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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순열 서울변회장 “착수금 낮춰 서민 부담 덜어야… 형사 성공보수 부활 필요”
조선비즈
당장 착수금이 없는 서민도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착수금을 낮추고 사건 결과에 따라 추가 보수를 지급할 수 있도록 형사 성공보수 금지를 재검토해야 합니다.
조순열(사법연수원 33기)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지난 6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형사사건 성공보수 부활 필요성을 강조했다. 목돈이 없어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는 서민을 위해 초기 착수금 부담을 낮추고, 사건 결과에 따라 추가 보수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5년 7월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이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무효라고 판단했다. 조 회장은 이 판결이 오히려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서민의 법률 조력 기회를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평생 모은 3억~4억원을 사기당한 고령 피해자를 예로 들었다. 착수금 500만원이 필요한데 수중에 200만원밖에 없다면 변호사를 선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성공보수가 허용되면 적은 착수금을 먼저 내고 성과에 따라 추가 보수를 지급할 수 있다. 당사자에게 훨씬 유리한 계약이다.
조 회장은 “성공보수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과연 서민과 약자를 위한 것인지 돌아봐야 한다”며 “대법원도 서민과 일반 국민의 삶 속으로 들어와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출범한 새 형사사법체계에 대해서는 피해자 보호와 변호인 참여권 보장을 과제로 꼽았다. 검찰이 맡았던 사건이 다른 수사기관으로 넘어가면서 사건 적체가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변호사는 수사를 방해하는 사람이 아니다”며 “증거와 법리를 정리해 수사기관의 판단을 돕고, 처리할 수 있는 사건은 신속히 마무리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조 회장과의 일문일답.
―대법원이 형사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로 판단한 지 11년이 지났다.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는.
“지난 11년 동안 착수금이 없어 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서민과 약자를 수없이 봤다. 당장 목돈이 없는 사람에게는 착수금을 줄이고 성과에 따라 추가 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법원이 이런 약정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판단하면서 변호사를 선임할 기회까지 막힌 셈이다. 최근 하급심에서 형사 성공보수는 필요하고 유효하다는 취지의 판단이 나오는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했다고 본다.”
―착수금을 낮추더라도 성공보수를 지급하면 전체 변호사 비용이 늘어날 수 있지 않나.
“중요한 것은 서민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돈이 있는 사람은 처음부터 충분한 착수금을 내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지만, 당장 돈이 없는 사람은 그럴 기회조차 없다. 성공보수를 무조건 받도록 하자는 게 아니다. 착수금을 낮추고 성과에 따라 단계별로 보수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당장 목돈이 없어도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성공보수는 당사자가 원하는 결과가 나왔을 때 서로 약정한 금액을 지급하기로 하는 조건부 약속이고, 이는 당사자에게 유리한 약정이다.”
―성공보수가 오히려 경제력에 따른 사법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오히려 반대다. 돈이 있는 사람은 지금도 대형 로펌이나 전관 출신 변호사에게 많은 착수금을 내고 법률 조력을 받는다. 반면 사기 피해자는 돈을 잃어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는데, 상대방은 충분한 착수금을 내고 방어한다. 서민과 약자를 위해서라도 착수금을 줄이고 성과에 따라 보수를 지급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마저 막으면 경제력에 따른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
―대법원은 성공보수가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현실도 봐야 한다. 당장 착수금이 없어 법률 조력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해 피해를 제대로 구제받지 못하는 상황도 생긴다. 성공보수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과연 서민과 약자를 위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대법원에 하고 싶은 말은.
“현실을 직시해 달라. 서민과 약자, 일반 국민의 삶 속으로 들어와 판단해 달라는 것이다. 하급심 판사들과 대화하고 현장의 법조인들도 만나봤으면 한다. 법조인이라면 자신이 현실과 동떨어진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법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곳은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형사 성공보수를 일절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과연 서민과 약자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다시 판단해 달라.”
―지난 2일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출범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피해자 보호다. 과거에는 경찰 수사 뒤 검찰을 한 번 더 거치면서 수사의 완결성을 높였다. 이제 경찰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야 한다. 수사가 미진하면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기 어렵다. 변호인 참여권도 걱정이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는 변론권이 비교적 충실하게 보장됐지만 경찰은 아직 변호인 참여 제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과거로 돌아가자는 게 아니라 이런 문제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최근 상주경찰서에서 조직폭력·마약 사건 등의 변호인 참여를 제한한다는 안내문을 붙여 논란이 있었다.
“직접 찾아가 확인했더니 27년 전 내용이었다. 경찰서장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뒤 게시물을 즉각 철거했다. 하지만 경찰서 한 곳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전국 수사 경찰이 변호인 참여권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국가수사본부에도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 조만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도 찾아갈 생각이다. 신설 기관인 만큼 초기부터 변호인 참여권이 보장되도록 주의를 촉구하고 협력하고 싶다.”
―검찰의 미제사건이 다른 수사기관으로 대거 이관되면서 사건 적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분간 사건 적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검찰이 맡았던 수사와 진행 중이던 사건까지 다른 기관으로 넘어가면 감당해야 할 수사 총량이 늘어난다. 변호사들도 적체를 줄이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변호사는 수사를 방해하는 사람이 아니다. 증거와 법리를 정리해 수사기관의 판단을 도울 수 있다. 경찰도 변호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변호사가 사건 적체 해소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여할 수 있나.
“변호인이 제출한 자료와 의견서를 제대로 살펴봐 달라는 것이다. 증거가 부족하면 수사를 보강하고, 처음 판단이 잘못됐다면 내부 논의를 거쳐 바로잡을 수 있다. 현장에는 판단이 어려워 처리를 미루는 사건도 적지 않다. 변호인의 의견을 검토해 쟁점을 정리하고 결론을 낼 수 있는 사건은 신속히 처리하자는 것이다. 변호인이 원하는 결론을 무조건 내려달라는 뜻은 아니다. 수사기관이 충분한 자료를 토대로 정확하게 판단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