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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 MBC 국장, 팩트 기반 신뢰 받는 뉴스 지향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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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최근 영광의 시간을 보냈다. 각종 조사에서 신뢰도·영향력 1위를 기록했고, 유튜브 구독자처럼 눈에 보이는 지표에서도 다른 방송사를 상회했다.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 정부와 일찍이 대립각을 세우면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데 앞장선 매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선명한 논조 이면에 불신이 싹텄다.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며 사랑받은 매체가 이재명 정부를 강하게 비판할 수 있겠냐는 비아냥이 나왔다. 감정적인 앵커 멘트에 거부감을 표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인사 검증 국면에선 ‘이전만큼 날카롭지 못했다’는 자조가 나왔다.

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는 6·3 지방선거 보도 보고서에서 “우리 뉴스의 모습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에서 얼마나 떳떳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신뢰도만큼 치솟은 불신도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을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2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만난 이언주 신임 MBC 뉴스룸국장은 지금을 어느 때보다 ‘국장하기 힘든 시기’라고 평가했다. ‘지상파 첫 여성 국장’이라는 타이틀보다 ‘MBC 뉴스의 방향성’에 대해 더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상파 첫 여성국장, 늦은 감 있다고 생각”

- 뉴스룸국장 취임 소감이 어떤가. ‘지상파 첫 여성 국장’이라는 타이틀도 붙었다.

“최초의 여성 보도국장이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내부에선 그런 생각을 별로 안 했다. 이성주 대표가 인사 원칙으로 내세웠던 것도 전문성이고, 국장 지명할 때도 성별이 우선 기준은 아니었다고 들었다. 이렇게 말하면 잘난 척하는 것 같지만(웃음). 실제로 바깥에서 보는 거랑 시각차가 좀 있다.”

- 지금까지 지상파에서 여성 국장이 없었다는 거에 대해 놀라는 사람이 더 많다.

“어떻게 보면 좀 뒤처졌다고 해야 하나. 신문에도 (여성 국장이) 많았는데. 제가 입사를 했을 때만 해도 여의도 5층 보도국에 여자 화장실이 없었다. 6층 아나운서국으로 화장실을 다니곤 했는데 한 선배가 대자보를 붙여서 2년 만에 겨우 생겼다. 지금은 신입사원 절반 이상이 여자다. (지상파 첫 여성국장이) 좀 늦은 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 지상파 여성 보도국장이 없었던 데에는 방송 업무가 과도해 여성이 하기 힘들 것이라는 선입견도 작용한 것 아닐까.

“그런 시대는 아니다. 제가 기자할 때는 새벽 2시에 들어갔다가 다음 날 6시에 나올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결혼하고 나서도 (가정과 일) 양쪽을 다 잘할 수 있기 때문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 제가 (2014년) 뉴욕특파원할 때 ‘미국 방송엔 여자 기자가 더 많네’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지금은 한국도 그렇게 됐다.”

‘해설·논평 중심 뉴스 지양’ 선언 나온 이유

- 윤석열 정부 이후 MBC가 시청률, 영향력 등 각종 지표에서 1위를 기록했다. 특히 내란 국면에서 눈에 띄는 보도와 선명한 논조로 기계적 중립에 답답해하던 시민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원래부터 기계적 중립이 옳다고 생각 안 했다. (윤석열) 탄핵 찬성 집회랑 반대 집회를 반반씩 보도하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 내란을 거치면서 왜 우리가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을까 생각해보면 결국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던 거다. 계엄이 있던 날 여의도 국회 앞으로 몰려왔던 사람들과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MBC에 신뢰를 줄 수 있었다. 내란이 아니더라도 기계적 중립보다는 그 사안에 대해 판단해서 보도하는 저널리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최근 몇 년 동안 MBC 구성원으로서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을 꼽자면.

“최근 우리 보도 중에 뭐가 제일 좋았는지 후배들한테 물어봤다. 가장 많이 꼽는 건 채상병 순직 사건 때 박정훈 대령 관련 보도다. (윤석열) ‘격노설’을 처음 보도하고 묻힐 뻔한 진실을 끈질기게 밝혀냈다. 내란이 얼마나 오래전부터 준비됐는지 보여준 ‘노상원 수첩’ 보도도 좋았고, ‘김병기·강선우 공천 헌금’ 보도도 여야 막론하고 MBC가 비판할 건 비판한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 많이 자랑스러워했다.”
- MBC가 정파적이라는 시각이 있다. 윤석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사랑을 받은 터라 현 정부·여당에 우호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에 동의하는지 궁금하다.

“아무리 우리가 아니라고 해도 밖에서 볼 때 그런 지적이나 비판이 계속되면, 우리가 오해라고 말할 순 있어도 돌아볼 부분이 있는 것이다. 팩트나 취재에 근거를 두고 리포트를 하면 그런 얘기가 안 나온다. 팩트나 취재에 구멍이 있는 상태에서 주장을 혹은 강요를 하면 ‘너희 저쪽 편이어서 그런 거야’라고 오해할 수 있다. 그래서 정책설명회 때부터 제가 강조하는 게 ‘해설·논평이 중심이 되는 뉴스는 지양하겠다’는 것이다.”

