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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노조, 오너 일가 책임 추궁 및 새 주인 물색
미디어오늘
박창규 JTBC노조 위원장은 지난 6월12일, 그날을 떠올렸다. 월드컵이 흥행되지 않는다고 말이 많았지만, 한국이 체코를 이기면서 주목을 받았던 날이다. 그러나 이날 저녁 퇴근길에 앞서 대표이사 주도 회의가 소집됐고, 206억 원의 채무를 불이행해 신용등급이 강등될 거라는 소식을 들었다. 박창규 위원장은 “오십 넘은 우리 대표가 울었다. 펑펑 울었다”며 오너일가는 끝까지 JTBC 경영진을 속여 지난 4월까지 개인들에게 채권을 판매하는 일까지 행했다고 말했다.
현실을 직면하니 JTBC는 자산보다 빚이 훨씬 많았고, 시세 50억 원이면 될 건물 보증금을 오너 회사에 700억 넘게 주고 있었으며, 회사 구성원 80명이 구조조정 당할 동안 오너는 별채를 짓고 있었다. 부도 직전까지 발행한 JTBC의 채권에 투자한 개인 채권투자자들이 JTBC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오너일가는 드라마, 예능, 영화 등 콘텐츠 IP(지적재산권)를 다수 보유한 ‘알짜’ SLL중앙을 살리기 위해 13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박창규 위원장은 “오너일가가 순간 현명한 선택들을 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가 간과한 건 직원 한명 한명의 삶과 채권 피해자들의 삶이다. 결국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6월12일로 돌아가 보면, JTBC가 206억 채무를 불이행해 신용등급이 강등됐다는 소식이 저녁에 보도됐다. 그날 오전에는 JTBC가 지상파3사 만큼 월드컵 광고가 잘 팔렸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날을 돌아보면 다 비현실 같았다. 체코전에서 한국이 이긴 날이었다. 회사가 어렵다는 건 기본적으로 다들 알고, 월드컵 흥행이 안 되고 있었다는 것도 아는 상황에서 축구를 멋있게 이겨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오후에 일을 마치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대표가 부장들을 불러 모았다. 금요일에 왜 사람을 모으지? 무슨 일이 있나? 생각했다. 그런데 대표가 ‘지급불능’ 이야기를 꺼냈다. 무슨 말인지도 잘 못 알아들었다. ‘이제 기사가 나오기 시작할 텐데, 대표가 부장단에게 직접 말하는 게 예의인 것 같다’고 했다. 경영진조차도 혼란스러워하고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걸 느꼈다. 이후 구성원들이 대단히 혼란스러워했다. 정보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고, ‘왜 바깥에서 우리의 운명을 알아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 외부에서 보면 홍정도 오너일가와 전진배 대표이사 등 사측은 하나처럼 보인다.
“그날 오십이 넘은 우리 대표이사가 울었다. 펑펑 울었다. 이야기하다가 눈물을 후두둑 흘렸다. 진정이 안 되는 것 같더라. 대표가 사회부장 시절일 때부터 봤다. 그런 분이 아니다. 이 모든 게 너무 비현실 같았다. 그 뒤로 주말 내내 월요일이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무서웠다. 아무것도 모르니까. 월요일에 출근했더니 법인카드가 정지되고, 회생에 들어간다고 하고, 오너가 사과를 하고, 이게 꿈인가 현실인가? 솔직히 지금도 비현실 같다.”

“저는 몰랐다고 생각한다. 개인들에게 판매됐던 투자설명서를 보면, 오너일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을 거니까 원금 보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문구가 있다. 그게 바탕이 돼서 JTBC처럼 재무가 어려운 상황인데도 채권을 판매할 수 있었고 개인들도 믿고 샀을 거다. 경영진도 그런 사실을 믿지 않았다면 나중에 문제 될 회사채를 판매할 수 없었을 거다. 본인들이 책임져야 하니까. 그리고 저희가 계속 외부의 증언과 정황과 재무의 숫자와 돈의 흐름과 내부 문서를 확보하고 있는데 마지막까지 경영진이 몰랐어야 오너 입장에서 SLL중앙 축으로 계속 현금을 받아올 수 있었고, 살릴 회사와 버릴 회사를 결정할 수 있었다. 경영진이 알았으면 저항할 거기 때문에. 그래서 오너에게 확실히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영진조차도 속였기 때문에.”
-노조위원장 출마, 쉽지 않은 판단이었을 것 같다.
