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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밀라노 디자인 협력, 산업과 AI 시대 대응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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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이탈리아 밀라노. 디자인 생태계를 구축해 온 두 도시는 서로 다른 강점이 있다. 밀라노는 오랜 역사와 장인 정신을 토대로 세계적인 디자인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면, 서울은 첨단 기술과 빠른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앞세워 경쟁력을 키워왔다. 두 도시가 걸어온 길은 다르지만, 지향점은 같다. 디자인을 제품의 아름다움을 넘어 산업과 도시 문화, 시민의 일상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차강희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와 마리아 포로 살로네 델 모빌레 밀라노 회장은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하이스트 이탈리아에서 열린 대담에서 두 도시의 디자인 경쟁력과 산업 생태계, 인공지능(AI) 시대 디자이너의 역할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두 사람은 디자인이 산업과 긴밀하게 연결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밀라노는 제조업과 브랜드, 대학, 연구 기관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산업 생태계를 바탕으로 디자인 경쟁력을 쌓아왔다. 대학에서 배출된 인재들이 산업 현장과 긴밀하게 교류하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발전시키는 구조다. 세계적인 가구·디자인 박람회 '살로네 델 모빌레' 역시 이러한 기반 위에서 성장했다.

서울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서울디자인위크를 중심으로 디자이너와 기업, 시민을 연결하며 디자인 문화를 도시 곳곳으로 넓혀가고 있다. 올해 서울디자인위크는 DDP를 넘어 동대문, 성수, 연희, 서촌, 압구정 등 서울 5개 권역으로 무대를 확장했다. 오는 25일까지 디자인 명소 150곳을 잇는 '서울 디자인 로드'를 운영하고, 전시와 디자인마켓, 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시민들이 일상에서 디자인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대학생과 청년 디자이너들이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산업 현장과 연결될 기회도 제공한다.
포로 회장은 밀라노의 디자인 산업을 '빙산'에 비유했다. 세계적인 디자인 박람회 살로네 델 모빌레가 수면 위로 드러난 빙산의 일각이라면, 그 아래에는 디자이너와 기업, 즉 창의성과 산업이 오랜 시간 쌓아온 협력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포로 회장은 "디자이너는 그림만 그리는 게 아니라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서로 대화하면서, 하나의 빙산을 이룬다. 그것이 제품"이라며 "빙산의 수면 아래에는 창의성과 산업 간 대화가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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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와 한국은 모두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국가다. 매운 음식과 마늘, 젓갈류를 좋아한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서로 다르지만 비슷한 점이 많다. 밀라노에서 배울 점은 오랜 역사를 지닌 브랜드를 발전시켜 온 점이다. 장인 정신과 디자인을 결합해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점이 굉장히 멋지다. 살로네 델 모빌레 등 대규모 행사에 도시 전체가 참여하고, 디자인을 문화 영역으로 확장한 점도 인상적이다. 반면, 한국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변화에 대한 수용력이 뛰어나다. 특히 기술과 결합해 새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능숙하다. 두 나라가 서로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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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실수를 통해 얻는 가치를 중시한다. 결과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도 소중하게 여기며, 이를 통해 유연성을 배운다. 이탈리아의 강점은 여기에 있다. 탄력적인 사고와 시행착오를 통해 창의성을 실현한다. 재즈 음악처럼 즉흥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실수를 통해 배우는 유연성이 이탈리아 특유의 창의성이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서울의 디자인 산업을 도시문화의 성장으로 연결하기 위해 어떤 역할에 집중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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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대표

=서울디자인재단은 디자인 문화를 확산해 시민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DDP는 다양한 디자인 행사와 전시를 통해 종합적인 디자인 해법을 제공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디자인위크 역시 밀라노처럼 젊은 디자이너와  중소기업의 역량을 선보이고, 디자인이 시민의 일상에 스며들도록 하는 행사다. 매년 행사 규모를 점차 확대하면서 세계적인 디자인 행사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자 서울과 밀라노에서 하루 동안 상대방을 안내한다면, 꼭 함께 가보고 싶은 ‘나만의 장소’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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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대표

= DDP와 동대문 일대를 소개하고 싶다.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동대문에서는 디자인의 아이디어와 소재부터 완성된 제품까지 디자인 전 과정을 볼 수 있다. 특히 종로3가는 최근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로 선정됐다. 이곳에서 한국의 역동성과 창의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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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 회장

= 밀라노공과대학교(Politecnico di Milano)를 비롯한 대학 캠퍼스를 소개하고 싶다. 학생들이 디자인뿐 아니라 철학을 공부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대학가를 함께 둘러보며 다양한 건축과 새로운 스타일을 소개하고, 그 안에 담긴 이탈리아 디자인과 건축, 예술의 토대를 보여주고 싶다.
―서울의 디자이너와 기업, 청년 인재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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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대표

=디자인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에서 가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완성도 높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발과 생산 과정에 비용이 든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디자이너들을 적합한 기업과 연결하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도록 살로네 델 모빌레 등 국제 무대에 작품을 소개하는 일도 한다. 서울디자인위크에서 이들의 작품을 선보이며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사업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지원하고 있다.  
―AI가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이미지를 만드는 시대다. 이런 변화 속에서 디자이너가 더욱 집중해야 할 판단과 책임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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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 회장

=AI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역량 개발에 도움이 되긴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도구로 활용해야지 인간의 두뇌를 대체해서는 안 된다. 또 다른 문제는 지식재산이다. AI가 수집하고 활용하는 디자인 정보의 출처가 어디인지 짚어봐야 한다. AI로 인해 창작 과정의 중요한 절차와 공동체의 역할이 사라질 수 있다. 디자이너와 제작자, 스타일리스트, 사진 작가 등 창작에 참여하는 모든 전문가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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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대표

= 우리는 이미 AI 시대에 살고 있다. AI를 거부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하고 왜 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데서는 여전히 인간의 역량이 중요하다. AI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그만큼 인간의 윤리 의식도 중요해졌다. AI는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좋은 방향으로도, 나쁜 방향으로도 쓰일 수 있다. 누구나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시대인 만큼 깊이 있고 아우라를 뿜어내는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는 단순히 디자인을 제작하는 사람을 넘어 다양한 요소를 기획하고 조율하는 프로듀서로서 디자이너의 역할이 더욱 주목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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