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읽음
종합특검 기소 사건, 공소장 부실 및 증거 미흡 논란
아주경제
지난 8월 24일 권창영 2차 종합 특별검사가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기소 논란 등에 물적 증거를 대량 확보했다며 재판 결과를 지켜봐 달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두 달 가까이 지난 지금 법정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사뭇 다르다.
최근 종합 특검이 기소한 사건에서 재판부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 사건에서는 공소장에 폭행·협박 행위가 빠졌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사건은 혐의별 증거목록이 구분되지 않아 재판이 미뤄졌다. 조성현 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 사건에서도 국헌문란 목적과 지시 경로를 특정하라는 요구가 나왔다.
단순한 서류 정리 문제가 아니다. 누가 어떤 범죄를 저질렀고 무엇으로 입증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이다.
6개월간 종합 특검을 취재하며 인상적이었던 것은 수사 결과를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판사 출신으로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권 특검과 변호사 출신 특검보들은 자신들의 법리를 적극 제시하고 비판에도 판단을 굽히지 않았다.
권 특검은 내란 수사를 '전쟁'에 비유하며 '내란 세력의 역량 분쇄'를 강조했다. 기존 대법원 판례와 다른 내란 종료 시점 법리를 설명하면서는 해당 판례를 언급하는 기자들에게 "창피합니다"라고 질책했다.
새로운 법리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특검은 의뢰인을 대변하는 변호인이 아니라 강제수사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이다. 자신의 주장과 객관적 증거로 범죄를 입증하는 것은 별개다.
실제 수사에서도 한계가 드러났다. 양평고속도로 사건은 핵심 진술을 확보하지 못해 경찰로 넘어갔다. 김지미 특검보는 누구의 지시였는지에 관한 "그 한마디를 못 얻었다"고 설명했다. 통일교 수사 무마 사건에서도 윗선의 지시를 확인하지 못했다. 김치헌 특검보의 노상원 수첩 사건 역시 분석을 마치지 못해 추가 수사를 맡겼다.
피의자의 비협조와 증거 소실, 제한된 활동 기간은 분명한 장애였다. 그럼에도 사건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진술이 막혔을 때 다른 증거로 돌파하는 것도 지휘부의 역할이다.
조직 운영에서도 허점이 나타났다. 특별수사관의 피의자 진술조서 사진 게시로 징계가 이뤄졌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출석 모습 공개 발표는 번복됐다. 종료 직전 군 관련 제보자가 제출한 자료는 최종 브리핑 당시 김정민 특검보가 보고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막판 집중 기소의 부담이 법정으로 넘어왔다. 종합 특검은 전체 28건 중 22건을 종료 전 보름 남짓한 기간에 처리하는 '헤비테일' 전략을 택했다. 공소사실 특정과 증거 정리 문제가 여러 사건에서 반복된 만큼 공판에 앞서 내부 검증이 충분했는지 의문이다.
권 특검은 수사에 협조하고 범행을 인정한 실무자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았지만 혐의를 부인한 경우에는 기소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피의자의 혐의 부인은 정당한 방어권이다. 범죄 입증을 당사자의 인정 여부에 기대서는 안 된다.
검사 출신이라고 좋은 수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변호사 출신이 지휘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번 문제를 설명할 수도 없다. 다만 법리를 구성하고 설득하는 능력이 곧 증거 확보와 조직 통솔 역량을 뜻하지는 않는다. 종합 특검이 자신들의 판단을 설명하는 데 쏟은 노력만큼 공소장과 증거를 검증했는지 돌아볼 대목이다.
여러 특별검사팀에 비수사 출신 법률가들이 참여하는 지금 이 문제는 특정 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특별검사는 뛰어난 법률가인 동시에 수사 조직의 책임자여야 한다.
권 특검은 유무죄 판단은 법원의 몫이니 재판 결과를 기다려 달라고 했다. 공소장에 범죄 행위가 적혔는지, 혐의별 증거가 정리됐는지까지 판결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 특검의 실력은 브리핑이 아니라 수사를 검증하는 법정에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