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읽음
외국인 관광객 급증, 숙박난 대안으로 공유숙박 부상
아주경제
0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하며 연간 2000만명 돌파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외래 관광객 3000만명, 4000만명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관광객 유치 확대를 위해서는 숙박시설 부족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텔 등 대규모 숙박시설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유휴 주거공간을 활용한 '공유숙박'이다. 공유숙박은 새로운 수익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부업을 찾는 직장인부터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시니어까지 공유숙박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호텔 신축만으론 역부족…'한 달이면 공급' 공유숙박 부상

한국호텔업협회에 따르면 서울 시내 호텔 객실은 6만여 실이다. 관광업계에서는 연간 20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수용하려면 서울에 10만실가량 호텔 객실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평균 객실 가동률은 85%를 넘어섰지만 신규 공급은 연간 1000실 안팎에 머물고 있다. 호텔 신축에 통상 5년가량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늘어나는 숙박 수요를 호텔만으로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반면 공유숙박은 호텔 신축과 달리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지 않고도 이르면 한 달 안에 숙소를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숙소 예약 과정에서 불편을 겪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에어비앤비가 국내 20~5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대한민국 방방곡곡' 보고서에 따르면 여행객 87.5%는 여행 계획 시 '숙박시설의 전반적인 여건'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 그러나 응답자 92.5%가 숙소 예약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이로 인해 17.8%는 일정을 당일치기로 축소했고 10.2%는 여행 자체를 보류하거나 포기했다.

공유숙박 이용자들은 선택 이유 1위로 '동일 조건 대비 합리적인 가격'(59.2%)을 꼽았다. 특히 50대 응답자 63.2%는 '가족이나 동행이 한 공간에 머물 수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만족도 역시 5점 만점에 4.0점으로 호텔·리조트(4.2점)에 근접했다. 하지만 국내 여행에서 공유숙박을 이용해 본 응답자 중 77.8%는 공급 부족을 지적했다.
◆부업으로도 월급만큼…국내 첫 공유숙박 박람회 '인산인해'

지난 9~1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국내 최초 공유숙박 박람회 'K-Stay EXPO 2026' 현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단법인 한국민박업협회가 주최하고 에어비앤비가 후원한 이번 행사는 연휴 기간임에도 사전등록자가 8074명에 달했다. 에어비앤비에 따르면 연령대별로는 40대가 2847명(35%)으로 가장 많았고 50대 2192명(27%), 30대 1954명(24%), 60대 이상 532명(7%), 20대 454명(6%) 순이었다.

예비 창업자 발길이 이어진 가운데 현장에서 만난 호스트들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공유숙박 호황을 체감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은행원으로 일하다 부업으로 에어비앤비를 시작한 뒤 전업으로 전환한 이상엽 호스트는 "서울에 외국인 관광객이 엄청 많다. 외국인과 내국인 비율은 8대 2 정도"라며 "평일을 포함해 평균 80~90% 예약률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숙소를 운영하는 정현우 호스트는 부업으로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다 건강이 나빠지자 전업 호스트로 나섰다. 그는 "부산을 찾는 외국인이 크게 늘었다는 걸 엄청 체감하고 있다"면서 "특히 일본인은 원래 에어비앤비보다 호텔을 주로 찾았는데 요즘은 달라졌다. 우리 숙소만 해도 일본인 예약이 약 10% 늘었다"고 했다.

호스트들은 평범한 개인도 공유숙박업을 통해 월급 수준의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이상엽 호스트는 "시장 평균은 투룸을 운영한다고 했을 때 보통 150만~200만원 정도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3룸은 250만~300만원 정도"라며 "공간에 얼마나 투자할 수 있느냐가 차이를 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 호스트도 "일반적인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이라면 순수익으로 월 200만~300만원, 회사원이 기대하는 월급만큼은 충분히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수익을 가르는 건 운영비다. 이 호스트에 따르면 개인 호스트 운영비는 매출 대비 20~30% 수준이며 대부분은 15% 안팎인 플랫폼 수수료다. 청소와 투숙객 응대를 직접 하면 인건비가 빠지는 만큼 순이익률은 더 높아진다.

다만 초기 투자 부담은 예전보다 커졌다. 이 호스트는 "요즘에는 인테리어를 제대로 하는 분들이 많아져 3룸 기준으로 보증금을 빼고 2000만~3000만원은 들여야 평균적인 퀄리티를 맞출 수 있다"며 "회수하려면 1년 정도는 잡아야 하지만 외식업 같은 다른 사업보다 훨씬 빠르다. 짧으면 6개월, 길어도 2년 안에 회수할 수 있는 비즈니스"라고 덧붙였다.

공유숙박으로 인생 2막을 여는 시니어도 있다. 제주 구좌읍 행원리에 거주하는 해녀 김순자 호스트는 새로 호스팅에 뛰어들었다. 그는 "50년 넘게 해녀로 살아왔는데 이제는 호스팅이라는 새로운 일을 하면서 제 노후에 또 다른 즐거움을 찾아보고 싶다"며 "여행자들이 순자할망민박을 제주에서 평생 살아온 할머니 집에 놀러 왔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머물다 갔으면 좋겠다"고 웃어 보였다. 

서울에서 사업가로 일하다 제주 애월읍 신엄리로 이주한 최순덕 호스트는 새내기 해녀다. 제주올레와 에어비앤비 커뮤니티펀드가 함께하는 '할망스테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기존 숙소를 할망스테이로 바꿨다. 최 호스트는 "제주올레 길을 걷던 여행객이 우리 숙소에서 편안하게 머문 뒤 '해녀의 집에서 묵었다'는 이야기를 품고 돌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현장 옥죄는 규제의 벽

하지만 공유숙박 산업이 순항하기에는 규제의 벽이 높다. 박람회 패널 토론에서도 제도의 경직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정대준 한국민박업협회 사무국장은 "층간소음이나 쓰레기 민원, 지자체 공무원의 기피, 기존 숙박업계 반발로 인해 내국인 숙박 허용이나 실거주 요건 완화가 쉽지 않다"며 "2020년 시작된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가 6년째 서울·부산에만 갇혀 있다"며 지방 거점 도시로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대차계약을 둘러싼 불안도 제기됐다. 현장에서 만난 한 호스트는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된다. 10년이 보장되는 상가임대차보호법과 달리 계약 기간이 짧고 권리금 보호가 전혀 안 된다"며 “1000만~2000만원을 들여 인테리어를 해도 주인이 재계약을 거부하거나 건물이 매각되면 쫓겨나 투자금을 날린다. 저 역시 7번이나 실패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지자체마다 다른 등록 기준도 문제로 지적됐다. 또 다른 호스트는 "정부는 규제를 푼다지만 일선 구청은 더 빡빡하다"며 "한 지역은 법령에도 없는 상가 상인들 동의까지 요구해 곤욕을 치렀다"고 꼬집었다.

채보영 한국민박업협회 회장도 "아파트는 라인 하나가 아니라 단지 전체 동의를 요구하기도 하는데 법령에는 없는 요건임에도 지자체에서 관행적으로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며 법에 없는 요건만이라도 한시적으로 면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유숙박 업계는 관련 규정에 대한 정비를 요구하고 있다.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매니저는 본지에 "외래 관광객 4000만명 시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지금 공유숙박은 숙박난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을 비롯한 공유숙박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현실과 맞게 규제를 완화해 보다 합리적인 개선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