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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 역사를 찾아서③] 덕수궁 가득 메운 “대한민국 만세”…순종 승하 100주년 특별전 현장
투데이신문
높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7일 서울 덕수궁 덕홍전 일원에 순종황제의 마지막 유조가 울려 퍼졌다. 나라를 빼앗길 위기에 놓인 황제의 애절함을 연기한 배우의 목소리가 점차 격앙되자 주변을 지나던 관람객들이 하나둘 걸음을 멈췄다. 친일파에 둘러싸여 국권을 잃어가는 순종황제의 비통함을 담아낸 연기는 광복을 향한 염원을 담은 6·10 만세 퍼포먼스로 이어졌다.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는 선창에 따라 덕홍전 앞을 메운 관람객들도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목소리를 보탰고 현장을 지켜보던 외국인 관람객들도 자연스럽게 만세 대열에 합류했다. 국적과 세대를 넘어 한데 섞인 우렁찬 외침이 맑고 높은 가을 하늘 아래 덕수궁에 한동안 메아리쳤다.
순종황제 승하 100주년을 맞아 이날 막을 올린 특별전 ‘광무에서 융희까지’의 개막 현장이었다. 인파가 몰린 덕수궁에서 100년 전 순종황제가 남긴 광복의 염원은 2026년 관람객들이 입을 모아 외치는 ‘만세’로 되살아났다.

사단법인 대한황실문화원이 마련한 이번 특별전은 오는 11일까지 닷새 동안 이어진다. 행사 제목은 고종황제가 대한제국 선포 이후 사용한 연호 ‘광무’와 순종황제 시대의 연호 ‘융희’에서 따왔다. 대한제국이 자주독립 국가를 지키고 근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부터 국권을 잃기까지의 시간을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으로 풀어낸 행사다.
행사가 열린 덕수궁은 고종황제가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광무의 시대를 열었던 곳이며 순종황제가 돈덕전에서 황제로 즉위해 융희의 시대를 시작한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
이 같은 덕수궁의 역사적 의미를 직접 공간 속에서 되짚어볼 수 있도록 기획된 ‘덕수궁 탐방극’이 이날 오후 1시 50분부터 진행됐다. 관람객들은 연극단 ‘전기수’의 안내에 따라 궁궐 곳곳을 걸으며 대한제국의 성립과 고종의 광무시대, 순종의 융희시대로 이어지는 역사의 흐름을 따라 걸을 수 있었다.

탐방극 중 독립운동가 이재명이 친일파 이완용을 처단하기 위해 단도로 찌르는 클라이맥스 장면에서는 배우들의 열연에 관중석에서 아이들의 울음이 터지기도 했다.
호주에서 생활하는 조카들과 덕수궁을 찾은 김(57)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한국에 와서 덕수궁에 꼭 들르고 싶어 해 찾았다가 마침 탐방극을 보게 됐다”며 “요즘 역사에 관심이 많아 ‘일본은 왜 그렇게 된 거야’, ‘여기서는 뭘 한 거야’, ‘러시아에는 왜 간 거야’라고 다니는 내내 계속 질문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아이들 엄마가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이야기를 해줬는데 오늘 이곳에서 마침 같은 시대의 이야기를 다시 접하게 됐다”며 “설명으로 듣는 것보다 배우들이 연극과 이야기로 보여주니 아이들이 역사를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 것 같다”고 감상했다.
덕수궁 탐방극은 오는 11일까지 매일 오후 1시 50분 덕홍전에서 출발하는 일정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참가 희망자는 사전예약 또는 당일 현장접수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탐방극에 참여한 모든 관람객에게는 소정의 상품이 증정된다.

순종황제와의 환담 체험은 관람객이 마이크를 통해 순종황제를 부른 뒤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면 화면 속 순종황제가 이에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관람객들은 ‘왕조의 미래’, ‘힘없는 황제’, ‘독이 든 커피’, ‘대한독립 만세’, ‘왕세자의 하루’ 등 다양한 주제 가운데 하나를 골라 질문하며 순종황제의 생애와 대한제국 말기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었다.
한복을 입고 전시장을 찾은 포르투갈 출신 관람객 리카르도(46)씨는 한국인 친구와 순종황제와 환담을 나눠본 뒤 본보에 “한국 문화를 더 배우고 싶어 행사장을 찾았다”며 “황실 역사와 고궁을 함께 접할 수 있어 굉장히 흥미로웠다”고 평가했다.
이어 “평소 일제강점기와 관련한 책을 여러 권 읽었다”며 “책으로 접했던 역사를 실제 궁궐에서 설명을 듣고 체험하면서 만나니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행사에 참여한 정(27)씨는 본보에 “고종황제에 대해서는 역사 시간에 많이 배워 알고 있었지만 순종황제는 상대적으로 잘 알지 못했다”며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는 시기의 황제이다 보니 그동안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대한제국 마지막 시기의 역사를 새롭게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한황실문화원 총재인 이원 황태손은 본보에 “어린 학생들과 젊은 세대뿐 아니라 외국인 관람객들이 전시를 유심히 살펴보고 대한제국의 역사와 황실문화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이번 전시가 한 번 보고 지나가는 행사에 그치지 않고 대한제국과 순종황제의 역사를 새롭게 발견하고 기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7년은 고종황제께서 대한제국을 선포한 지 13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대한황실문화원에서는 이를 맞아 전시와 학술·문화행사를 비롯해 대한제국의 역사와 황실문화를 국내외에 보다 폭넓게 알릴 수 있는 다양한 기념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130주년이 대한제국의 역사적 의미와 문화유산을 다음 세대에 제대로 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