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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프리랜서’ 딱지 떼자 방송사들 ‘기간제’로…정규직 전환은 극히 드물어
미디어오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최혁진 의원실(무소속)이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방송사 시정지시 이행결과’와 ‘근로자 계약체결 결과 세부표’ 등 자료를 종합하면, 지상파 방송사가 노동부의 근로계약 시정명령 결과 정규직으로 계약한 인원은 110명 중 ‘0명’으로 보고됐다. 종합편성채널인 채널A·TV조선·JTBC·MBN의 경우 시사보도 분야 ‘무늬만 프리랜서’로 인정된 114명 가운데 16명이 본사 소속 정규직으로 계약됐다고 표기됐으나, 계약조건은 무기계약으로 적혔다. TV조선 PD 12명, 채널A PD·AD 4명이다.
전체 인정자 가운데 가장 많은 85명은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그 가운데 21명은 해당 방송사의 자회사와 계약했다. 52명이 무기계약 근로계약을 체결했고, 8명은 자회사 소속으로 고용 보장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33명이 퇴사했으며 30명이 프리랜서 신분을 유지했다.
KBS 58명 중 37명 ‘방송지원직’ 전환, 호봉 없이 경력 불인정 MBC 5명에 3명 꼴 기간제로…SBS는 3명 중 1명 꼴 퇴사
앞서 노동부는 지난해 2월 MBC 특별근로감독에 이어 7월 지상파·종합편성채널 등 6개 방송사에 기획감독을 실시했다. 시사·보도제작 부문에서 ‘프리랜서’ 형태로 일해온 이들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하는지 살피기 위해서다.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죽음이 2024년 9월15일 알려지면서 방송사의 프리랜서 오남용 실태가 다시 공론화된 데 따른 조치다. 그 결과 노동부는 7개 방송사 시사·보도국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던 698명 가운데 241명(34.5%)가 노동자로 확인됐다며 방송사에 근로계약 체결을 시정명령했다. 다만 MBN의 경우 자체적으로 기간제 계약을 추진하던 와중으로, 시정 대상 인원이 49명에서 32명으로 줄었다.

11명은 프리랜서를 유지했다. 막내작가 6명 중 4명과 CG 3명, VJ 2명, 편집·PD 각 1명이다. 6명(FD 2명, CG·편집·VJ·막내작가 각 1명)은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전환됐고, 편집 2명과 막내작가 1명은 퇴사했다.
특히 KBS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 사이에선 근로조건이 오히려 악화됐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KBS는 노동자로 인정된 2년 이상 근무자들을 신설 직군인 방송지원직으로 배속했다. 이 직군은 기존 정규직에 비해 처우가 열악하고 호봉에 따른 임금 상승이 이뤄지지 않는 데다, 당사자들은 전환 과정에서 근속 기간도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에서 30년여 CG 제작을 해온 A씨는 “노동자로 인정된 CG 담당자 26명이 10~30년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급여를 일방 책정받았다. 기존 CG 노동자들보다도 낮은 처우”라며 “직원이 됐지만 KBS가 외주업체를 통해 맡기던 일은 그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KBS 측이 ‘프리랜서로 유지하면 (기존에 없던) 장비나 폰트 사용료 등을 매길 수 있다’고 해 울며 겨자먹기로 근로계약을 택했다. 누구를 위한 근로계약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MBC의 경우 총 시사보도 부문에서 조사받은 35명 중 PD·FD·AD 25명이 노동자로 인정됐다. 이행 결과 3명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고, 15명은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계약됐다. 5명은 퇴사했으며 2명은 프리랜서 신분을 유지했다. SBS는 노동자로 인정된 PD 25명·VJ 2명 중 PD 10명·VJ 2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고, PD 6명은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계약했다. 9명은 회사를 떠났다.
종편4사 114명 중 29명 자회사로
채널A는 노동자로 인정된 42명 가운데 본사 소속으로 고용을 보장받은 인원이 4명에 그쳤다. PD 3명과 AD 1명으로, 채널A는 이들을 ‘정규직’으로 보고했지만 노동부 자료에는 계약조건이 ‘무기계약’으로 표기됐다. 이밖에 6명은 자회사인 채널A 뉴스비전의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18명은 본사 또는 자회사 소속 기간제 계약직으로 전환됐다. 9명은 프리랜서 신분 유지로 표기됐고 5명은 퇴사했다.

JTBC에서는 노동자로 인정된 PD·VJ·디자이너 17명 가운데 PD 2명이 자회사 JTBC미디어텍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9명은 기간제 계약으로 전환됐고, 6명은 퇴사했다. MBN은 이행 보고 시점 기준 편집·AD·막내작가·교열 등 32명 가운데 21명(편집 9명·AD 8명·교열 4명)을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계약했다. 막내작가 7명은 모두 프리랜서로 유지했고, 4명은 퇴사했다.
최혁진 의원 “공영방송 KBS 차별 관행, 특히 심각” 전문가 “방미통위, 방송사-비정규직 교섭 마련 나서야”
고 이재학 CJB청주방송 PD와 고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 등 비정규직 방송노동자의 죽음이 반복될 때마다 노동부는 방송사 근로감독 결과를 내놨지만, 방송사들이 정규직 등 실질적인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회피한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방송사 비정규직 대변 기구를 마련하고 노사 교섭을 이끄는 등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 법률원장을 지낸 권두섭 변호사는 “노동부가 노동법이 적용되는 근로자라고 판단하고 시정지시만 한 뒤 손을 놓으면, 방송사 입장에서는 당사자 간 근로계약이라는 명분 아래 더 낮은 처우를 강요하고 프리랜서라는 지위만 바꾸면 된다는 결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노동부와 방미통위 모두 방송사 비정규직 정책을 만드는 부처인 만큼 실질적 처우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며 “방미통위가 방송사와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동조합 간 초기업 교섭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진재연 엔딩크레딧 집행위원장은 “방송사들이 제대로 된 정규직화 아닌 또 다른 차별을 만들고 있는데도 노동부가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방송사들의 이행 결과를 후속 감독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방미통위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책임있게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KBS 인력관리실 측은 “공사 직원 연봉 수준은 경영상 비밀에 속하며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과 일률로 비교하기 어렵다”며 “또한 공사는 최근 근로감독 결과 입사한 방송지원직의 근로조건에 대해 합리적인 기준을 설정했고 이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으며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TV조선 관계자는 “이번 근로감독 결과 근로계약한 PD들을 기존 정규직과 동일하게 처우하며 경력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존 공채로 입사한 TV조선 직원들에도 호봉제 아닌 개별 연봉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채널A 관계자는 ‘정규직(무기계약)’으로 표기된 인원이 공채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를 받는지 묻는 질의에 “2년 이상 일한 대상자는 정규직으로, 2년 미만 대상자는 계약직으로 진행했다. 계약직의 경우 기존 프리랜서 기간을 인정했다”고만 답했다.
최혁진 의원은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죽음을 계기로 한 방송사 근로감독에서 ‘위장 프리랜서’ 실태가 일부나마 확인됐지만 방송사들은 형식적인 시정 결과만 제출한 채 책임 있는 이행을 회피하고 있다”며 “특히 공영방송인 KBS는 새로 만든 별도 직군으로 기존 직원과 차별한다는 논란이 있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방송사들이 사회적 책임에 눈 감고 있는 만큼 노동부는 근로계약 체결 여부 확인에만 그쳐선 안 된다”며 “방미통위도 방송노동자의 처우가 오히려 악화되지 않았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