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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성과급 확산, 글로벌 반도체 업계 노사 갈등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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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도입한 파격적인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체계가 글로벌 반도체 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대만 TSMC와 미국 마이크론, 일본 키옥시아 등 해외 경쟁사 임직원과 주주들이 ‘한국식 보상’을 요구하면서 노사 갈등과 처우 개선 경쟁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대만 TSMC는 통상 순이익의 약 12%를 성과급으로 분배해 온 원칙에 더해, 실적 증가율을 뛰어넘는 대규모 보너스를 집행했다. TSM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와 현지 보도내용을 살펴보면 TSMC는 올 2분기 직원들에게 보너스 총액 360억대만달러(약 1조5200억원)를 지급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0.6% 급증한 규모로 같은 기간 TSMC 매출 증가율(36%)을 15%포인트쯤 웃돈다.

TSMC는 보너스의 상당 부분을 첨단 2나노미터(㎚) 공정 엔지니어 유치에 배분했다. 앞서 5월 성과급 삭감 우려가 나오자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올해 성과급은 전년보다 30% 늘 것”이라며 직원 불만을 직접 달래기도 했다.
미국 마이크론은 대만 사업장 노조가 사측과의 협상 결렬로 파업 수순을 밟으며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마이크론 대만 타오위안 공장 노조는 사측의 일회성 보너스 제안을 거부하고 10월 1일부터 6일까지 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했다.

마이크론 노조는 삼성전자(10.5%)와 SK하이닉스(10%)의 영업이익 연동 제도를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100만대만달러(약 4300만원)의 일회성 보너스를 거부하고, 세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영업이익의 15%를 배분하는 상설 이익공유제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조합원의 80%가 파업을 지지해 실제 파업 돌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성과급 갈등은 마이크론의 재무 건전성에도 부담을 안겼다. 마이크론은 9월 30일 2026회계연도 4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으나, 보상 확대 비용이 반영되면서 차기 분기 매출총이익률 전망치(86.3%)가 직전 분기(87%)보다 하락했다.
일본 반도체 업계 역시 한국발 성과급 격차에 따른 후폭풍에 직면했다. 6월 열린 낸드플래시 제조사 키옥시아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주주들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과의 처우 격차로 인한 핵심 인재 유출 우려가 나왔다.

업계에서는 키옥시아가 한국처럼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경우 1인당 약 5000만엔(약 4억8000만원)의 보상이 가능하다고 추산한다. 하지만 키옥시아는 과거 도시바 시절의 보수적인 연공 중심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급격한 성과급 확대에 난항을 겪고 있다.
글로벌 보상 분쟁을 촉발한 진원지는 한국 메모리 양사다. 삼성전자 노사는 5월 반도체(DS)부문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설정한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했다. 이에 메모리사업부 직원의 경우 1인당 6억원대 보상이 예고된 상태다.

SK하이닉스도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노사는 당초 성과급 60%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을 두고 갈등을 빚었으나, 9월 16일 현금 50%와 주식 50%를 기본으로 하는 임단협 수정안이 조합원 투표를 통과하며 올해 협상을 마무리했다.

다만 국내 기업 내부에서도 부문별 처우 격차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 등을 담당하는 완제품(DX)부문 노조가 반도체와의 보상 격차 해소를 요구하고 있다. DS부문 내부에서도 초기업노조를 중심으로 적자를 내고 있는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의 처우 개선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패권 경쟁이 설비투자를 넘어 처우를 중심으로 한 핵심 인재 쟁탈전으로 확산했다”며 “급증한 영업이익 배분을 놓고 글로벌 기업들의 보상 체계가 아직 정착되지 않은 과도기인 만큼, 인재 유출 방지와 인건비 상승에 따른 마진 방어를 놓고 줄다리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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