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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CXMT 추격, 한국 반도체 공정 숙련과 격차 유지
최보식의언론
중국의 도전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CXMT는 이미 세계 DRAM 시장에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확보했고 생산능력도 확대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과 거대한 내수시장은 초기 기술 격차를 좁히는 데 강력한 무기다. 특히 한국과 미국 기업들이 고급 메모리에 생산능력을 집중하는 사이, 중국 기업이 범용 메모리 시장의 빈자리를 파고들 수 있다.
그러나 생산설비를 확보하는 일과 첨단 제조업의 경쟁력을 완성하는 일은 다르다. 반도체의 진정한 경쟁력은 웨이퍼를 얼마나 많이 투입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높은 수율로 안정적인 제품을 반복 생산하고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느냐에 달려 있다. HBM은 여기에 적층, 접합, 열 관리, 고객사의 시스템 검증까지 더해진다. 시제품을 만들었다는 사실과 상업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대량 공급한다는 사실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격이 있다.
석유화학 산업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중국은 대규모 설비투자로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려 왔다. 하지만 공정의 미세한 변동을 읽고, 이상 원인을 찾아내며, 수율과 품질을 개선하는 숙련과 경험은 자본만으로 즉시 확보하기 어렵다. AI가 데이터를 분석하더라도 데이터에 기록되지 않은 현상과 잘못 설정된 실험의 한계까지 자동으로 없애 주지는 못한다. 다만 이것이 중국 산업 전체의 기술적 한계로 고착됐다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오히려 한국은 이 문제를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지키는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역사는 외부의 압박이 반드시 쇠퇴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1980년대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갈등은 일본 기업의 경쟁환경을 바꿨고, 이후 한국 업체들이 DRAM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혔다. 그렇다고 한국의 성공이 미국의 대일 압박 덕분이었다고만 할 수는 없다. 한국 기업들은 장기 투자와 공정 혁신, 생산 확대를 통해 그 기회를 실제 경쟁력으로 바꿨다.
오늘의 미·중 패권 경쟁도 비슷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통제는 중국의 장비와 기술 접근을 제약하는 동시에 한국 기업에 전략적 가치를 부여한다. 그러나 미국의 정책이 언제나 한국의 이익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기업의 중국 생산기지와 글로벌 공급망 역시 정책 변화의 영향을 받는다. 동맹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부담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한국의 답은 중국을 두려워하거나 미국의 보호에 기대는 것이 아니다. HBM과 차세대 D램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공정 엔지니어의 숙련을 조직의 자산으로 축적하며, AI를 현장 경험과 결합해야 한다. 핵심 인재가 빠져나가도 공정 개선 능력이 사라지지 않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CXMT의 부상은 한국 반도체의 종말을 예고하는 사건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이 지금의 높은 이익률을 영구적인 우위로 착각한다면, 그 경고는 현실이 될 수 있다. 중국의 추격은 피할 수 없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추격자를 탓하는 일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기준을 먼저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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