- MBC 논조에 대해 현장 기자들의 불만이 상당했던 건 사실이다. 매체가 정파적이라고 인식되는 상황에서 공영방송인 MBC의 저널리즘이 지속 가능하겠냐는 의문이 팽배했다.

“(국장) 정책설명회 때 그런 질문이 많이 나왔던 게 다 비슷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찬성표를 던진 것도 내가 (뉴스를) 좀 바꿀 수 있다고 기대한 게 아닐까. 여야 막론하고 검증 철저히 하고,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이라 하더라도 보도 피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계속하고 있다. 제가 국장으로 있는 한 그런 기조를 유지할 생각이다.”

“선명한 논조, 신뢰도와 연결되는 건 아니다”

- MBC 경영평가에서도 신뢰도만큼 높아진 불신도를 해결하는 것이 MBC의 향후 과제로 꼽혔다. 시사IN 신뢰도 조사에서 MBC는 2년 연속 ‘불신하는 언론매체’ 1위를 기록했다.

“언론 환경이 양극화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외부 환경만 탓하고 있을 순 없다. 우리가 오해의 소지를 줘서 불신도가 높아지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팩트에 근거해서 분석 기사를 쓰자고 많이 강조한다.”

- 선명한 논조를 보이지 않으면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게 요즘의 현실이다. 그런 우려를 하진 않나.

“지금 이 시기에 국장하는 게 힘들겠다고 생각한 게 바로 그런 고민이다. 시청률 올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나쁜 놈 하나 만들어서 극단적으로 하면 된다. 하지만 그게 신뢰도를 오히려 깎아 먹는다. 편집부장할 때 시청률 올리려고 별거 다 해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더라. 선명한 논조가 신뢰도하고 연결되는 건 아니다.”
- ‘뉴스데스크’ 앵커 클로징멘트에 대한 호불호도 갈린다. 내란 국면에선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언론사들과 대비돼 속 시원하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가치 판단에 해당하는 영역에서도 감정적 표현이 반복되자 정파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앵커가 어느 정도 가치를 넣어서 멘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이 지적하는 게 뭘까 생각해보면, 결국 단어 하나, 표현 하나 때문에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감정적인 표현 자체가 주관적이니까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르지 않겠나. 앵커 멘트로 인해 리포트 전체 흐름에 오해를 주거나 지적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면 단어나 표현에 있어서 조금 주의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은 앵커와도 얘기해볼 생각이고, 실제 얘기를 한 적도 있다.”

- MBC를 불신하는 쪽에선, 이재명 정부를 상대로 MBC가 권력 비판을 잘 할 수 있겠냐는 의문을 던진다.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 여야 막론하고 비판할 건 한다. 후배들이 원하는 것도 그런 거다. 최근 인사 검증 국면에서도 MBC가 제대로 못 한 부분이 꽤 많았다. 밖에서 볼 때는 ‘봐줬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는 거다. 그렇게는 안 하겠다. 개각이나 인사청문회 있으면 검증TF 꾸려서 철저하게 검증할 생각이다. 그게 기자들이 원하는 거고 기자들의 자존심 아닐까.”

“MBC 기자들 자존심 지켜줘야 뉴스 잘 된다”

- 언론이 편을 들어주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보도가 오히려 시청률을 떨어뜨릴 수도 있는데.

“이성주 사장도 시청률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웃음). 사장이 얘기했던 키워드도 ‘신뢰’다. 국장 입장에서 시청률 신경을 안 쓸 수는 없다. 그래도 신뢰도를 무너뜨리면서 시청률을 올리려고 하진 않을 것이다. 시청층을 단단하게 만들어서 그걸 기반으로 신뢰도를 올리려고 한다. 원론적이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다. 결국 국장으로서 내가 견뎌야 하는 것 같다.”

- 뉴스룸 책임자로서 눈에 바로 보이는 데이터 하락을 감수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면서 후배들 자존심 다치는 거다. MBC는 예전부터 정권에 상관없이 비판하는 언론사로 자리매김을 했다. MBC 들어온 후배들 대부분이 MBC는 그런 회사라고 알고 들어왔다. MBC 기자로서 자존심을 지켜줘야 MBC 뉴스가 잘 되는 것이다. 어려운 길을 가보려 한다.”
- 앞으로 만들고 싶으신 MBC 뉴스를 한 줄로 정의한다면.

“믿고 보는 뉴스. ‘MBC가 보도했네? 그럼 맞겠네’ 이런 반응이 나왔으면 좋겠다. 진영 논리와 무관하게.”

- 유튜브로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시대다.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새롭지 않다. 레거시 미디어인 공영방송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까.

“극단적인 언론 환경이 되기 때문에 더욱 공영방송이 할 역할이 생긴다. 플랫폼과 무관하게 MBC에서 이렇게 보도하는 걸 보니 결국 맞더라. 진실을 얘기하더라. 이게 공영방송의 역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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