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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 여야 공방, 김민석 민생 강조
투데이신문
다만 당내 분위기는 다르다. 지난 6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암살자(들)’에 대한 정치 검열을 중단하라는 규탄 성명서를 냈다. 서영교 의원·추미애 경기도지사 등이 영화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띄운 데 이어 6일과 7일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간 대치는 이어졌다. 당 대표는 한발 물러섰지만 당내에서는 맞불이 이어지면서 엇박자가 나는 모양새다.

‘암살자(들)’을 향한 국민의힘의 공세는 보수 진영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이종배 전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지난달 29일 허진호 감독과 제작사 대표를 포함한 제작진 4명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이튿날엔 국힘 소속 김장호 구미시장이 박정희대통령생가보존회 등 지역 시민단체 회원 100여 명과 함께 구미 박정희 대통령 생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영화 상영 중단을 촉구했다.
이어 지난 4일엔 일부 보수단체가 주연배우 유해진 씨의 자택으로 알려진 주택 앞에서 “제작자와 배우들은 유가족과 고인에게 사과하라”며 규탄 집회를 열었고, 경찰은 유씨에 대한 신변보호 조치에 나섰다.
이에 맞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5일 충북 옥천의 고(故) 육영수 여사 생가를 찾아 공세의 수위를 끌어올렸다. 그는 “역사 왜곡을 방치하면 결국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역사·문화 전쟁’을 선포했다.
이어 장 대표는 “모든 것을 국민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면 스타벅스 사태는 왜 발생했냐, 배재고 사태는 왜 발생했냐”고 발언하기도 했다. 앞서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영화는 영화인에게, 평가는 관객에게”라고 언급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장 대표의 ‘강공’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이 이번 논란을 지지층 결집의 계기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 진영은 과거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영화 ‘건국전쟁’ 단체 관람 독려와 이승만 기념관 건립 추진, 대구시 박정희 동상 건립 등 두 전직 대통령을 매개로 결집을 꾀한 전례가 있다.
이를 두고 민주당에선 맞불이 이어졌다. 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이 같은 공세를 ‘문화 검열’로 규정하고, 일부 보수단체의 배우 개인을 향한 위협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서영교 의원은 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는 아주 훌륭한 영화였다”며 “완성도가 높은 영화를 마치 역사를 왜곡한 것처럼 떠들어대는 자들에게 경고한다”고 맞받았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도 5일 SNS에 “진정한 국익과 정의로운 역사를 위해서 누군가는 지치지 말고 묻고 또 묻고 기록하고 기억해야 하는 것”이라며 “6년 전 사실도 왜곡하는 검찰세력에 치를 떨면서 오늘 영화 ‘암살자(들)’를 본 소감”이라고 적었다. 영화 논쟁을 검찰개혁 문제로까지 끌고 간 셈이다.

이러한 공방은 국정감사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앞서 6일 민주당 소속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들은 성명서를 내고 “과도한 정치 공세와 창작의 자유를 왜곡하는 시대착오적 정치 검열을 즉시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예술 작품에 ‘역사 왜곡’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제작진과 배우를 향해 압박을 가하는 것은 과거 정권 시절 문화예술계를 도륙했던 ‘블랙리스트’의 음습한 유령을 다시 불러내는 행위임이 자명하다”며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여야 간 정면충돌은 7일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허 감독을 비롯해 제작사 대표와 시나리오 작가 등을 증인·참고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거듭 요구하는 한편 민주당은 국감이 사상 검열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맞섰다.
최민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런 풍부한 문화예술 작품을 만들어 주신 허진호 감독을 국회가 격려하지는 못할지언정 국감장에 나오게 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이재정 문체위원장도 “영화 내용을 점검하기 위해 창작자를 불러오는 일은 위원장으로서 허락할 수 없다”며 야당의 제작진 증인 출석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김민석 “과한 주장, 당에서 제어할 때”...‘암살자(들)’ 논쟁도 염두했나?
한편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영화를 둘러싼 논쟁에서 거리를 두는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일 SNS에 “정치가 참전할 곳은 민생”이라고 밝힌 김 대표는 다음 날인 6일 당 유튜브 ‘민티07’에서도 “대부분의 영화가 일정하게 사실도 섞여 있고 픽션도 섞여 있는데, 그걸 가지고 막 정치가 나서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신중한 발언을 내놨다.
다만 김 대표가 해당 자리에서 당내를 향한 견제성 발언도 내놨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그는 “과한 요구나 주장으로 과거처럼 전체 개혁의 진영·대열·전선·대통령의 리더십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면 그 부분은 이제 당에서 조금 제어할 때도 됐다”고 밝혔다. 해당 발언은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인선에 반발하는 여권 강경파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그럼에도 해당 발언은 ‘암살자(들)’을 둘러싼 당내 상황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단 점에서 김 대표가 영화 논쟁을 둘러싼 당내 과열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정감사와 중수청 출범 등 현안이 쌓인 상황에서 역사 논쟁으로 전선이 넓어지는 것은 김 대표로서도 부담이다. 그러나 김 대표가 거리를 두는 와중에도 중수청장 인선에 반기를 든 추 지사가 영화 논쟁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등 당내에서는 오히려 맞불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같은 ‘엇박자’가 길어질수록 민주당이 국민의힘이 깔아놓은 ‘문화전쟁’ 구도에 끌려 들어갈 가능성도 커진다. 이에 김 대표는 정면 대응보다 우회로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역사 논쟁에는 거리를 두는 대신 배우 자택 앞 집회 등 일부 보수 진영의 극단적인 행태에 공세를 집중하고, 민생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방식이다. 다만 당내에서의 맞불이 이어지는 한 이같은 구상이 실제로 효과를 보이긴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