“무서운 자리다. 정권은 바뀌어도 이 사회의 재벌들은 바뀌지 않는다. 블라인드 등 뒤에서는 오너 욕이 올라오지만, 공개적으로 이름 걸고 오너를 비판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JTBC의 지분구조를 보면 오너 측 중앙홀딩스 지분이 25%, 중앙일보가 5%, 나머지 지분은 오너의 우호 지분이다. 회사 가치가 바닥을 치고 나면, 오너가 다른 지분 뒤에 숨어 이 회사를 다시 가져갈 수도 있는 거다. 사실 여부를 알 수 없지만 외부 시선은 그랬다. 오너가 중앙일보는 버리고 JTBC를 가져가려고 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그런 사례가 예전에도 많이 있었다. 도저히 감당이 안 될 때 회생에 넣어버리고 빚을 털고 난 뒤, 많은 직원이 떠나 회사가 납작해지면 가치가 떨어졌을 때 오너가 다른 지분 뒤에 숨어서 회사를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오너의 영향력이 여전히 미치지 않을까? 그래서 무서웠다.”
“중앙일보와 통합노조일 때 JTBC 후배가 부위원장이었는데, 어느 날 밤 전화해서 아무도 안 도와준다고 힘들다고 하더라. 그게 너무 미안했다. 부위원장 후배한테 미안해서 노조위원장을 하겠다고 했다. 이러다 진짜 우리 주저앉아서 죽겠구나 싶어서 맡게 됐다.”
-JTBC 구성원들은 현재 어떤 상태인 것 같은지.
“외부 전문가들을 만났더니 회생에 들어간 대부분 기업의 직원들은 혼란에 빠진다더라. 그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누군가가 설계한 이 시나리오 안에서 당했구나. 뒤늦게 전말을 깨닫고 그 전말을 깨달은 거에 만족한다고 하더라. 저희는 지금 그 전말을 파악한 상태다. 지금은 적어도 우리 현실을 알고 있는 상황이다.”
-연일 오너 일가를 비판하고 자금을 추적하는 노보를 내고 있다.
“노조가 노보를 쓰는 방식이나 오너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이 과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해보지 않았던 일이니까. 외부 전문가들, 정치권, IB업계 등에선 우리가 괜찮은 새 주인을 찾으려면, 오너와 확실히 선을 긋는 게 기본이라고 했다. 이건 독립변수다. 새 주인이 큰 돈 들여 JTBC를 인수했는데 구주인의 영향력이 남아있거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새 주인이 이 회사를 매수할 이유가 없다. 우리 노조의 방식이나 방향에 대해 조금씩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지금 이 방향이 맞다고 우리 구성원들에게도 설명하고 있다.”

“JTBC의 돈 되는 것들의 대부분은 오너의 영향권 회사에 가 있다. 오너의 지분이 많은 곳. 오너 개인 투자가 많은 곳. 그래서 오너가 살려야 하는 곳. 콘텐트리중앙이 축이라고 설명하는데, (지분구조상) 그 축에 SLL중앙이 있다. JTBC 들어오는 돈의 상당수는 콘텐트리중앙 축으로 흘러가서 묶여 있다. 묶여 있는 돈이 3700억 원이다. 이 돈으로 오너 영향권 회사의 주식을 샀다거나, 오너 영향권 회사에 돈을 빌려줬다든가, 오너 영향권 회사에 임차 보증금을 1000억 넘게 줬다거나, 오너 영향권 회사가 발행한 SPC 채권을 샀다거나 하고 있다. 다 종이 증서다. 실제 자산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까 남은 건 거의 없는 거다. ‘우리가 돈이 이만큼 없어. 우리의 현실이 참혹해’ 그걸 이야기하는 게 구성원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고민했다. 그러나 현실을 인식해야 새 매수자를 구할 수 있고 오너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현실을 말해야 그다음 스텝이 가능해서 어쩔 수 없이 우리 현실을 보여준 거다.”
-중앙그룹사가 언제부터 어려워진 건가?
“중앙그룹은 총 4개의 큰 실패가 있다. 2021년 SLL중앙이 미국 콘텐츠 제작사 wiip을 1300억 원에 인수했다. 분기마다 300억~400억 원 적자가 났다. 휘닉스파크도 사양길이고, 메가박스도 코로나19 때 크게 적자가 나고 어려워졌다. 마지막으로 올림픽 월드컵 중계권까지. 중계권도 SLL중앙 밑에 자회사가 사서 JTBC에 파는 형태였다. 또 JTBC 돈이 나가는 거다. 모든 돈은 그룹사로 흐른 거다. 그룹사의 실패다. 오너 입장에서는 SLL을 상장해서 큰돈을 벌어서 그룹사 전체를 살리려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wiip을 사고 나서 SLL중앙도 만성 적자에 빠지고 그룹사 전체가 자금이 말랐다. JTBC와 중앙일보는 언론사라서 마지막까지 외부 차입이 가능했다. 개인 투자자한테도 회사채를 팔아 자금 수혈을 해서 문제가 된 거다. JTBC 경영의 실패가 아니라 그룹사 실패가 JTBC에 전가된 거라고 봐야 한다.”

