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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긴자 일식 코스 후기, 맛과 서비스의 조화로운 환대
아주경제
적지 않은 돈을 내고도 아쉬운 마음으로 나온 날이 있는가 하면 별다른 기대 없이 들어간 곳에서 오래 기억할 한 끼를 만난 날도 있었다. 그 차이가 늘 값비싼 재료나 화려한 접시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다. 주방의 솜씨와 손님을 맞는 사람의 태도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얼마 전 어머니 생신을 맞아 찾은 인천 송도유원지의 한 일식당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송도유원지는 어린 시절 소풍 가던 곳이다. 한때 인천 시민들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주말이면 나들이객들로 북적였다. 유원지 주변 식당과 카페도 덩달아 성업했다. 하지만 유원지가 문을 닫은 뒤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좁은 도로를 따라 음식점과 카페가 여전히 늘어서 있지만 예전 같은 활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 길을 지날 때면 사람들로 북적이던 어린 시절의 풍경이 떠오른다.
이날 찾은 곳은 그 길가에 2017년 6월 문을 연 긴자 송도유원지점이다. 긴자는 1998년 출범한 일식 코스 전문 브랜드로 올해로 28년째를 맞았다. 이곳을 고른 건 가족끼리 조용히 식사할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이 있어서였다.
코스 요리는 접시 수보다 살필 것이 많다. 앞선 요리의 맛이 다음 접시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찬 음식과 따뜻한 음식의 조화는 어떤지까지 따져보게 된다.
이날 음식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생선회는 식감이 좋았고, 곁들이 음식도 양념이 지나치게 강하지 않았다. 접시마다 담음새가 달랐고, 음식이 나오는 간격도 적당했다. 코스가 이어지는 동안 맛이 단조롭거나 식사가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식사가 한창일 무렵 직원들이 별도로 마련한 생일상을 들고 들어왔다. 축하 노래도 이어졌다. 가족끼리 조용히 보내려던 저녁이 뜻하지 않게 작은 생일잔치가 됐다. 어머니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눈치였다. 식사하러 왔다가 추억 하나를 더 얻은 셈이다.
일본에는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라는 말이 있다. 손님 입장에서 필요한 것을 헤아리고 정성껏 맞이하는 환대를 뜻한다.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생일상 못지않게 기억에 남은 건 식사하는 동안 편안함이었다. 직원들은 필요한 때에 맞춰 음식을 내거나 빈 접시를 치웠다. 손님이 식사에 불편함이 없도록 살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덕에 식사 시간 내내 가족끼리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외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일만은 아니다. 특히 가족의 생일처럼 특별한 날에는 음식 맛만큼이나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중요하다. 생일 노래처럼 눈에 띄는 이벤트도 반갑지만 손님마다 원하는 서비스의 방식은 다르다. 지나친 관심보다 적당한 거리를 지키는 배려가 더 고마울 때도 있다. 이날 저녁이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외식비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은 식당을 고를 때 가격과 메뉴 구성을 더욱 꼼꼼히 따지게 된다. 긴자 역시 최근 저녁 정식을 새로 도입하고 기존 코스의 구성을 조정했다.
하지만 가격대를 다양화하거나 접시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손님의 선택을 받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요리 하나하나의 맛과 식재료의 상태다. 아무리 저렴한 메뉴라도 음식의 질이 떨어진다면 다시 찾을 이유가 없다.
긴자는 전국 20개 매장을 모두 직영으로 운영한다. 본사가 식재료 관리부터 조리, 서비스까지 운영 전반에 관여하는 구조다. 이 중 송도유원지점과 분당 서현점은 미식 안내서 '블루리본 서베이'에 수록된 이력도 있다. 일식 코스 요리는 음식 맛뿐 아니라 상차림과 접객까지 어우러져 한 끼의 만족을 결정한다. 결국 손님에게 중요한 것은 브랜드의 규모나 이름보다 자신이 방문한 식당에서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대접을 받았느냐다.

여행길에서 오래 기억에 남은 음식이 반드시 가장 비싼 음식은 아니었다. 어떤 날은 시장 골목에서 먹은 국밥 한 그릇이, 어떤 날은 정성껏 차린 코스 요리가 오래도록 기억됐다.
송도에서의 저녁도 그런 기억 가운데 하나로 남을 듯하다. 어머니를 위한 생일상과 가족끼리 나눈 대화, 차례로 나온 음식들은 그날의 시간을 따뜻하게 채웠다.
좋은 식당이란 무엇일까. 맛있는 음식을 내는 곳일 수도 있고, 가격에 비해 만족스러운 한 끼를 제공하는 곳일 수도 있다. 다만 한 번의 좋은 경험이 다시 방문할 이유가 되려면 다음에 찾아갔을 때도 비슷한 만족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생일도 기념일도 아닌 평범한 저녁에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그런 식당이라면 다시 찾지 않을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