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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형 당뇨병, 생활 리듬 규칙적일수록 혈당 조절 목표 달성률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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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안산병원 내분비내과 이다영·김난희 교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헌정 교수, 선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이정빈 교수 공동 연구팀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일주기 리듬과 혈당 변화를 분석한 결과, 생체리듬의 안정성이 혈당 조절 상태와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Metabolism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식사와 운동, 약물치료에 중점을 두었던 기존 당뇨병 관리에서 나아가 수면과 신체활동의 시간적 규칙성도 중요한 관리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 저항성과 인슐린 분비 기능 저하로 인해 혈당이 만성적으로 상승하는 질환이다. 혈당이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으면 심혈관질환과 뇌졸중, 만성콩팥병, 당뇨병성 망막병증, 신경병증 등 다양한 합병증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에게는 식사 조절과 규칙적인 운동,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혈당을 목표 범위 안에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혈당의 평균적인 수준뿐 아니라 하루 동안 혈당이 얼마나 크게 변동하는지도 중요한 관리 지표로 평가되고 있다.
혈당 변동성이 크면 고혈당과 저혈당이 반복될 수 있으며, 특히 인슐린을 사용하는 환자에서는 저혈당 예방이 중요한 치료 목표가 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혈당 변화가 환자의 생활 리듬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속혈당측정기와 웨어러블 활동 측정기에서 얻은 자료를 분석했다.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은 약 24시간을 주기로 반복되는 생체 기능의 변화를 의미한다.
사람의 몸에서는 수면과 각성, 호르몬 분비, 체온, 신진대사, 혈압 등 다양한 생리적 기능이 일주기 리듬에 따라 변화한다. 특히 혈당 조절과 관련된 인슐린 분비와 인슐린 감수성, 간의 포도당 생성 등도 하루 중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같은 음식을 섭취하거나 비슷한 수준의 신체활동을 하더라도 시간대와 생체리듬의 상태에 따라 혈당 반응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생체리듬의 규칙성이 실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이번 연구에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에서 인슐린 치료를 받은 제2형 당뇨병 환자 122명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참여자들에게 연속혈당측정기와 웨어러블 활동 측정기를 동시에 착용하도록 했다.
이후 10일 동안 혈당 변화와 수면시간, 신체활동량, 심박수 등 생체리듬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피부 아래의 간질액에서 포도당 농도를 측정해 하루 동안의 혈당 변화를 지속적으로 기록하는 장치다.
기존의 손끝 채혈 방식과 달리 야간이나 식사 사이에 발생하는 혈당 변화를 확인할 수 있어 혈당 변동성과 저혈당 발생 양상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웨어러블 활동 측정기는 환자의 움직임과 수면 등 일상생활의 활동 패턴을 기록하는 데 활용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자료를 결합해 환자별 일주기 리듬의 안정성을 평가하고 혈당 조절 지표와의 관련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생체리듬이 가장 안정적인 환자군은 혈당 조절 목표를 달성한 비율이 46.3%로 나타났다. 반면 생체리듬의 안정성이 가장 낮은 환자군에서는 목표 달성률이 20.0%에 그쳤다.
이는 생체리듬이 안정적인 환자군의 혈당 조절 목표 달성률이 불안정한 환자군보다 약 2.3배 높았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러한 관련성이 연령과 체질량지수(BMI), 당화혈색소(HbA1c) 등 주요 당뇨병 관련 요인을 고려한 이후에도 유지됐다고 밝혔다.
이는 혈당 조절 상태를 이해할 때 기존의 임상적 지표뿐 아니라 환자의 생활 리듬도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생체리듬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혈당 조절이 개선됐는지, 반대로 혈당이 잘 조절되는 환자가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쉬운 것인지는 이번 연구만으로 확정할 수 없다.
연구진은 신체활동이 이루어지는 시간대에 따라서도 혈당 조절과의 관련성이 달라지는지 분석했다.
이를 위해 하루를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의 야간, 오전 6시부터 정오까지의 오전,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의 오후,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의 저녁으로 구분했다.
연구팀은 각 시간대의 걸음 수와 연속혈당측정기로 확인한 혈당 지표 사이의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오후 시간대에 신체활동량이 많은 환자일수록 혈당이 목표 범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고 혈당 변동성은 낮은 경향이 나타났다.