“보증금 문제는 최근 우연히 알았다. 저희가 건물이라도 지키려고 알아보다가 애초 보증금이 얼마였냐고 재무팀에 물었다. 35억 원이었다고 했다. 그룹사가 어려워진 2022년에 300억 원이 추가 되고, 몇 년 뒤에 또 200억 원이 추가되고, 재무가 어려웠던 작년에도 200 억 원이 추가됐다. 우리가 보증금을 760억 원을 줬는데도 대항력 설정이 안 됐다. 차라리 돈을 대여해줬으면 이자라도 받을 텐데, 일산 스튜디오 보증금까지 합치면 1119억 원인데 무이자다.”
-왜 그동안 몰랐나.
“그동안 우리가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못 한 거다. 노조는 권익집단인데 이익을 따져보지 않았던 거다. 통합노조이고 기자 노조라 중앙일보와 JTBC 기자들의 모임이 되다 보니 그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 노조라는 건 직원들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다. 그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던 거다. 이제라도 잘해 보겠다.”
-현재 중앙일보와 JTBC 채권에 투자한 피해자들이 오너일가 포함 두 회사의 전현직 경영진을 고소했다. 오너일가의 최소 확인된 재산만 2600억 원이다. JTBC입장에서 채권자들의 피해를 오너일가가 덜어주는 게 좋지 않나.
“그게 아마 본인한테도 좋을 거다. 피할 수 없다. 사람들이 바보 아니다. 왜 JTBC가 계속 개인들에게 회사채를 팔 수 있었지? 그 뒤에 오너가 있는 건 상식적으로 모두가 아는 사실이고 그건 어디선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피할 수 없다. 오너 본인을 위해서도 책임 질 부분은 빨리 책임져야 한다. 설령 외면하고 간다손 치더라도 앞으로 두고두고 도덕적인 오명으로 남을 거다. 그 오명을 뒤집어 쓸 건가? JTBC 입장에서도 언론사는 신뢰로 먹고 사는 곳인데 개인 투자자들에게 피해주고 아픔을 외면한 언론사가 된다면 JTBC 스스로 공익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어떻게든 해결이 돼야 하고 해결의 키는 오너가 쥐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 오너일가는 SLL중앙에 투자할 기업에 1300억 원의 사재를 제공했다.
“예상했다. SLL중앙을 살리기 위해서 그동안 이 모든 걸 설계했고 여기까지 진행했는데, JTBC 직원 개개인의 삶이나 법인의 생존이나 그런 걸 신경 썼다면 여기까지 안 왔을 거다. SLL중앙을 살리기 위해 이 모든 선택을 한 거니까. 숫자로 보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가장 돈이 많이 남을 수 있는 곳을 살려서 매각했을 때 이익이 남을 수 있는 곳을 선택하겠죠. 간과한 건 JTBC 직원 한명 한명의 삶일 테고, 외부 피해자들의 삶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은 거다. 무서움을 모르는 거다. JTBC 직원들이 언론사 직원들이다. 개인 채권자들은 자신들의 운명이 걸려있다. 바보같이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다. 가만 있지 않는다. 결국 드러나게 돼 있다. 순간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결국 본인에게 돌아올 거니 생각을 다시 해야 한다.”
-2023년 시기 JTBC 구성원 80명이 구조조정 당했다. 당시 오너는 별장을 짓고 있었다는 사실을 노보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그때 JTBC 전체에서 80명이 나갔다. 지금 이 상황까지 왔다면 그들 한명 한명, 지금 우리 한명 한명에 대해서 최소한의 미안함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자본주의는 내가 번 만큼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임지는 것도 중요하다. 책임져야 할 부분을 회피하고 있다. 자본주의 체계가 인정하지 않는 부분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비공식적으로 대표 통해서 노조가 분노하고 있으니 최소한의 책임을 져달라는 뜻을 전달한 걸로 안다. 그러나 오너일가는 반응 없다. 간접적으로 그래 봐야 소용없다는 식의 반응만 전해 듣고 있다.”
-노조 활동에 반발하고 흔드는 시도도 있는 것 같다. 이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과격한 거 아니냐. 오너일가를 공격해서 얻을 게 뭐가 있냐. 새 매수자가 보기에 강성노조로 보이지 않겠나. 염려들을 한다. 그런데 외부에서 전문가들을 만나보면 많은 회생 사례를 실제로 보면 전혀 사리에 안 맞는 말이다. 오너와 선을 그어야 오너의 영향력이 이 회사에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돼 새 매수자가 큰돈을 들여서 이 회사를 매수할 수 있다. 새 매수자에게 우리가 회사를 얼마나 사랑하고 우리 프로그램을 얼마나 사랑하고 우리 뉴스를 얼마나 잘 만들 수 있는지 우리가 그렇게 느끼게 할 거다. 자해행위 아니냐고 한 사람도 있는데, 우리의 현실을 알아야 그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다. 우리는 어린이가 아니다. 내 운명은 내가 알고 개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