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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지정 장애친화 검진기관 공공병원 80곳 중 11곳 가동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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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국정감사에서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크고 작은 허점이 드러난다. ‘국감 워치’는 그 가운데 국민 생활과 직결되거나 꼭 짚어야 할 내용을 골라, 복잡한 제도와 숫자를 쉽게 풀어 전달한다. 해당 시리즈는 국정감사가 끝날 때까지 이어진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정부가 장애인의 건강검진 접근성을 높이겠다며 2023년 12월 도입한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 의무지정제’가 시행 3년이 다 되도록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정된 공공병원 10곳 중 9곳 가까이가 검진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데다 거주 지역에 따른 이용 여건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이달 기준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으로 의무지정된 공공병원 80곳 중 실제 운영에 들어간 곳은 11곳(13.8%)에 불과했다. 나머지 69곳(86.3%)은 시설과 장비 등을 갖추지 못해 준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 제도는 장애인이 일반 건강검진기관을 이용할 때 겪는 물리적·의사소통 장벽을 줄이기 위해 2018년 도입됐다. 정부가 참여 의료기관을 공모하는 방식으로 추진했으나 2022년까지 운영기관이 22곳에 그치는 등 확충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장애인건강권법을 개정해 건강검진을 실시하는 공공보건의료기관을 의무지정 대상에 포함했다.

정부는 장애인 전용 시설과 인력 등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올해 12월까지 준비기간을 부여했다. 그러나 이행 기한을 불과 두 달여 앞둔 현재까지 대다수 기관이 운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다. 기존 공모를 통해 지정된 기관까지 포함하더라도 전국에서 실제 검진이 가능한 곳은 40곳에 그친다.
지역별 격차도 뚜렷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울산과 세종에는 운영 중인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이 한 곳도 없었다. 울산은 지정된 기관 자체가 없었고 세종은 의무지정기관 1곳이 운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경기도는 운영기관이 7곳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부산·전남·경남이 각각 4곳으로 뒤를 이었다. 경북은 3곳, 인천·충북·충남·강원·제주는 각각 2곳이었다. 대구·광주·대전·전북은 각 1곳에 불과했다. 서울·경기·부산에 전국 운영기관의 37.5%인 15곳이 집중된 셈이다.

의무지정 공공병원의 운영 현황에서도 지역별 차이가 확인됐다. 경기도는 대상 병원 8곳 중 5곳이 운영을 시작한 반면, 서울은 14곳 중 2곳에 그쳤다. 강원은 11곳 가운데 1곳만 가동 중이었다. 부산·인천·광주·대전·세종·충남·전남·경북·경남·제주 등 10개 시도에서는 의무지정기관의 운영 실적이 전무했다.

건강검진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수검률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장애인 건강검진 대상자 100만480명 중 검진을 받은 사람은 64만6218명으로 수검률은 64.6%였다. 비장애인 수검률 75.7%보다 11.1%p 낮은 수준이다.

장애인 수검률은 2023년 66.5%에서 2024년 65.9%, 지난해 64.6%로 2년 연속 하락했다. 같은 기간 비장애인 수검률도 76.4%에서 75.7%로 떨어졌지만 하락 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이에 따라 두 집단의 수검률 격차는 2023년 9.9%p에서 지난해 11.1%p로 확대됐다. 지난해 건강검진을 받지 않은 장애인은 35만4262명에 달했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 당연지정 기관 지정 이유에 대해 “장애친화 시설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공간 확보의 어려움과 비용 부담 등으로 의료기관의 자발적 참여가 저조해 공모 방식만으로는 기관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2024년부터 의무지정기관에 시설·장비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 의원은 “장애인 검진기관의 간판만 늘리고 정작 검진을 받을 수 없다면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며 “당연지정기관의 시설 여건을 전면 재점검하고 시설·장비비 지원 현실화와 수가 개선을 통해 장애인이 실제 이용할 수 있는 검진기관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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