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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감만항 투르키스탄 바퀴 정착, 번식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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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과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인 외래 해충 '투르키스탄 바퀴(일명 레드 러너)'가 부산 감만항 일대에 정착해 완벽한 생애주기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투르키스탄 바퀴벌레 /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부산대학교 생명시스템연구소와 경상국립대학교 식물의학과 공동 연구팀은 곤충학 및 식물병리학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번 외래종 정착 현상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8개월에 걸쳐 총 다섯 차례의 심층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현장 조사 결과 투르키스탄 바퀴의 성충(다 자란 곤충)과 약충(어린 곤충)은 물론 번식의 산물인 알집까지 모두 채집됐다. 알에서 성충으로 이어지는 한살이(생애주기) 전체 과정이 야외에서 발견된 것은 이들이 국내 기후와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해 스스로 세대를 거듭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권위 있는 학술적 증거다.

투르키스탄 바퀴는 몸길이 약 3cm에 짙은 검붉은색 외형을 지녔다. 본래 덥고 건조한 기후에 서식하지만 부산 특유의 지역적 환경이 이들의 기착을 도왔다. 부산은 평년(1991년~2020년 기준) 겨울 평균기온이 섭씨 3.6도에서 5.8도 사이로 중부지방보다 훨씬 온화하다. 대형 철제 컨테이너와 화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감만항 일원은 매서운 겨울 바닷바람을 막아주고 기온 변화 폭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완벽한 한파 대피소 역할을 수행했다.

이 외래 해충이 지닌 가장 큰 위협은 상상을 초월하는 번식력과 성장 속도다. 투르키스탄 바퀴는 부화 후 220일 정도면 성충으로 완벽히 자라나며, 암컷 한 마리가 일생 동안 최대 350마리의 약충을 낳을 수 있다. 이 엄청난 번식력 덕분에 파충류나 절지류의 먹이용 곤충으로 국내에 대량 반입되어 유통된다. 감만항 하수구나 음식물 쓰레기통 주변은 물론 외부 공원에서도 이미 다수의 개체가 목격되고 있다.
한국 토착 바퀴벌레와 투르키스탄 바퀴의 차이점. /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국내 야외 생태계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대형 토착 바퀴벌레로는 몸길이 30~38mm에 짙은 밤색을 띠는 먹바퀴, 몸길이 35~40mm로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적갈색의 이질바퀴(미국바퀴), 추위에 강해 중부지방 야외에서도 서식하는 20~25mm 크기의 집바퀴(일본바퀴) 등이 꼽힌다. 실내에서 주로 발견되는 10~15mm 크기의 독일바퀴와 달리 이들 대형 바퀴벌레는 습도가 높은 하수구나 지하실 등 야외와 인접한 틈새 환경을 선호한다. 감만항 현장에서도 투르키스탄 바퀴와 대형 토착종인 먹바퀴가 하수구 주변에서 나란히 서식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두 종은 서식지를 공유하면서도 번식과 생존 전략에서 뚜렷한 생태적 격차를 드러낸다. 토착종 먹바퀴는 체격이 크고 위협적인 외형을 지녔지만 다른 바퀴 종에 비해 알을 낳는 빈도가 눈에 띄게 낮고 유충이 성충으로 자라기까지 걸리는 성장 속도 역시 더디다. 척박하고 예측 불가능한 야외 환경에서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개체 수를 늘리기에는 태생적으로 불리한 구조를 가졌다. 투르키스탄 바퀴는 알 부화와 약충의 성장 기간이 매우 짧고 한 번에 경이적인 숫자의 새끼를 번식시킨다. 한정된 서식 공간과 먹이를 두고 두 종이 생태계 서식 경쟁을 벌일 경우 번식력이 압도적인 투르키스탄 바퀴가 순식간에 토착 먹바퀴 무리를 밀어내고 우점종으로 생태계 상단에 자리 잡게 된다.

움직임의 속도와 물리적 회피 능력에서도 명확한 차이가 난다. 먹바퀴는 단거리 비행이 가능하지만 지면을 기어 다니는 속도가 다소 둔탁하여 사람의 눈에 띄었을 때 물리적 타격으로 쉽게 제압당하는 경우가 많다. 투르키스탄 바퀴는 비행 능력은 떨어지지만 '레드 러너(붉은 달리기 선수)'라는 직관적인 별명이 붙을 만큼 지면을 이동하는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르다. 뛰어난 기동성은 천적이나 인간의 살충 시도를 단숨에 회피하고 비좁은 틈새로 은신하는 데 극도로 유리하게 작용하여 초기 확산 차단과 방제를 더욱 까다롭게 만든다.

방어 체계를 구축하는 국가적 방식도 근본적으로 선진화되어야 한다. 이미 미국, 일본, 러시아, 유럽의 여러 선진국은 투르키스탄 바퀴의 유입과 겉잡을 수 없는 확산으로 인해 막대한 비용을 치르며 보건 위생 문제를 겪고 있다. 기후 온난화로 한반도의 겨울철 평균 기온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부산 감만항을 거점으로 전국 내륙으로 이들이 확산할 위험성은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 매일 수많은 선박이 입항하고 방대한 컨테이너 화물이 오가는 항만 물류 시설의 구조적 특성상 일선에서 이들을 100% 완벽하게 검역하고 차단해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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