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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각성 물질 ‘이보가인’ 투여했더니 참전용사 PTSD 개선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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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탠퍼드대 의과대학 연구팀은 외상성 뇌손상(TBI)을 경험한 특수작전부대 출신 참전용사들을 대상으로 이보가인 치료 이후 정신건강 상태를 12개월간 추적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보가인은 서아프리카에서 자생하는 이보가 식물의 뿌리에서 추출되는 정신활성 물질이다. 오랫동안 전통적인 의식에 사용돼 왔으며 최근에는 약물 의존증과 PTSD, 우울증 등 치료가 어려운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새로운 치료 후보로 연구되고 있다.
외상성 뇌손상은 폭발 충격이나 머리 부상 등으로 발생하며 군인과 참전용사에게 중요한 건강 문제다. 특히 반복적인 외상성 뇌손상을 경험한 사람은 인지기능 저하뿐 아니라 PTSD와 우울증, 불안장애 등 여러 정신건강 문제를 함께 겪을 수 있다.
연구진은 앞서 2024년 외상성 뇌손상 병력이 있는 미국 특수작전부대 출신 참전용사 30명을 대상으로 이보가인 치료 전후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미국 밖에 있는 멕시코의 의료기관에서 이보가인 치료를 받기로 스스로 결정한 사람들이었다. 치료 과정에서는 이보가인을 경구 투여했으며 심장 부작용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마그네슘을 함께 정맥주사했다.
이보가인은 심장 전기신호에 영향을 미쳐 QT 간격 연장과 심각한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연구에서는 치료 전 PTSD 진단기준을 충족했던 23명 가운데 19명이 치료 직후 관해에 도달했다. 관해는 증상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임상적으로 해당 질환의 진단기준을 더 이상 충족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또 치료 1개월 후 PTSD 증상은 평균 88%, 우울증 증상은 87%, 불안 증상은 8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후속 연구는 이러한 개선 효과가 시간이 지나도 유지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됐다. 연구진은 최초 연구 참가자 가운데 25명을 대상으로 치료 후 3개월과 6개월, 9개월, 12개월 시점의 정신건강 상태를 평가했다.
그 결과 치료 초기 관해에 도달했던 환자들의 상당수에서 1년이 지난 뒤에도 개선된 상태가 유지됐다.
연구진이 추정한 12개월 시점의 관해 유지 확률은 PTSD 84%, 우울증 66%, 불안장애 61%였다. 이는 단 한 차례의 이보가인 치료 이후 관찰된 정신건강 개선이 일부 환자에서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연구에 참여한 참전용사들은 여러 차례의 뇌손상과 장기간 지속된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었다는 점에서 연구진은 결과에 주목했다.
기존 PTSD 치료에는 외상 중심 심리치료와 항우울제 등이 사용되지만 일부 환자는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하거나 치료 후에도 증상이 지속된다.
따라서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보가인이 PTSD와 우울증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이 물질은 뇌의 여러 신경전달물질 체계에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신경가소성이나 정서적 경험의 처리 과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작용이 실제로 장기간 증상 개선을 일으키는 핵심 기전인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중요한 점은 장기 추적자료가 확보됐다는 사실이다.
정신활성 물질을 이용한 치료에서는 투여 직후 일시적인 증상 개선이 나타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치료효과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연구 결과를 근거로 이보가인이 PTSD를 치료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번 연구는 참가자 30명 가운데 25명이 1년 추적평가를 완료한 소규모 관찰연구이며 위약이나 기존 치료와 비교한 무작위 임상시험이 아니다.
또 참가자들이 이보가인 치료를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에 치료에 대한 기대감과 의료진의 지원, 치료 환경 등 다른 요인이 증상 개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보가인과 함께 투여된 마그네슘의 역할도 고려해야 하며, 이번 연구만으로 이보가인 단독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정할 수는 없다.
안전성 역시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보가인은 생명을 위협하는 심장 부정맥과 신경계 독성 등의 위험이 보고된 물질이다. 소규모 연구에서 심각한 이상반응이 관찰되지 않았더라도 다양한 환자에게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이보가인의 PTSD와 오피오이드 의존증 치료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정부 지원 임상시험을 추진하면서 심장 안전성 감시와 투여용량, 환자 선정기준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연구진은 향후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을 통해 이보가인의 실제 치료효과와 장기 안전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반복적인 외상성 뇌손상과 만성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참전용사에서 이보가인 기반 치료의 장기적인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일반적인 PTSD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엄격한 임상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제시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Translational Psychiatry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