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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조원대 도박 생태계’ 뿌리 뽑았다… 충남경찰, 국내 최대 도박사이트 공급조직 검거
투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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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코리아=류석만 기자] 도박사이트 하나를 막으면 또 다른 사이트가 생기는 악순환, 그 뿌리인 최상위 공급망이 경찰 수사망에 걸렸다.

동남아시아를 거점으로 불법 도박사이트를 제작·유통하고 게임머니를 공급해 약 23조 원 규모의 도박공간을 개설한 국내 최대 규모의 도박사이트 공급조직이 적발됐다.

경찰은 조직원 77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21명을 구속했으며, 이들이 제작·분양한 도박사이트 188개의 운영을 모두 중단시켰다.

충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023년 3월부터 2026년 7월까지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에 거점을 두고 불법 도박사이트를 제작·분양한 최상위 공급조직과 하부 운영조직, 도박자 등 총 77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검거된 인원은 최상위 공급조직 25명(구속 18명), 도박사이트 운영조직 33명(구속 3명), 도박자 19명이다. 특히 도박사이트 제작·분양을 담당한 솔루션 조직원 24명에 대해서는 범죄집단 조직·가입·활동 혐의가 적용됐다.

특히 이번 수사의 핵심은 개별 도박사이트 운영자를 검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백 개의 불법 사이트를 만들어 공급한 최상위 조직을 겨냥해 도박 플랫폼의 근본적인 차단에 나섰다는 점이다.

■ 벤더사부터 도박자까지… ‘23조 원대 불법 도박 생태계’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해외 유명 게임사와 계약해 카지노 영상과 게임머니를 공급받는 ‘벤더사(Vendor)’와 도박사이트를 제작·분양하는 ‘솔루션(Solution)’을 중심으로 수익 구조를 구축했다.

벤더사는 해외 게임 공급사로부터 카지노 영상 송출권과 게임머니를 확보해 솔루션 업체에 공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솔루션 업체는 자체 제작한 도박사이트를 하부 운영총책에게 분양하고, 벤더사에서 구매한 게임머니를 재판매하면서 수익을 올렸다.

이후 하부 운영진은 도박자 모집책과 성인 PC방 등을 통해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벤더사에서 솔루션, 도박사이트 운영진, 모집책, 도박자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된 피라미드 구조를 통해 불법 도박시장을 확대하고 게임머니 유통 마진을 극대화한 것이다.

솔루션 조직은 국내 IT 분야 출신 전문가들을 영입해 도박사이트를 자체 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개발했다.

사이트를 제작·분양한 뒤에는 유지·보수 명목으로 월 300만 원을 받고 게임머니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지속적인 수익을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조직은 폭력조직원을 영입해 도박사이트 운영에 활용하는 등 불법 도박사이트 유통망을 확대했다.

사이트를 직접 운영하는 조직뿐 아니라 이를 제작하고 게임머니를 공급하는 상위 단계까지 조직적으로 연결돼 있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 금융계좌 795개 분석… 해외 은신처까지 추적

수사는 지난해 11월 하부 도박사이트 운영조직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최상위 공급조직에 대한 단서를 확보하면서 본격화됐다.

충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범행에 이용된 금융계좌 795개와 해외 메신저 등 통신수단 사용 내역을 정밀 분석해 조직의 자금 흐름과 역할 분담을 추적했다.

이를 토대로 벤더사와 솔루션 업체의 핵심 조직원들을 특정하고, 최상위 조직원 25명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최상위 조직 가운데 벤더사 관계자 2명은 모두 구속됐으며, 솔루션 조직원 23명 중 16명도 구속됐다.
특히 솔루션 총책 A를 중심으로 개발·영업·사이트 관리 등 역할을 분담하고 지속적으로 도박사이트를 제작·분양한 조직에 대해서는 형법 제114조의 범죄단체 등 조직 혐의가 추가로 적용됐다.

단순한 개별 범행이 아니라 조직적인 범죄집단으로 판단해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베트남·캄보디아 등 해외와 국내에 사무실을 분산하고, 사무실을 수시로 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포물건과 해외 서버, 해외 메신저 등을 활용해 수사망을 피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 사이트 188개 폐쇄·URL 408개 차단… 범죄수익 96억 원 동결

경찰은 이번 수사에서 공급망 차단과 함께 불법 수익 환수에도 수사력을 집중했다.

솔루션 업체 개발자를 검거하면서 이들이 제작·분양한 도박사이트 188개가 모두 운영을 중단했다.

해당 사이트들이 사용한 인터넷주소(URL) 408개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 차단을 요청해 조치를 완료했다.

또한 솔루션 총책 A 등 운영진의 범죄수익 96억 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를 완료했다.

국세청에도 관련 자료를 통보해 탈세 조사와 과세가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이 파악한 약 23조 원은 범행기간에 걸친 도박 규모로, 조직이 취득한 순수익이나 범죄수익과는 구분된다.

이 가운데 범죄수익 96억 원에 대해 재산 처분을 막기 위한 추징보전 조치가 이뤄졌다.

경찰은 현재 해외로 도피한 피의자 12명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강제 송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제 공조를 통해 해외 거점 공범들에 대한 추적과 검거를 이어갈 방침이다.

■ “하부가 아닌 원점을 차단”… 공급망 중심 수사 확대

충남경찰청 관계자는 “단속에도 불구하고 도박사이트가 지속적으로 개설되는 점에 주목해 도박사이트 원점 차단에 주안점을 두고 수사했다”며 “이번 수사로 최정점 공급망을 와해시켜 수백 개의 도박사이트가 고사하는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최상위 공급망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단속 활동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불법 도박사이트가 단순히 개별 운영자의 일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이트 제작 기술과 게임머니 공급, 운영·모집 조직이 결합한 산업형 범죄 구조로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부 사이트를 단속해도 새로운 사이트가 등장하는 구조를 끊기 위해서는 제작·분양과 자금 공급을 담당하는 상위 조직을 추적하고, 범죄수익 환수와 해외 공범 검거를 병행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충남경찰청은 최상위 공급망에 대한 수사를 해외 공범 추적과 송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불법 도박사이트 188개의 운영 중단이 일회성 성과에 그치지 않고, 국내외에 연결된 공급망 전반을 끊는 실질적인 차단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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