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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과 백남준, 한글과 비디오아트 소통 다룬 전시
아주경제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과 비디오아트의 지평을 연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 500여 년의 시차를 둔 두 창조적 혁신가가 만났다. 세종중앙공원 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2026 한글문화특별기획전 '세종과 남준'이 그 무대. 전시는 두 인물을 소통과 창조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조명하며 세종 시대의 문헌과 유물, 백남준의 작품 등 90여 점을 선보인다.

박 감독은 본지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글이 조선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정보를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문자 시대를 열었다면, 비디오아트는 일부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닌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전자 시대를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점에서 세종대왕과 백남준의 소통과 창조는 맞닿아 있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소통, 한글과 비디오아트', '협업, 집현전과 플럭서스', '경계를 넘어 확장하는 예술' 등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훈민정음 반포 580주년이자 한글날 100주년인 올해, 한글과 비디오아트가 기술과 문화를 어떻게 연결하고 확장해 왔는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다.
세종도 남준도 선구적 미디어 아티스트…사상·실천 맞닿아

전시 준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시대도 활동 영역도 다른 두 인물의 접점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일이었다. "두 인물의 교차 지점을 예술적 관점에서 찾아내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세종대왕은 아무래도 문헌과 아카이브 중심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으니까요. 관람객에게 시각적인 요소를 보여주기 위해 현대작가 류재하의 영상과 홍순명의 유화 작품을 함께 연출했죠."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공간은 두 인물의 사상적 토대를 엿볼 수 있는 '독서의 세계'다. 청년 세종이 건강을 해칠 정도로 탐독했다고 전해지는 '구소수간'을 비롯해 '초사', '대학연의', '자치통감', '근사록', '양휘산법' 등 고서가 소개된다. 백남준의 예술 세계에 영감을 준 '미디어의 이해', '즐거운 학문', '형이상학 강의', '영구평화론', '모래의 책', '사이버네틱스' 등도 함께 전시됐다.
박 감독은 "두 인물이 어떤 책을 읽었는지 보며, 그들이 남긴 위대한 업적과 그 사상적 배경과 토대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라며 독서 기록을 나란히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울 것이라고 했다.
사상은 실천으로 이어졌다. 백성들에게 새로운 문자 시대를 열어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해례본'을 비롯해 새 문자의 실용성을 실험한 '용비어천가', '월인천강지곡' 등을 만날 수 있다. 이에 대응하는 백남준의 공간에는 테크놀로지를 예술로 승화한 '세종대왕'(1998), '태내기 자서전' 등이 놓였다.

박 감독은 "세종대왕과 교차하는 지점에서 백남준 작품 세계의 핵심에도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백남준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상과 이론을 실천한 인물로, 세계를 매우 재미있고 평화로운 시각으로 바라봤다"고 말했다.


박 감독이 주목하는 것은 차별성이다. 수많은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지만 도자, 수묵, 공예 등 특정 미술 분야를 특화한 경우가 많다. 반면 한글은 언어다. 이 때문에 기존 미술 비엔날레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언어 자체를 특화한 비엔날레는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어렵죠. 한글의 소통적 기능이 아닌 내적·외적·조형적 의미를 끌어내 현대미술과 접목해야 해요."

K-컬처의 세계적 확산도 비엔날레의 가능성을 높인다.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한글에 대한 관심 또한 매우 높아지고 있어요. 한글의 조형성과 현대미술의 연결 고리를 잘 풀어낸다면 세종한글비엔날레가 자리매김할 수 있으리라 믿어요."
전시는 세종시 비엔날레 전시관에서 10월 9일부터 11월 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