혈당이 목표 범위에 머무르는 시간을 나타내는 지표를 목표범위 내 시간(Time in Range·TIR)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많은 성인 당뇨병 환자에게는 혈당 70~180mg/dL 범위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중요한 관리 목표로 활용된다.
다만 적절한 목표 범위와 달성 수준은 환자의 연령과 저혈당 위험, 동반질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연구진은 오후 시간대의 신체활동이 혈당 조절과 긍정적인 관련성을 보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운동의 양뿐 아니라 언제 활동하는지도 혈당 관리에서 고려할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번 결과가 모든 당뇨병 환자에게 오후 운동이 오전이나 저녁 운동보다 반드시 효과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진은 실제 운동 시간대를 무작위로 배정한 것이 아니라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보인 신체활동 패턴을 관찰했다.
따라서 시간대별 활동량과 혈당 사이의 관련성을 확인한 결과로 해석해야 한다.
수면과 혈당 조절 사이에서도 의미 있는 관련성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충분한 수면을 취한 환자에서 저혈당 위험이 낮고 혈당 변동 폭도 작은 경향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수면은 신체의 에너지 대사와 호르몬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면이 부족하거나 불규칙하면 교감신경계와 스트레스 호르몬의 활동이 변화하고, 인슐린 감수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수면 부족은 식욕과 식사 선택, 신체활동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혈당 관리에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인슐린 치료를 받는 환자에서는 야간 저혈당을 포함한 하루 전체의 혈당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연구는 수면과 활동량을 연속혈당측정 자료와 함께 분석함으로써 생활 리듬과 혈당 변화의 관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생체리듬의 안정성이 높은 환자에서 혈당 조절 목표 달성률이 높았다는 사실이 당뇨병 관리에 새로운 접근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이다영 교수는 기존 당뇨병 관리가 주로 식사와 운동, 약물치료에 집중해 왔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일주기 리듬의 관리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활용한 당뇨병 관리의 가능성도 보여준다.
연속혈당측정기와 웨어러블 활동 측정기를 함께 사용하면 환자의 혈당 변화뿐 아니라 수면과 활동 패턴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어떤 시간대에 혈당 변동이 크게 나타나는지, 신체활동이나 수면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개인별로 파악할 수 있다.
향후 이러한 자료를 활용하면 환자의 생활 패턴에 맞춘 개인별 혈당 관리전략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시간대에 혈당 변동이 크게 나타나는 환자에게는 식사시간과 신체활동, 수면 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접근이 고려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관리전략이 실제로 혈당 조절을 개선하는지는 별도의 중재 연구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
특히 인슐린을 사용하는 환자는 운동시간이나 식사시간의 변화가 저혈당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연구 결과만을 근거로 인슐린 투여량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특정 시간대의 운동을 무조건 늘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환자의 혈당 패턴과 약물 종류, 식사량, 신체활동 수준을 고려해 의료진과 함께 관리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연구에는 몇 가지 한계도 있다.
우선 연구 대상자는 122명으로 비교적 적었으며, 모두 인슐린 치료를 받은 제2형 당뇨병 환자였다.
따라서 경구 혈당강하제만 사용하는 환자나 인슐린을 사용하지 않는 환자,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도 동일한 결과가 적용되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또 생활 리듬과 혈당 변화는 10일 동안 측정됐다.
이 기간에 관찰된 생체리듬의 안정성이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친 장기적인 혈당 조절이나 당뇨병 합병증 발생 위험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에서 확인된 생체리듬과 혈당 조절 사이의 관련성도 인과관계를 직접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수면과 신체활동의 규칙성을 개선했을 때 실제로 혈당 조절 목표 달성률이 높아지는지 확인하려면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등 후속 연구가 요구된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제2형 당뇨병 관리에서 식사 내용과 운동량뿐 아니라 생활의 규칙성과 활동 시간대, 수면 습관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생체리듬이 가장 안정적인 환자군에서 혈당 조절 목표 달성률이 약 2.3배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은 일상생활 패턴이 당뇨병 관리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향후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간의 생체리듬과 혈당 변화를 분석하고, 생활 리듬을 개선하는 중재가 실제 혈당 조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당뇨병 관리가 단순히 무엇을 먹고 얼마나 운동하는지를 넘어, 언제 자고 움직이며 얼마나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지까지 살펴보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