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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 AI 가사 학습, 미 법원 공정이용 여부 심리 진행
위키트리
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이 수백만 곡의 노래 가사로 챗봇 클로드를 학습시킨 행위는 미국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법정에서 주장했다. 앤트로픽은 10월 21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법원 심리에서 판사에게 이 같은 판단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유니버설뮤직그룹(UMG) 등 음악출판사들이 제기한 소송을 끝내기 위한 요청이다.
Eumi Lee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이날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대신 양측에 공정이용 문제를 집요하게 캐물었다. 로이터는 이 쟁점이 AI 시대에 제기된 수십 건의 고액 저작권 침해 소송의 향방과 맞닿아 있다고 전했다.
앤트로픽 측 변호인 Sonal Mehta(WilmerHale 소속)는 AI 학습이 변환적(transformative·원저작물을 새로운 목적이나 성격으로 바꾸는) 신규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고 주장했다. 공정이용 법리의 한복판에 들어간다는 논리다. 앤트로픽은 가사 활용이 “클로드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도록 돕고 과학·비즈니스·교육의 진전과 생산성을 가능하게 한다”는 입장이다.
출판사 측 변호인 Matt Oppenheim(Oppenheim + Zebrak 소속)은 정반대로 맞섰다. 앤트로픽이 가사를 이용해 경쟁 콘텐츠를 만들어 인간 작곡가에게 해를 끼친다는 주장이다. 근거로는 클로드가 6개월 동안 ‘합성(synthetic)’ 가사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12만 건 가까이 받았다는 수치를 들었다. 그는 클로드 같은 거대언어모델이 “AI가 만든 콘텐츠로 시장을 아주 쉽게 압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률 매체 MLex에 따르면 출판사 측은 클로드가 가사를 그대로 내놓든 파생 저작물을 만들든 새 노래를 생성하든 앤트로픽의 가사 이용은 변환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날 심리는 거대언어모델 학습을 위한 저작권 가사 수집이 공정이용인지에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 인도 매체 미디어나마(MediaNama)는 12만 건이라는 수치가 어떻게 측정됐는지, 법원 기록에 포함돼 있는지 출판사 측에 질의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법률 전문 매체 코트하우스뉴스(Courthouse News)에 따르면 이번 심리는 양측이 약식재판(정식 재판 없이 법률 쟁점을 판단받는 절차)을 서로 신청한 상태에서 열렸다. 몇 시간 동안 이어진 변론에서 Oppenheim 변호사는 클로드가 저작권 있는 가사를 때로는 글자 그대로 재현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저작권 아래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표현적인 이용 중 하나”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불렀다.
출판사들은 두 유형의 결과물을 문제 삼았다. 하나는 클로드가 저작권 가사를 활용해 발췌문을 참조하거나 포함하는 답변을 내놓는 ‘파생’ 또는 매시업(mashup) 작품이다. 다른 하나는 특정 아티스트의 작품을 바탕으로 같은 장르·스타일의 새 노래를 만드는 ‘합성’ 작품이다. Oppenheim 변호사는 합성 노래가 인간 아티스트의 작품과 경쟁하며 음악 시장을 희석한다고 말했다. 그는 “암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다른 가사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데이터베이스에 가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Eumi Lee 판사는 이 논리의 끝을 되물었다. 라이선스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AI는 물론 누구도 오래된 저작물의 스타일에 기댄 새 작품을 만들 수 없게 된다면 출판사가 가사를 독점하는 셈이 아니냐는 질문이다. Oppenheim 변호사는 “저작권은 본질적으로 독점”이라며 “저작권 맥락에서 그것은 나쁜 말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판사는 클로드의 작사 능력이 출판사 시장을 위협한다는 주장 자체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출판사들은 저작권 관리 정보를 앤트로픽이 제거해 침해를 숨기려 했다는 주장도 편다. 가사를 그대로 생성하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클로드가 저작권 작품을 쓰려면 앤트로픽이 라이선스를 받는 것이다.
Sonal Mehta 변호사는 시장 피해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AI가 가사 수요를 줄이지 않았고 출판사들이 클로드나 다른 거대언어모델에 의한 구체적 피해 사례를 하나도 특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UMG 스스로 AI가 음악산업에 “압도적으로 순긍정적”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는 점도 짚었다. 법정에서는 “기록에 음악산업의 파멸을 보여 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도 했다.
책임 구조에 대한 주장도 나왔다. 코트하우스뉴스에 따르면 Mehta 변호사는 앤트로픽이 지는 책임은 2차 책임에 그친다고 말했다. 가사나 테일러 스위프트풍 노래를 요청하며 “버튼을 누르는” 쪽이 클로드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합성 노래는 그 자체로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자료이며 인간 아티스트의 작품을 대체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클로드는 라이선스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았고 지니어스와 리릭파인드 같은 정식 가사 검색 서비스에도 영향이 없다고 했다.
학습 방식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Mehta 변호사는 출판사들이 거대언어모델의 작동 원리를 오해한다며, 모델이 가사만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방대하고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학습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델이 인간 언어의 구조에 기반해 확률적으로 판단하게 해 준다”며 “모든 입력이 모델의 예측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공정이용은 앤트로픽·오픈AI·메타 플랫폼스를 상대로 저자·언론사·시각 예술가 등이 낸 소송의 운명을 가를 수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미 이 문제를 판단한 북부 캘리포니아의 다른 판사 2명은 생성형 AI 학습이 일반적으로 공정이용인지를 놓고 갈렸다. 지금은 은퇴한 William Alsup 판사가 2025년 책 학습에 대한 앤트로픽의 공정이용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틀 뒤 Vince Chhabria 판사는 유사한 소송에서 메타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AI 학습이 “많은 상황에서” 공정이용이 아닐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디어나마는 Alsup 판사가 불법 복제본의 학습 사용은 허용되지 않지만 합법적으로 입수한 책의 학습은 공정이용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사건은 UMG와 콘코드, ABKCO가 2023년 제기했다. 비욘세·롤링 스톤스·비치 보이스 등이 만든 수백 곡의 가사를 클로드 학습에 쓴 것이 저작권 침해라는 주장이다. 코트하우스뉴스는 소송 시점을 2023년 10월이라고 적었다. Eumi Lee 판사는 2025년 1월 클로드의 입출력에 적용된 기존 저작권 보호 장치를 유지하고 향후 모델에도 적용하라고 명령했지만 저작권 가사 학습을 전면 금지하지는 않았다. 앞서 앤트로픽의 소송 기각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앤트로픽이 사용자의 가사 요청과 클로드 API가 가사를 복제한 출력 때문에 돈을 번다는 출판사 주장에 동의한 것이다.
앤트로픽은 가사 관련 소송을 다른 곳에서도 치르고 있다. 미디어나마에 따르면 소니뮤직퍼블리싱과 라운드힐뮤직이 소송을 냈다. 코트하우스뉴스는 2025년 레딧이 클로드의 사용자 데이터 학습을 문제 삼아 앤트로픽을 제소했고, 도서 저자들이 제기한 사건에서는 앤트로픽이 15억 달러(약 2조 원, 1달러 1,327원 기준)에 합의했다고 적었다. 미국 저작권 소송 사상 최대 합의 규모다. Lee 판사는 이날 변론을 마치며 약식재판에 대한 생각을 밝히지 않은 채 사안을 심리 종결로 넘겼다.
한편 미디어나마는 인도가 미국식 포괄적 공정이용이 아니라 저작권법 제52조의 개별 공정이용 예외를 둔다고 설명했다. 인도 정부는 AI 학습용 의무 라이선스 체계를 제안했지만 아직 법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