 괄호 안은 한국시간이다.

제출 3분 24초 뒤 공격자는 컨트랙트의 인출 함수를 작동시켰다. 한 번의 거래로 이더 16만 7,464개와 토큰 63종이 빠져나갔고 여기에는 16억 1,500만 USDT가 포함됐다. 이후에도 20시 41분, 20시 59분, 21시 4분, 21시 44분, 22시 39분, 23시 56분(한국시간 30일 오전 8시 56분)에 추가 인출이 이어졌다. 지갑에 자산이 새로 들어올 때마다 쓸어 간 것이다.

더 주목할 대목은 두 계정의 연결이다. TRM에 따르면 위임된 지갑은 별도의 바이낸스 스마트 계정에 대해 이미 갖고 있던 권한을 행사했고 이를 통해 8억 2,300만 USDC가 추가로 옮겨졌다. 더디펜트는 ‘바이낸스 14’ 라벨이 붙은 지갑에 위임된 코드가 자기 자산을 옮길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다른 지갑의 소유권도 행사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 권한을 어떻게 얻었는지는 기록으로 입증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TRM은 공격이 전날부터 시작됐다고 정리했다. 28일 오전 공격자가 통제하는 지갑이 믹싱 서비스 토네이도 캐시에서 소액 이체 3건을 받은 것이 가장 이른 준비 흔적이다. 다음 날 이른 시간에는 악성 스마트 컨트랙트 코드를 배포해 새로 만든 이더리움 지갑 2개로 시험했다. 이어 수정판을 올려 세 번째 지갑에서 예행연습을 했다. 테스트 자금을 옮겼다가 돌려놓는 데도 성공했다. TRM은 공격자가 최소 36시간을 준비했다고 봤다.

마지막 리허설로부터 약 4시간 뒤 본공격이 시작됐다. 20시 5분부터 9분까지(한국시간 오전 5시 5분~9분) 엑스알피 레저의 바이낸스 지갑 5개가 약 2억 3,346만 XRP를 공격자 주소 한 곳으로 보냈다. 약 2억 9,600만 달러어치다. 온체인 조사자 와즈 크립토는 이를 “탄광 속 카나리아였다”고 표현했다. 다른 체인보다 10분가량 먼저 시작됐다는 취지다.

이어 20시 10분에는 솔라나와 옵티미즘에서도 수상한 이체가 시작됐다. 20시 20분에는 비트코인 지갑에서 1만 8,270BTC(약 14억 7,000만 달러)가 움직였다. 공격자는 곧바로 이를 1,000BTC와 100BTC 단위로 쪼갰다. 2분 안에 트론 지갑에서는 6억 1,270만 USDT와 4,640만 TRX가 나갔고 합쳐서 약 6억 2,800만 달러였다. 23시 5분쯤 시작된 2차 인출은 아발란체와 폴리곤의 지갑으로 번졌다. TRM은 30일 00시 30분(한국시간 오전 9시 30분)까지 체인 10곳에서 약 63억 6,000만 달러의 이동을 추적했다. 대부분은 약 20분 안에 빠져나갔다.

수사의 최대 공백은 위임에 필요한 승인의 출처다. 크립토슬레이트가 전한 이더랩스의 데릭 치앙 연구원은 공격자가 지갑의 개인키를 확보했거나 소유자를 속여 악성 승인에 서명하게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EIP-7702 작업을 실행하려면 공격자에게 유효한 승인이 필요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바이낸스가 말한 ‘추가 침투 지점’이 이 공백과 이어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외부 보안업체들의 판단은 ‘키 유출’보다 ‘키 오용’ 쪽으로 기운다. 블록에이드의 이도 벤나탄 최고경영자는 코인텔레그래프에 “서명 인프라가 침해된 것으로 보이며 키가 유출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격에 기기 여러 대가 연루됐고 거래소 네트워크를 거쳐 움직였을 수 있다고도 했다. 2025년 2월 바이비트 공격과는 “매우 매우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북한 연계 작전과의 유사성도 언급했지만 귀속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TRM은 북한 연계 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의 소행이라고 높은 확신을 밝혔다.

공격자는 아직 움직이고 있다. 디크립트가 인용한 아캄 자료로는 30일 이른 시간 공격자 지갑이 3,882만 달러어치 이더를 새 주소로 보냈다. 이 지갑에는 여전히 11억 2,000만 달러어치 이더가 남아 있다. 트론 주소 하나는 약 210만 달러어치 TRX를 14번에 걸쳐 새 주소 9곳에 나눠 보냈다. 아캄은 총 피해를 60억 1,000만 달러로 집계했고 블록체인은 9곳이라고 봤다. TRM의 63억 6,000만 달러·10곳과는 집계 기준이 다르다. 아캄의 미구 모렐 최고경영자는 바이낸스 발표 전 코인텔레그래프에 “지금까지 보면 해킹이 아직 진행 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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